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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소울드레서 (SoulDresser) 원문보기 글쓴이: 무리뉴
차량 한 대가 이 산을 찾아든 건 지난 4월 중순의 일이었습니다
아슬아슬한 산길을 내달리기를 한참, 차가 멈춰 선 곳은 주위에 인적 하나 없는 한 채석장
그런데 짐을 잔뜩 실은 뒤 좌석에서 위험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버려진 산에서 망치질 소리가 끊이지 않나 싶더니
며칠 사이 들어서 건 바로 십자갑니다
며칠이 지났을까
마침내 때가 왔습니다
날카로운 가시관을 머리에 쓴 것을 신호로
의식은 시작됐습니다
그날 남자는 그렇게 십자가에 올랐습니다
남자가 사라졌다는 걸 알아챈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사흘 후
산길이 어찌나 험한지 자꾸만 조바심이 나던 차에 낯선 자동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버려진 채석장에서 일행이 목격한 건 나무를 깎아 세운 세 개의 십자가
전국을 경악하게 만든 문경 십자가 사건은 이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공교롭게도 예수가 부활했다고 성경에 기록된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굵은 대못이 박힌 양손과 발, 머리에 씌워진 가시관, 옆구리엔 칼자국이며
예수가 죽음을 맞이한 골고다 언덕을 빼다 박은 산의 형태까지
그의 죽음은 영락없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남자는 끝내 부활하지 못했습니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엽기적인 죽음이었습니다
이른바 문경 십자가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당시 사건 현장을 돌아 본 많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남자가 누군가에 의해 잔인하게 처형 당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공포영화에서나 볼법한 잔인한 수법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찰은 사건 발생 20여 일 만에 문경 십자가 사건을 단독 자살로 결론을 내고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현장 사진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토대로 사건 현장을 하나하나 그대로 복원해 냈습니다
이 십자가 밑에서는 남자가 손과 발에 못을 박는데 사용한 망치와 수동식 드릴, 핀처, 신체적인 고문을 가하는데 사용된 듯한 채찍,
그리고 남자의 옆구리를 찌른 식칼이 발견이 됐습니다
당시 남자의 고통이 어느 정도 됐는지 충분히 짐작게 합니다
그런데 만일 자살이라면 죽음에 이르는 수많은 방법 중에 왜 하필이면 남자는 이렇게 고통스럽고 힘든 죽음의 방법을 택했던 걸까요?
시신이 발견된 십자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 텐트
이 안에서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 핵심적인 열쇠가 될 두 개의 메모가 발견됐습니다
한 장은 꼼꼼하게 그려진 십자가 설계도
다른 한 장은 십자가 죽음의 순서를 암시한 듯한 이른바 실행 계획서였습니다
사망한 김 씨는 실제로 이 실행계획서에 적힌 내용과 상당히 비슷한 모습으로 발견됐습니다
십자가 밑에서는 자신의 몸을 때릴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채찍이 나왔고
시신의 허리와 목, 가슴 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습니다
못이 박힌 양쪽 팔은 압박 붕대로 고정 돼있었습니다
몸무게가 70킬로가 되는 남자의 시신이 사망 후에도 쓰러지지 않고 십자가를 지탱할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이었습니다
경찰은 바로 이 실행계획서를 단독 자살의 가장 유력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찰에서 직접 재연해 본 결과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좀 다릅니다
구멍 뚫린 한쪽 손으로 반대쪽 손에 구멍을 뚫을 수 있는 걸까
칼이 찔린 부위에서 다량의 출혈이 일어나는 동안 양손에 못을 박는 정교한 작업이 혼자서 가능할까
무엇보다 남자는 이 엄청난 고통을 대체 어떻게 견뎌냈을까?
텐트 안에서 작은 약병 하나가 발견됐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복용할 경우 일시적인 환각이나 마비를 경험할 수 있다고 알려진 심장약의 일종입니다
그는 약물에 취한 상태로 십자가에 올랐던 건 아닐까
하지만 부검 결과 남자의 위는 깨끗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채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얘깁니다
이 끔찍한 죽음의 과정을 종교적 신념 하나로 견뎌냈다는 겁니다
죽은 김 씨는 올해 쉰여덟의 택시기사
한때는 슬하에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둔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밝고 성실하데다 손재주까지 뛰어나 그는 종종 동료들의 차를 손봐주곤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는 평소 종교 얘기는커녕 교회에도 다니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소문 끝에 죽은 김 씨와 가장 가깝게 지냈던 동료 택시 기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가 기억하는 김 씨는 범죄 대상이 될까 두렵다며 콜택시 운영도 마다할 만큼 겁이 많았던 친구였습니다
그런 김 씨가 그렇게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자살을 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단 겁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당시 새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던 김 씨의 목소리는 밝았다고 합니다
자살 계획을 눈치챌 수 있는 그 어떤 암시도 김 씨에겐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김 씨에 관해 보여주고 싶은 게 하나 있다고 합니다
죽은 김 씨가 택시 영업 중에 들으라며 손수 녹음해서 선물해 준 노래들입니다
김 씨가 평소 즐겨들었던 건 다름 아닌 불교 음악입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김 씨가 특정 종교 생활을 해 온 흔적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대체 왜 십자가 위에서 그런 끔찍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걸까요
가까운 사람들이 보기에 교회도 나가지 않았고 게다가 불교 음악을 즐겨 들었다는 한 남자가 십자가에 스스로 못 박혀 죽었다
자살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앞뒤가 안 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타살이라고 하기에도 이 사건 현장은 범죄 공식에서 분명 벗어나 있습니다
범행 도구들이 사건 현장에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범행의 물증이 된 범행도구들이 사건 현장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은 이것을 사용한 것이 김 씨 본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부검 결과 남자의 사인은 옆구리 과다 출혈과 목졸림에 의한 질식이었습니다
만일 이게 단독 자살이라면은
남자는 옆구리를 칼로 찌른 후에
전동식도 아닌 이 수동식 드릴과 핀처를 사용해서 양손에 못을 박은 후에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이 줄에 목을 걸었다는 얘깁니다
글쎄요, 여러분은 혼자서 이런 일련의 모든 일들을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숨진 김 씨의 모습을 직접 본 사람들은 무엇보다 범행의 치밀함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손과 발에는 각각 다른 모양의 대못이 사용됐습니다
현장에서 나온 도구들을 보면 이곳에서 가공이 이루어진 걸로 보입니다
능숙한 솜씨였습니다
양손에 못을 박은 위치
그리고 양발에 난 구멍도 자로 잰 듯 정확했습니다
숨진 김 씨는 키 167센티, 몸무게 70킬그램
여기에 살짝 배가 나온 체형입니다
발만 겨우 걸치고 설 만큼 비좁은 발판 위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이렇게 정교하게 못을 박는 일이 가능할까
이 높이에 올라선 채 혼자서 정확히 두 발에 같은 위치에 못을 박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겁니다
양손에 못을 박는 건 더 어려운 과정입니다
보통에 손 드릴은 한 손으로 사용하기 힘든 구조로 돼있습니다
상처 난 한쪽 손만을 이용해서 이런 손드릴로 반대쪽 손에 구멍을 뚫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사건을 맡은 국립 과학수사연구원 중부분원은 십자가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과수 인력을 총동원해 집중 조사를 벌여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5일 국과수가 밝혀낸 십자가 죽음의 비밀이 단독 공개됐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이 증거물들은 사건의 실체를 증언해 줄 중요한 도굽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십자가 곳곳에 작은 글씨로 뭔가가 적혀 있습니다
죽은 김 씨의 체형까지 고려해 십자가에 매달릴 위치가 치밀하게 계산된 흔적입니다
십자가 죽음이 결코 우발적이거나 하루 이틀 사이에 계획된 일이 아니라는 걸 뜻합니다
그런데 자살이라고 하기엔 시신의 상처가 조금 달랐습니다
자살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깨끗한 상처
죽음을 주저한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이에 국과수 법의학 팀에서는 증거물을 정밀 감식한 한 편
현장에서 나온 실행 계획서를 근거로 십자가 죽음이 스스로 가능한지 집중적인 재연을 벌여 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미스터리의 답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국과수 설명을 토대로 김 씨가 사망할 당시의 모습을 3차원 그래픽으로 구현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오른쪽 발만을 십자가 위에 올려놓은 채로 못을 박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다음은 십자가 위에 올라서서
쪼그려 앉듯이 몸을 굽히자
왼발에 못을 박는 행동도 가능해집니다
부검 결과에 나온 못의 방향도 이 자세와 일치합니다
양발이 고정된 상태로 허리에 끈을 묶고
목과 가슴을 차례로 묶으면 양손만 제외하고는 십자가에 몸 전체가 단단히 묶이는 형태가 됩니다
그런데 사건 현장에서 범행과 무관해 보이는 물건이 하나 나왔습니다
거울입니다
모든 것을 예수의 죽음 그대로 모방하려는 사건 현장에서 성경에는 나오지 않았던 물건이 발견이 됐는데 그것이 거울입니다
그렇다면 이 거울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요
혹시 김 씨가 자신의 모습이 죽어가는 예수의 모습과 비슷하진 않을까 쳐다봤던 걸까요?
거울이 발견된 위치에 거울을 걸어보겠습니다
거울의 위치는 우리가 생각했던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거울의 위치는 허리 부분, 정확히 오른쪽 옆구리였습니다
거울을 이용해서 정확히 예수와 같은 부위에 칼자국을 남기려 한 듯 보입니다
그렇다면 공방의 핵심이었던 손의 경우는 어떨까
현장에서 발견된 드릴은 양손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손드릴이 아닌 한 손 드릴입니다
손에 난 상처의 위치 또한 정확히 뼈와 조직을 피해 갔습니다
반대쪽 손을 뚫는 이 손의 움직임에 거의 손상이 없었단 얘깁니다
양손 모두 못에 박힌듯한 자세의 비밀은 이 못 머리에 숨어 있습니다
못은 미리 십자가에 박아놓고 손등을 끼워 넣기 때문에 손바닥보다 손등에 남은 상처가 더 큽니다
그렇게 구멍 뚫린 양손을 압박붕대에 걸고 못에 끼워 넣자 십자가에 못 박힌 모습이 그대로 재연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출혈이 계속된 과정에서 몸이 쳐지면서 목을 졸린 흔적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장에 있던 도구들은 마치 실패를 대비한 듯 모두 두 자루씩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치밀하게 계획된 죽음, 충분한 사전 연습만 있었다면은 혼자서도 가능하다는 게 국과수의 소견입니다
보통의 자살 사건이라면은 이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죽음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종교적인 죽음이라면은 얘기는 좀 달라집니다
십자가 죽음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에 비춰볼 때 이곳에서 누군가 죽어가는 김 씨를 지켜보고 있었거나
적어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우리는 사망 직전 김 씨의 행적을 추적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4월 초 돌연 월세방을 빼고 5년간 운행해 온 택시를 처분했습니다
휴대전화까지 남김없이 해제한 걸 보면 그가 죽음을 준비한 건 틀림없어 보입니다
문경의 한 우체국에 나타난 이 모습이 살아있는 김 씨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CCTV 속에서 그는 분명 혼자였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 김 씨의 행적에 대한 묘한 증언 하나가 나왔습니다
김 씨가 죽기 직전 김 씨에게 차를 판매했던 직원입니다
그는 당시 매장을 나서던 김 씨가 누군가와 전화 통화하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고 말합니다
김 씨가 차를 계약하고 나오는 동안 누군가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얘깁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그가 산악회 회장과 함께 이 차를 탈거란 얘기를 여러 번 강조해 말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죽은 김 씨는 어떠한 산악모임에도 소속된 적이 없습니다
그가 산악회라고 부른 정체는 뭘까
또 김 씨와 동행을 약속했던 남자는 누굴까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 이 채석장엔 정말 김 씨 혼자뿐이었던 걸까
김 씨가 사망한 십자가에서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이렇게 텐트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텐트 안에는 성경책 한 권 있었고요, 이렇게 예수를 그린 성화도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독실한 종교 생활을 했을 법한 남자의 텐트였습니다
그런데 이 텐트에서 낯선 말로 쓰인 종이 한 장이 발견됐습니다
각각 라틴어, 헬라어, 히브리업니다
우리 말로 번역을 하면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 이란 뜻입니다
성경에 의하면은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에 붙어 있었다는 문굽니다
문경 십자가 죽음이 그만큼 예수의 죽음을 똑같이 재연하려고 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문구는 예수의 머리 위에 걸려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예수를 처형하려던 로마 병사가 걸어 놨습니다
문경 십자가 죽음이 예수의 죽음을 똑같이 재연하려고 했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은 김 씨의 머리 위에 이 문구를 걸어놔줄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닐까요
이것은 사건 현장 텐트 안에서 나왔습니다
컴퓨터로 작성한 탓에 이것이 김 씨 본인이 만든 건지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성경에서 일부러 이 구절만을 발췌해서 사건 현장에 남긴 걸 보면은 이것을 작성한 사람은 어떤 메시지를 남기려고 했던 걸로 보입니다
예수가 이 땅에 온 목적을 예수 스스로 설명하는 구절이라고 합니다
이 성경 구절이 죽음에 현장에 남겨져 있었던 이유는 뭘까
그런데 경찰 수사 결과 죽은 김 씨의 행적에서 묘한 사실이 하나 드러납니다
김 씨는 새 차를 산 후에 남동생을 불러낸 적이 있습니다
동생을 시켜 차량 운전석에 수건을 깔게 하고 그곳에서 기도를 올렸다는 겁니다
마치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는 듯 진지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뜻밖의 해석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무도 탄 적이 없었던 나귀라는 부분입니다
김 씨는 실제로 새 차가 출고될 때에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자신이 운전해야 한다며 김 씨는 창원에서 평택까지 직접 차를 가지러 갔습니다
그리고 마치 예수의 제자들이 예수를 태우기 위해 새 나귀에 겉옷을 깔아 주었듯이
김 씨의 동생은 영문도 모른 채 형이 시키는 대로 새 차의 운전석에 수건을 깔아 줬다는 겁니다
예수가 새 나귀를 타고 자신의 죽음이 예정된 예루살렘을 향한 것처럼 김 씨도 새로 산 차를 타고 문경으로 향했습니다
이 시나리오 대로라면 김 씨의 죽음은 이 순간 예정돼 있었던 겁니다
죽음의 의식이 시작된 건 4시 50분
텐트의 불이 밝혀 있던 걸로 미뤄 이것은 오후 4시가 아닌 새벽 4시 50분으로 추정이 됩니다
본격적인 준비는 5시부터 시작이 됐습니다
예수가 재판을 받던 그 시각, 실행 계획서대로 죽음에 준비를 시작했다면은
그는 아침 9시에 십자가에 올랐을 거라는 얘깁니다
사체가 발견된 당시의 모습도 성경에 나온 예수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예수가 가시면류관을 머리에 쓰고
죽기 직전 붉은 옷을 입고 있었다고 기록된 것처럼
탱자나무로 만든 가시관을 쓴 그의 주검 옆에서
붉은 가운이 발견됐습니다
실행 계획서에 이 문구는 성경과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발견 당시 부패가 심한 탓에 그의 사망 추정 시각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성경에 따르면
예수는 목요일에 열두 제자와 최후의 만찬을 갖고 금요일에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만일 김 씨가 예수의 행적을 그대로 따르려고 했다면 그가 십자가에서 사망한 날은 4월 29일, 금요일이라는 추정이 가능해집니다
그로부터 사흘 만인 5월 1일 평소 아무도 찾지 않는 폐채석장에 사람들이 찾아온 그날은
예수의 무덤을 찾아온 사람들이 그의 부활을 목격했다고 기록된 바로 그날이기도 합니다
예수가 부활한 날에 맞춰 기막힌 우연으로 찾아온 세 명의 목격자
그들은 왜 이곳까지 오게 된 걸까
인적이 드문 곳에 벌통을 놓기 위해 아들과 함께 이 산을 찾았다가 그는 이 동네 양봉업자 한 명을 소개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행은 채석장에 오르기 전에 이미 적당한 벌 자리를 찾았었다고 합니다
경치가 좋다던 동네 양봉업자에 이끌려 올라간 곳에서 발견한 것이 바로 김 씨의 시신이었다는 겁니다
그 양봉업자의 태도는 뜻밖이었다고 합니다
채석장 아랫마을에 사는 양봉업자는 알고 보니 전직 목사인 인터넷에 종교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찍은 9장의 사진 중 일부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2008년 가을, 죽은 김 씨는 그를 직접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주 씨가 운영하고 있는 홈페이지
죽은 김 씨는 이곳 회원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평소 홈페이지 관리를 하지 않는 탓에 그는 죽은 김 씨가 자신의 홈페이지 회원이었다는 걸 몰랐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3개월에 한번 회원 정리를 해온 내규로 봐서 김 씨가 최근까지 회원으로 있었던 건 그가 지속적으로 카페 접속을 해왔단 뜻입니다
창원에 사는 김 씨가 굳이 문경을 찾아든 이유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장 주변은 산새가 워낙 험한데다 한 때 출입통제까지 됐던 곳이라 외지인이 알리가 없다는 겁니다
채석장 아랫마을에 김 씨가 유일하게 방문했던 집
지난 주말 우리는 주 씨를 다시 찾았습니다
그는 며칠 전부터 집을 비운 상태라고 합니다
2008년 가을, 이곳에서 김 씨는 어떤 내용의 신앙 상담을 하고 간 걸까?
때맞춰 부활절에 찾아든 손님들까지.. 빈틈 없이 예수의 죽음을 재연한 이 십자가 사건에는 성경과 다른 내용 몇 개가 있습니다
바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날 제자들과 함께 한 최후의 만찬
그리고 그의 죽음을 지켜봤던 수많은 군중들의 존잽니다
예수의 옆구리에 상처를 낸 것 또한 군중들 사이에 있던 로마 병사였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토록 철저하게 예수의 죽음을 모방하려 했던 그의 의도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혹시 그날 이 채석장에는 김 씨의 죽음을 지켜본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던 건 아닐까
김 씨가 동행을 약속했던 산악 모임의 정체가 혹시 이들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만일 이곳에 또 다른 누군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흔적은 깨끗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때마침 내린 두 차례의 큰 비가 현장의 김 씨의 혈흔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지워버렸기 때문입니다
십자가 죽음은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죽음을 그대로 모방하기 위해 잘 짜여진 각본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중요한 게 빠져있습니다
과연 이 각본을 김 씨 본인이 썼을까요
각본대로라면 이 자리에 있었어야 할 나머지 등장인물들.. 그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사라져버린 이 퍼즐 조각만 찾을 수 있다면은 누가 김 씨에게 그런 믿음을 불어넣었는지,
한때는 평범했던 가장 김 씨가 왜 이렇게 끔찍한 의식의 희생자를 자처했는지 그 답을 찾을 수가 있을 겁니다
사라진 퍼즐을 찾아 나선 우리는 김 씨의 친구한테 뜻밖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죽은 김 씨는 상처가 깊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한땐 그도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성실한 가장이었습니다
김 씨의 아들이 지난 2000년 아버지에게 간 이식을 해주고 얼마 안 돼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겁니다
죽은 아들의 나이 불과 22살
김 씨는 아들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줄곧 혼자였다는 김 씨
그는 어딘가 의지할 곳이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수소문 끝에 죽은 김 씨 친누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누나는 김 씨가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연락을 끊고 산지 한참 됐다는 겁니다
형제들과 사이가 멀어진 건 김 씨 종교 문제가 컸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 씨는 일반 교회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한 걸로 보입니다
죽기 직전 그가 심취해 있던 것은 기독교와 도교, 불교가 혼합된 사이비 종교의 교리였습니다
정보를 주고받는 건 오로지 인터넷을 통해서였다고 합니다
이 믿음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평범한 종교생활을 해온 이들이 개인적인 충격을 겪으면서 기존의 종교를 부정하고 자신만의 종교를 만들어 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믿음은 결코 사람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모는 사이비 종교에 또 다른 얼굴일 뿐입니다
그들 스스로 빚어낸 신이 가져다준 건 구원이 아니라 끔찍한 비극이었습니다
사이비 종교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단체의 이름과 소속이 분명치 않습니다
그들은 주로 개인적으로 신앙 공부를 하자고 제안을 해옵니다
둘째, 성경과 같은 교리를 자의적으로 해석합니다
종말의 날짜를 약속하거나 구원을 자처하는 경웁니다
셋째, 신앙생활하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는 경웁니다
죽은 김 씨의 경우 이 세 가지에 모두 해당하는 종교 생활을 해왔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좀처럼 그의 종교 생활을 알아채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위험한 믿음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무관심이었습니다
우연히 채석장을 찾은 세 명의 목격자가 김 씨의 시신을 발견할 때까지 김 씨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챈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습니다
평범한 한 남자가 십자가에 오를 결심을 하고 외로운 예행연습을 반복하는 동안에 남자의 변화를 눈치챈 사람은 그의 곁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남자를 구원해 줄 수 있는 건 정체 모를 그의 신이 아니라 어쩌면은 병원 치료를 독려하고 그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주위에 관심일지도 모릅니다
문경 십자가 죽음을 단지 한 광신도의 죽음으로만 외면해 버린다면은 우린 또 다른 십자가 죽음을 목격할 수 있을 겁니다
첫댓글 이거개소름
헐 ㅠㅠㅠㅠ 뭔가 슬프다
이거 레전드란건 알고있었는데 엄청 오래된거라서 처음봐!! 진짜 소름이다....
아 지짜 너무 소름이다..
와 대박.. 진짜 소름이다.. 그알도 진짜 대단하다.. 사이비 진짜 세상에서 사라져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