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읍내에는 제 단골식당 중 하나인 중화반점이 있습니다. 주말에 아내와 찾기도 하고, 주중에 왜관 근처 출장 가는 길이면 꼭 들르는 곳입니다. 가끔은 술친구들과 열차 타고 가서 덴뿌라에 소주 한 잔 걸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요리 맛도 일품이지만 중학교 육상부 동기인 남편이 주방장, 부인이 부주방장 겸 홀 서빙, 큰아들이 배달을 하는데 주말에는 일찍 마치고 낚시, 당구를 함께 즐기는, 재미있게 사시는 모습도 참 보기 좋은 곳입니다. 그런데 2년 전, 출장길에 동행과 들렀더니 ‘임시휴업’이라 쓴 종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주방장이 병원 입원해서 당분간 휴업이라더군요. 그로부터 수차례 전화를 했습니다. 맛집 하나 잃은 게 아쉽기도 하고, 주인장의 건강이 걱정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1년여 만에 통화가 되었습니다.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재활훈련 받은 끝에 퇴원했고, 식단을 몇 가지로 줄여서 반점을 다시 열었다고 하는데 얼마나 좋던지요. 전화한 다음날 바로 갔습니다. 1년 만에 다시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 오랜만에 맛보는 잡채밥은 또 얼마나 맛나던지... 먹으면서 얘길 들어보니 참 짠했습니다. 부모님 부채가 꽤 되었는데 다 갚고 이제 먹고 살만하다 싶은 시점에 남편이 쓰러졌다고, 아직 몸이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이 정도 움직이고 음식 조리 가능한 것만도 축복이라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뭉클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이어진 잡채밥 사랑은 계속되었습니다. 겨울백수로 출장 나갈 일이 없고, 아내도 바빠 몇 달 이곳에 들르지 못하던 차에 새해 일이 시작되며 출장길에 즐거운 마음으로 들렀습니다. 그런데 배달 일을 맡은 큰 아들이 보이지 않기에 물어보았더니 이 친구도 뇌출혈도 쓰러져 2달째 입원 중이라더군요. 질병에는 가족력이 이토록 무서운 거구나, 새삼 실감했습니다. 주인아주머니는 “정직하게, 성실히 살아왔는데 왜 이리 시련이 계속 닥치는지 모르겠습니다.”고 푸념을 하시면서도 낙망하는 표정은 아니었습니다. 긍정적으로 세상을 살아오신 덕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도 남편께서도 이제 거의 정상으로 돌아오셨고, 아드님도 그 정도면 더 나쁠 수 있는 상황을 막았으니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뭐라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기에 말을 건네면서도 이게 위안이 될까 싶었습니다. 그런 대화의 와중에도 주인아주머니는 옆집에서 받은 거라며 귤 몇 개를 우리 테이블과, 옆 테이블의 단골께도 나누어주셨습니다. 근심이 큼에도 이리 나눔을 잊지 않으시는 이분 가족들을 덮친 병마에서 빨리 벗어나시길 축수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런 마음 큽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시고, 삶을 즐길 줄 아시고, 나누고 챙길 줄 아는 고운 마음씨를 가지신, 탁월한 음식솜씨를 자랑하시는 이분들이 우리 곁에 오래 계셨으면 하는 바람은, 맛있는 것을 오래 먹고 싶다는 이기심만은 아닌 간절한 소망입니다. 문득, 며칠 전 읽었던 <솔직히 말하자면, 괜찮지 않아> 책이 생각났습니다. 괜찮지 않을지라도 이분들께는 ‘괜찮아’라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쭈욱. 다른 이들에게도 다르지 않겠지요. 괜찮지 않음을 알지만, 그래도 무언가 위로의 말이 건네질 때 나의 마음도 위안이 되고 상대방도 외롭지는 않을 테니까요.
몇 년 전 이 반점의 분위기를 전해드렸던 기억을 다시 모셔왔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0945021472
요즘은 미세먼지가 괜찮지 않습니다. 그래서 야외활동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지만, 추위 뒤에는, 비 오는 날에는 미세먼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가뭄에 콩 나듯 나들이를 해 봅니다.
비 오는 날의 창녕 관룡사, 양산 극락암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1793243726
한겨울의 김천 수도암, 카페 누에 봉주르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1775079011
괜찮지 않아(모셔온 글)=======================
괜찮지 않은 당신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주변에서 해주는 “괜찮아”라는 말에도 괜찮아지지 않는 당신과 대화하고 싶었다.
정말 괜찮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괜찮아지는지 알고 싶어 하는 당신과 만나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도 괜찮지 않으니까.
이 책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해야 스스로 괜찮아질 수 있는지 고민했다.
혼자만의 시간도 많이 가졌다.
내가 나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답은 나만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내가 나를 더 자세히 알고 나니 나는 생각보다 남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의 평가에 휘둘리는 사람이었다.
나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남의 기준에 맞추려고 했고 남을 만족시키는 것에서 기쁨을 얻고 있었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닌데, 정말 중요한 건 나 자신인데, 내가 나를 인정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찾아왔다.
진짜 내 목표를 세웠다.
내 방식으로 노력했고 다가갔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행복까지 찾아왔다.
살면서 처음으로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느낌이었다.
이 느낌, 이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들려주고 싶지 않았다.
돌려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
친한 사람에게 말하듯이 직접적으로, 진심을 담아서 전하고 싶었다.
그래야 괜찮아지리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래야 남이 아니라 당신이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만날 수 있을 것이기에.
당신은 지금 괜찮은가?
괜찮을 수도 있다.
또 괜찮지 않을 수도 있다.
괜찮은지 괜찮지 않은지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괜찮지 않다면 주변에서 해주는 괜찮다는 말에 “아니, 난 괜찮지 않아”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말이 괜찮아지는 삶을 만드는 시작이 될 테니까.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당신이 당신으로 살면 좋겠다.
괜찮지 않을 때 자신을 돌아보고 괜찮을 때는 행복감도 느끼는 당신.
목표가 명확해서 주변의 작은 흔들림에도 굳건한 마음을 유지하는 그런 당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지고 멀리 볼 수 있는 멋진 당신이 되면 좋겠다.
더 나는 바랄 게 없겠다.
-----최대호의 <솔직히 말하자면, 괜찮지 않아>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