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분(職分)이란 “마땅히 해야 할 본분(本分)”을 의미합니다. 즉 직분은 계급을 의미하기보다는 어떤 역할을 하느냐와 관련된 것입니다. 그런데 때로 교회 안에서 이 직분을 오해하여 교회 안에서의 계급이나 급수(級數)를 따지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감독의 직분, 집사의 직분, 제사장의 직분, 목사의 직분 등은 그가 마땅히 어떤 역할을 맡아 직무(職務)를 수행하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물론 직분에 따라 지도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도자이기에 마땅히 사람들을 통솔하고 관리하며 이끌어야 하는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것을 계급적인 측면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바울은 에베소교회를 맡아 사역하는 디모데에게 교회공동체 안에서 어떤 직분을 맡은 자들을 세울 때 어떠한 자를 세워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말씀해 주고 있는데, 오늘 본문에서는 감독의 직분을 맡은 자들은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감독(監督)은 헬라어로 에피스코페스(ἐπισκοπῆς)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 영어 성경에서는 Overseership이나 Overseer 등으로 번역하고 있고, KJV에서는 Bishop이라는 단어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사실 신약성경을 살펴보면 감독, 장로, 목사는 서로 혼용(混用)되어 사용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같은 직무이면서 어떤 역할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불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베드로는 사도(使徒)이지만 자신을 장로(長老)라고 일컫기도 했고(벧후 5:1), 역시 사도인 요한도 자신을 장로라고 일컬었습니다(요이 1:1; 요삼 1:1). 감독이라는 직분은 신약성경에서 디모데전서에 기록된 것 외에 4번 더 등장하는데(행 20:28; 빌 1:1; 딛 1:7; 벧전 2:25) 베드로전서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일컫는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감독과 장로 등이 특정한 역할을 강조할 때 그렇게 사용되었지만, 결국 목사와 감독과 장로는 같은 직분의 다양한 역할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 특정한 직분을 맡길 땐 잘 살펴서 가장 적합한 자를 세워야 하는데, 오늘 본문을 살펴보면 특별한 직무를 감당하기 위한 기능적인 부분을 언급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인품과 도덕적으로 정결한 사람인지,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인지에 더 중요성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물론 2절에서는 가르치기를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고, 4절과 5절은 다스리기를 잘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다스린다는 말은 헬라어에서 “프로이스타메논”(προϊστάμενον)이란 단어가 사용되었는데, 이 단어는 주재(主宰)하고, 통치하고, 지시하고, 유지(維持)하는 것을 의미하는 “프로이스테미”(προΐστημι)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가르치는 것과 다스리는 것은 기능적인 측면이 있지만, 다른 부분들은 대부분 도덕적 결함이 없고, 영적으로 성숙하며, 성품적으로 성숙한 자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감독은 가정을 돌봄에 있어서도 모본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만 주어진 역할을 잘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자녀를 돌보는 것과 배우자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자격 조건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술을 즐기거나 돈을 사랑하는 등 죄에 빠져 타락하기 쉬운 부분에 대해 정결하고 절제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 집을 잘 다스려 자녀들로 모든 공손함으로 복종하게 하는 자라는 4절의 말씀은 가정에서도 존경받을 만한 성품으로 인정받는 자여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을 세우는 것은 삼가라고 말씀하십니다(6절). 그 이유는 교만해져서 교만한 마귀가 정죄 받듯이 정죄를 받는 자가 될까 염려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합니다.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매우 빠르게 성장한 믿음의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연륜을 더하지 않으면 영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자신을 너무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교만해질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본 후에 연륜이 좀 쌓였을 때 감독으로 세우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인(外人), 즉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칭송을 받는 자여야 한다고 말씀합니다(7절). 교회 안에서는 신앙생활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회 밖에서는 사람들에게 품행이 바르지 못하여 비방을 받는다면 사탄의 올무에 빠져 오히려 교회에서의 사역까지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독은 교회의 영적 지도자입니다. 영적 지도자이기에 영적으로 성숙한 자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영적으로는 성숙해 보이지만, 일상의 삶이나 성품, 도덕적인 부분에 있어서 온전하지 못하다면 영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껍데기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신앙이 좋다는 것은 일상(日常)의 삶에서도 그 영적인 성숙함이 고스란히 드러나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자들이 영적 지도자가 될 때 교회공동체가 건강하게 잘 세워져 갈 것입니다.
어쩌면 교회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교회의 지도자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교회의 지도자가 잘 세워져야 교회공동체가 건강하게 잘 세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교회의 영적 지도자를 세우는 일에는 하나님 앞에 기도하면서 깊이 심사숙고(深思熟考)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즘엔 교회의 지도자를 세우는데, 그 사람의 학벌, 재능, 능력, 그동한 해왔던 사역의 성과 등이 너무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 무엇보다도 영적인 부분과 일상(日常)의 삶이 일치가 되는 거룩하고 정결한, 그리고 성품적으로도 잘 성숙한지를 살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영적 지도자로 섬기고 있는 나 자신도 그러한 조건에 걸맞은 삶이 되도록 부지런히 기도하며 자신을 다듬어 가야 하겠습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