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군선도> (1776년) : 국보 제139호, 호암미술관 소장, 서른두 살 때 그린 병풍 그림. 신선이 신선동자를 데리고 서왕모의 생신잔치에 가는 모습을 그렸다.
1971년 12월 21일에 대한민국의 국보로 지정되었으며, 우리나라의 도석인물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도석인물화란 불교나 도교에 관계된 초자연적인 인물상을 표현한 그림이다.
이 그림은 원래는 8폭의 연결된 병풍그림이었으나 지금은 8폭이 3개의 족자로 분리되어 있다.
이 그림은 모두 연결한 상태에서 가로 575.8㎝, 세로 132.8㎝의 크기이며, 그것이 분리된 3개의 족자는 가로 48.8㎝, 세로 28㎝ 내외이다.
종이 바탕에 먹을 주로 사용하고 청색, 갈색, 주홍색 등을 곁들여 채색하였다.
여기서 묘사된 신선들의 명칭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오른쪽에 외뿔소를 타고 도덕경을 들고 있는 노자를 선두로 복숭아를 든 동방삭 등의 신선들과 동자들이 모두 3무리로 나뉘어 있다.
선학의 연구에 따르면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제1군의 10명 중, 붓을 들고 두루마리에 글을 쓰는 인물은 문창, 복숭아를 든 소년은 동방삭, 푸른 소를 탄 도인은 노자이다. 제2군의 6명 중 대나무 통처럼 생긴 어고간자를 든 젊은이는 한상자, 딱따기(박판)를 치는 인물은 조국구, 나귀를 거꾸로 탄 노인은 장과로이다. 제3군에서 호미를 든 여인이 하선고, 복숭아를 진 여인이 마고이다.
김홍도는 각 신선의 도상을 충실하게 지키되 이들을 자유롭게 재구성하여 19인의 형상에 활기찬 생명력을 부여했다. 10, 6, 3으로 축소되는 인물군과 그들의 다양한 동세, 밀착된 군상을 안배한 여백, 그리고 무배경 처리. 이는 어느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김홍도만의 능력이다.
그렇다면 19명의 신선은 진귀한 물건을 들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혹시 곤륜산에 머물고 있다는 서왕모(불로장생을 관장하는 여신으로서 불로장생을 꿈꾸는 이들과 신선도 수행자들에게 깊은 숭배를 받아온 선인들을 다스리는 최고위 지위에 있는 신)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은 것은 아닐까. 김홍도가 재현한 군선의 당당한 자태를 보면서, 일간지의 카피 한 구절이 문득 떠올랐다. ‘개성과 조화가 공존하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신선, 포스가 장난 아니네’.
인물들의 시선과 옷자락이 모두 왼쪽을 향하고 있고 그 방향으로 갈수록 인물의 수를 점차 줄어들게 하여 화면의 전개와 보는 이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인물의 윤곽을 굵은 먹선으로 빠르고 활달하게 묘사한 뒤 얼굴과 손, 물건들은 가는 붓으로 섬세하게 처리하여 인물들의 표정을 살렸다.
아무런 배경 없이 인물을 나열한 구성과 감정이 살아 있는 듯한 인물들의 묘사, 그리고 얼굴의 둥근 눈매 등은 그의 풍속인물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특징이다. 비록 화본에 따라 그렸으나 호방한 필치로 독특한 인물묘사를 한 작품이다.
이러한 그의 화풍은 후에 김득신, 이명기 등으로 이어져 조선 후기 신선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김홍도 <군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