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어느 날 진짜로 이혼신청서를 냈다
“10시에 법원 앞에서 만나”
나는 겁주는 말을 남기고 출근을 했다
10시쯤 남편에게
법원에 도착했다며 전화가 왔다
치맛자락 대신 전화기를 붙잡고 다시
잘살아 보자 할 줄 알았는데...
민망한 나는 당분간 여행을 다녀오겠노라
가방을 싸서 집을 나왔다
바쁘게 일할 땐 갈 곳도 많더니
막상 나오니 갈 데가 없다
서울 역 가는 길에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통장에 돈 넣어 놨으니
삼시 세끼 밥은 굶지 말고 다녀라’
여비자금을 찾기 위해 은행을 찾은 나는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했다
며칠 전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 한도금액이
내 통장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아야
갚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이 양반이 미쳤나?... 남편에게 전화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주머니께서는 그냥 쓰기만 하면 되십니다
이혼하면 내 이름으로 대출한 돈은
내가 갚는 건데 당신이 왜 걱정이고....
댕기는 동안
밥은 굶지 말고 싸돌아 다니라고요"
나간 지 하루를 못 넘기고 집에 들어온 나에게
남편은 말했다
"하늘의 별도 달도 따주고 싶은
사랑하는 부인이 원하는 건데 뭔들 못 들어 주노?
이혼이 뭐 어렵나? ... 그 간단한 것을.... 하하하"
이후 마이너스 통장의 숫자는 몇 년이나
우리 삶에 따라다녔다
그것이 작전이었더라도
우리가 함께 모은 전 재산을
헤어질 부인의 안녕을 위해 몽땅 내어준 사건!
감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