언제 : 6월 20일 금요일 늦은 5시부터
함께 한 아이들 : 7명 - 왔다갔다 2명
함께 읽은 책 : 정신없는 도깨비 / 서정오 / 보리
삼촌이 왔다 / 김재희 / 사계절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 / 사토 와키코 / 한림
금희가 가져 온 '길아저씨 손아저씨'랑 '아씨방 일곱동무'
영광이가 가져 온 '호랑이 잡은 피리'
선선한 오후입니다. 장마가 온다고 그런가봐요. 일찍 준비하고 갔더니 시간이 좀 남았어요. 선산 들러 예진이가 좋아하는 빵 사고 들어가도 15분이나 이릅니다. 들어가면 바로 부엌이라 언제나 바쁘게 저녁 준비하시는 아주머니들이 계세요. 교회에 딸린 센터라 그런건가? 다니시는 분들일 수도 있고 그냥 이웃일 수도 있고... 그래도 어른 몇 분이 언제나 아이들을 위해 준비하시는 모습이 참 정겨워요. 오늘은 복지사님 외에 두 분이 김치전을 작게 부치고 계셨어요. 이곳은 다른 센터와는 달리 센터장님이 먹거리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편이에요. 아이스크림보다는 얼린 두유를 먹고 음료수보다는 물을 먹는 곳이죠. 저녁도 조금 힘드시겠지만 즉석식품이나 뭐 그런거 전혀 없이 손맛 잔뜩 넣어 만들어주세요. 언젠가는 꼭 슬쩍 맛보리라 다짐하면서 들어갔습니다.
오늘은 공부 선생님이 다른 분이세요. 며칠 전에 오셨다는데 천성이가 막 달려와서 "승민이가 저 선생님 좋아해요" 하는거예요. 젋고 예쁜 선생님... 짜아식~~ "승민이 보는 눈이 있구나~" 하니까 승민이도 빨개지고 선생님도 좋아하시네요. "너무 예쁜 여자만 좋아하면 안돼!" 하고는 슬쩍 눈치 좀 줬습니다. 아직 시간이 남아 공부하던거 마저 하고 시작하자고 했어요. 아무래도 5시가 되어야 배성이도 오고 하거든요. 한 명이라도 더 있는게 좋으니까...
내혁이랑 하은이는 너무 어려서인지 공부하기가 싫은가봐요. 자꾸 왔다갔다 하니까 선생님이 뭐라 하시네요. 하은이는 계속 업혀서 매달리고 영광이는 같이 책 읽자 하고 내혁이는 교과서 가지고 이야기하고 싶어 정신이 없고.. 하여튼 한 명씩 눈 맞춰주는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네요. 시간이 얼추 되어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금희가 학교에서 두 권이나 빌려왔어요. 영광이도 한 권 가져왔구요. 아이들이 전부 읽어달라고 하니 뭐 어쩔 수가 없었어요. 금희는 다음부터는 아예 두 권 가져오라네요. 나머지는 자기들이 빌려오겠다구요. 다음 주에는 일단 [만희네 집]이랑 [강아지똥]이 예약되어 있으니 옛이야기랑 외국창작을 가져가야겠어요. 처음 책은 [정신없는 도깨비]. 지난 번에 권문희 작가의 [깜빡깜빡 도깨비]를 읽어준 터라 아이들이 내용은 잘 알고 있었어요. "아 비슷한거 읽었는데"하면서 너도나도 아는 척 하느라 시끌시끌. 비슷한 내용이지만 도깨비의 모습이 대조적이고 느낌도 많이 다르니까 반응도 달랐어요. [깜박깜빡..]은 귀여운 도깨비에 글이 재미있어서 낄낄거리면서 들었다면 이 책은 빨갛고 커다란 도깨비에 말피 등 이야기 자체에 충실했기 때문인지 집중해서 듣는 편이었어요. 느낌도 반응도 달랐지만 지난번엔 유쾌했다면 이번에는 흥미롭게 들었다는 차이가 있었어요. 다음은 [길아저씨 손아저씨]. 금희가 가지고 왔는데 아이들이 곧잘 듣기는 했어요. 영광이가 자꾸 도깨비가 안 나온다면서 일어서려고 하니까 승민이랑 다툼이 조금 있었죠. 그리고는 [삼촌이 왔다]. 신간이라 쉽게 가져가기가 참 어려워요. 이미 검증된 책이 아니라 어떤 반응이 나올지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같이 가져간 두 책과 잘 비교해서 가지고 갔어요. 글이 적어서 그림에 집중하기는 하는데 아이들 상황에 따라 다를 때가 많거든요. 다행히 노란색에 독특한 그림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잘 봤어요. 특히 마지막에 삼촌이 남기고 간 선물 장면이 나오니까 다들 "우와~" 하네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라서 더 이입된거 같았어요. 그리고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 당연히 너무 반응이 좋았구요. 다음에 제가 다음 편도 가지고 가겠다고 했어요. 읽는 도중에 도깨비가 예뻐졌다면서 다들 좋아하더라구요. 다섯번째로는 [아씨방 일곱동무].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기는 하는데 인두나 골무같은건 요즘 아이들이 잘 모르는거라 자꾸 물어보더라구요. 그리고... 또 영광이가 가지고 온 [호랑이 잡은 피리].
아이들이 너도나도 빌려오는 통에 오늘은 여섯 권이나 읽고 말았어요. 게다가 다 글이 만만치 않은 것들이었죠. 옛이야기가 무려 4권이었으니까요. 거의 한 시간 동안 읽어주고 나니 진이 조금 빠졌어요. 삐지기 대장 배성이는 자꾸 장난치다가 무릎 베고 듣고.. 물론 결국엔 잠들어버리긴 했지만요.
3~4학년들이 가장 잘 듣는 편이에요. 5, 7살은 반응은 굉장히 좋은데 집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3권 이상 되면 조금 힘들어하구요, 6학년은 자기들이 뭔가 주도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편이에요. 참 다행인건 사진을 찍기 위해서이기는 해도 선생님들의 참여가 참 적극적이라는 점이에요. 오늘도 공부방 선생님은 같이 들으셨구요, 복지사 선생님도 아이들 단도리 한다고 자주 들어와보시고, 센터장님도 슬쩍 와 보시고 했거든요. 여름이라 문을 열고 들으니까 아주머니들도 아마 귀로는 듣지 않을까 싶어요. 집중해서 듣든 아니든 그냥 책읽어주기를 분위기상 자연스레 느끼는건 좋으니까 다행이다 싶어요.
인사하고 나오려는데 센터장님이 금희랑 승민이랑 저를 부르세요. 나와보니 수박이 잔뜩 있어요. 지인이 주셨대요. 금오산 장터에서 팔고 남은거라는데 아이들 먹으라고 주셨다면서 저보고 두 개나 가져가라고 하시는거예요. 하나면 된다는데도 굳이 가져가라 하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어요. 금희랑 승민이가 차까지 들어다주는데 무거워서 많이 미안했어요. 이걸 다 언제 먹나 싶었지만... 다음에 더 열심히 책 읽어주라는 말씀이겠죠? 좋은 책 더 많이 읽고 가지고 가야겠어요.
첫댓글 우와~수박 맛있겠어요^^선생님도 아이들도 아주머니들도 함께 책듣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왔다 갔다....2명. 손맛 음식...참 인상적인 표현에 별 5개 줍니다. 아이들 먹는거 신경써주시니 참 고맙네요.
무려 여섯권이나.. 정말 수고많이 하셨네요.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빌려와서 읽어달라고 하는 그 모습도 참 이쁘네요. 은숙씨 힘들긴 하지만서두.
더운데 수고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