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오르는 계단 모퉁이 무성한 철쭉 가지 속에 앵두나무 한 그루 섞여 있다 온갖 풍상 뿌리까지 뒤엉켜있어도 유전자는 변하지 않는다 새싹이 돋을 때나 잎이 무성할 때 그땐 모른다 앵두꽃이 피고 쥐눈이콩알만 한 앵두가 맺히니 철쭉꽃 천지 난리가 났다 하얀 꽃 철쭉 그야말로 천국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요란한 꽃잎은 시들어 간 곳 없고 콩알만 한 앵두가 태양과 열심히 교감하고 있다
닭은 닭이고 학은 학이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종으로 색과 질이 달라 어디에 섞여 있어도 돋보인다. 군계일학이라는 말은 평범한 가운데서 눈에 뜨게 뛰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뛰어나다는 것은 잘 보이는 것이며 같은 것 같아도 전혀다른 것을 말하는데 우리 사회에 그런 부류는 아주 많다. 군대에서는 같은 훈련을 받고도 적응력이 뛰어나 전투에 나가면 남보다 큰 전과를 올리고 똑 같은 학교에서 같은 학문을 배우는데 그 성적은 뚜렸하게 차이가 나는 현상을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중에서도 섞여 있으나 뚜렸하게 부각되는 인물은 섞임을 피하지 않아도 섞여 있다는 것을 못느낄 정도로 뚸어남을 보인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국내에 서식하는 여섯가지 참나무 중에 갈참나무 도토리가 제일 크고 같은 소나무 중에도 금강송은 더욱 단단하고 굵어서 목재로 사용하기가 으뜸이다. 진짜는 가짜 속에 있어도 진가를 보이는 것이다. 이런 것에 비유하여 이견숙 시인은 철쭉 사이에 자라난 앵두나무를 발견하고 군계일학의 작품을 썼다. 매일 들락거리는 아파트 입구 철쭉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자란 앵두나무는 잎이 무성할 때는 구별하지 못했는데 꽃이 지고 앵두가 열릴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여 시인의 눈에 들었다. 식물도 같은 종이 아니면 교배가 되지 않아 섞여 있어도 혼성이 되지 않는다. 철쭉꽃은 난리난 듯 피어 화려함을 자랑했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고 시들어버린다. 그 속에서 작은 꽃을 피웠으나 꽃진 자리마다 예쁘게 맺힌 앵두열매는 얼마나 경이로운가. 시인은 철쭉과 앵두나무를 비교하여 사람의 생태를 보여준다. 비슷하지만 사람마다 차이는 있으며 뛰어난 사람은 못난 사람들에 섞여도 반드시 돋보인다는 교훈적인 작품으로 발현 시켰다.[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