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정기진찰을 위해 쉬는 날 의사가 있는 산안토니오를 다녀왔다.
왕복 8시간이 넘는 긴 시간, 아내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천일야화처럼 들려주고, 난 운전을 하며 그 이야기들을 들었다.
여러 이야기들 중에 아들이 아내에게 해준 이야기 하나가 찡하게 가슴에 남았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아들이 아내에게 해주었던 모양이다.
공부는 잘했지만 가난한 어느 시골 학생이 서울대학으로 면접시험 보러 가던 날, 어머니는 왕복 고속버스 차표와 돈 만오천 원을 마련해 주셨다.
서울 도착해서 지하철을 타고 식사를 하고 찜질방에서 잠을 자기에 빠듯한 돈이었다.
강남 고속터미널에 내려서 두리번거리던 학생은 잠시 후 주머니에 넣어둔 돈이 없어진 걸 알았다.
그 돈을 마련하려고 엄마가 얼마나 고생했을지를 아는 학생은 절망에 빠졌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어물어 서울대를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걷다가 걷다가, 해는 졌고 배는 고프고 다리는 아프고... 막막해진 학생은 길옆의 어느 아파트로 들어가 화단 옆 벤치에 앉았는데, 터져 나오는 울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때 아파트 경비아저씨 한 분이 다가와 그렇게 서럽게 우는 자초지종을 물었고 학생은 숨김없이 그날의 일들을 털어놓았다.
다 듣고 그 학생을 경비실로 데려간 아저씨는 야식으로 드시곤 하던 라면을 하나 끓여 학생에게 주셨고, 다 먹자 간이 침상에서 일단 눈을 붙이라고 권하셨다.
다음날 임무 교대를 한 아저씨는 낡은 승용차에 그 학생을 태워 서울대 앞에 내려주시고 떠나셨다.
학생은 그 후 서울대에 합격해서 첫 학기 내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50만 원으로 그 경비아저씨를 찾아가 양복을 한벌 맞추어 드렸는데, 극구 사양하던 아저씨는 그 학생의 간곡한 눈빛을 보시고는 결국 기쁘게 받아주셨다는 이야기.
아들은 대학에서 3D 그래픽을 전공했지만, 코로나 팬데믹과 그 분야 산업의 침체로 취업이 힘들었고, 심기일전 두 번째로 하고 싶던 특수아동교육 공부를 시작했었다. 1년 반의 교과과정이 끝나고 작년 가을학기엔 교생실습도 열심히 하면서 특수아동교육 선생이 되기 위한 자격시험도 통과를 했다.
이제 곧 그 분야 선생으로 취업할 수 있는 학교들에 이력서를 내볼 준비를 해야 하는 아들.
내 눈에는 아직 어려 보이는 그 아들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특수아동들의 선생이 된다는 것이 자못 미심쩍었는데... 아들이 그런 이야기를 제 엄마에게 해주며 '가슴 따뜻한 이야기지?' 확인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크게 안심이 되었다.
막상 현실적인 일로 부딪히다 보면 어려움도 많이 겪겠지만 따뜻한 이야기들을 품은 가슴으로 앞으로의 어려움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겠구나...
그들과 함께하며 배우고 깨달으며 더 넓고 더 따뜻한 가슴으로 그들을 사랑하는 멋진 청년이 되겠구나...
박수 쳐주고 싶었다.
<아들의 3D 그래픽 졸업 작품. 경주 불국사>
첫댓글
남의 집 아들 이야기 이지만,
그 이야기를 엄마에게 옮기는 아들과 엄마의 대화가
따뜻합니다.
학생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경비 아저씨도 참 고마운 분이지요.
아드님의 3D작품,
불국사 전면과 다보탑 석가탑이 보이는 작품,
유구한 역사를 지닌 불국사의 모습이 너무 멋집니다.
요즘은
아들자랑 못하는 사람이 팔불출입니다.^^
특수아동교육 선생님이 되실 아드님께
기대와 응원의 박수 드립니다.
아들이 졸업작품 준비하며 뭘 하면 좋을지 묻길래, 불국사 한번 해보렴 했는데 멋지게 잘 했더라구요.
타국이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좋은 선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팔불출이라도 감동입니다.
그 학생에 감동하고
그 학생을 뛰어 넘는 아드님에 감동하고
아드님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아 남편에게 전한 부인에게도 감동입니다.
결국 마음자리 님이 팔불출이지만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다 감동의 대상이네요.ㅎ
네. 그래서 기꺼이 팔불출 자처했습니다. ㅎ
위의 서울대 합격생 이야기는 나도 들은적이 있습니다
좌우간 아드님은 훌륭합니다
팔불출 아버지가 될만 합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그런 이야기들이 모여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해지리라 굳게 믿습니다.
참 감동입니다.
팔불출이면 어떻습니까.
감동의 이야기를 감동으로
전할 수 있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데요.
엄마한테 이야기 해주는 아드님,
그리고 그 이야기 듣고 있는 엄마.
모자의 다정한 모습이 그려집니다.
아드님의 3D 작품 멋있습니다.
네. 팔불출도 넉넉히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감동적입니다.
저도 큰 박수로 칭찬합니다.
아울러 장거리 여정..
부부가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며 가는 길..
그 따뜻함이 세인들에게 귀감이라는 생각이군요...^^
늘 공감하며 가을이오면님 글을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전엔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계속 할 수없었던 학생들이 많았죠.
따뜻한 이야기에 추워에 움추렸던 마음이 훈훈해 집니다.
이런 팔불출은 쑥스러워 마시고 적극
알리셔도 좋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다정스럽고
따뜻한 가족애가 보입니다.
부모가 선하게 살아가면
자식들이 선하게 살아가네요.
제 두 아들이
저와 여러 대화를 나누고 사는데
이번 설날 점심을 맛있게 마주보며
먹었는데
맛있게 먹는 저에게 막내가 해준 말이
가슴속에서 맴도네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으세요'
이 따뜻한 말이 참 좋았습니다.
네. 저도 그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아드님이 빨리 ai를 가까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