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편지」
-고라니는 낫이나 주고 가지
얼음새꽃 변산바람 너도바람 꿩의바람 노루귀 만주바람 깽깽이 얼레지 할미꽃까지 피어야 할 봄꽃들은 다 피었다
비 그친 새벽에 무섭게 바람이 불더니 화엄홍매 다 져내렸다.
화엄매 지고 나니 몸살이 왔다. 그만 나대고 좀 쉬어가란 말이겠지
고교 친구 장주섭시인의 시집이 나왔다.
가장 마음에 든 한편을 필사해 화엄홍매와 한자리에 놓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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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는 낫이나 두고 가지
‘고란아 내 낫 주고’는 1905년생 울 아버지 별호랍니다. 울 아버지 쉰넷에 나를 낳았으니 나 어릴 적부터 아버지는 할아버지 같았더랍니다
울 아버지 청년 시절 동무들과 나무하러 갔다가 고라니 한 마리 무덤가에 누워 잠든 모습을 보았더랍니다
날래게 아버지는 낫을 들어 고라니를 친다는 것이 하필 엉덩이를 찔렀는데 고라니는 자다 깜짝 놀라 도망갔더랍니다. 그 뒤부터 사람들은 아버지를 고란아 내 낫 주고 가라고 놀려댔더랍니다.
내 어릴 적에 놀림당하는 아버지를 두고 창피하여 얼굴이 붉어졌는데 당당한 울 아버지 때문에 화가 더 났더랍니다. 사람들은 잠자는 고라니도 놓친 범판이라 놀려댔지만 울 아버지는
날래고 힘센 동무들이 고라니를 잡아 죽일까 봐 먼저 고라니를 깨우려고 엉덩이에 침만 살짝 찔러 깨워 도망 보내려 했던 것이란 말씀을 끝내 하시지 않았더랍니다.
울 아버지 먼 하늘로 가시고 난 뒤, 문득 울 아버지가 마을에서 최고의 나무꾼이었다는 것이 떠올랐더랍니다. 울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뒤에야 몸으로 가르치셨던 것은
낫으로 칠 것이 따로 있다는 말씀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답니다.
ㅡ장주섭 시집 "당신" (문학과행동)
첫댓글 사진 한장 담아가도 되는지요? 다운로드 허용으로 되어 있어서 말입니다. 소개하신 장주섭 시인님의 시 잘 읽었습니다.
네 사진출처만 밝혀주세요ᆢㅎ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