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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것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에 눈을 뜨는 일이며,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을 갖게 되는 일이다.
별
신경림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 문태준 시인 시평
나이 들어 눈은 어두워졌는데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니 이것은 무슨 뜻일까. 육안은 닫히지만 심안이 열린다는 뜻이겠다. 세상은 비록 '탁한 하늘'이지만 그 내부 깊숙한 곳에서 '별'을 발견할 수 있는 예지가 생졌다는 의미겠다. 그 예지도 '관계'를 볼 줄 아는 지해겠다. 존재들 사이에 별이 있다고 바라보고는 마음에는 재촉과 불안과 외면이 없다. 조화의 섬김과 위로와 행복이 있을 뿐.
세월 앞에는 푸른 솔도 견디지 못한다지만 연치가 쌓일수록 마음의 통이 좀 켜졌으면 한다. 신경림 시인은 한 시집에서 "그동안 내가 모으고 쌓은 것/ 한줌의 모래밖에 안된다"고 말한다. 또 "도무지 내가 풀 속에 숨은 작은 벌레보다/ 더 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처럼 하심(下心)과 관대함이 노경의 마음 씀씀이라면 황혼에 가까워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눈 어두워지고 귀 멀어졌다고 탄식만을 보탤 일이 아닐 것이다.
※ 출처: 『시가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 마음의숲
□ 신경림 시인
1936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영문과를 다녔으며, 대학 재학 중 문예지 《문학예술》에 <갈대>, <낮달> 등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습니다. 시집에 《농무(農舞)》, 《새재》, 《가난한 사랑노래》,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낙타》 등이 있으며, 산문집에 《시인을 찾아서》, 《민요기행》 등이 있고, 어린이책 《겨레의 큰사람 김구》,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한국 전래 동요집 1, 2》 등이 있습니다. 만해문학상, 단재문학상, 대산문학상, 호암상(예술부문), 4·19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민족예술인총연합 의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동국대학교 국문과 석좌교수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있습니다.
※ 출처: 알라딘 작가파일, 신경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