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을 위한 새 모임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카페 건물 3층에 있는 투룸에서 어린이들이 설교를 듣고, 소모임을 하고, 밥을 먹을 겁니다. 3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예배를 엽니다. 공구상가에서, 감리교회당에선 항상 함께 예배를 드렸는데, 어른도 어린이도 수가 늘어나면서 다른 공간에서 예배드리다가, 오늘부터 함께 예배를 열고, 설교 시간에는 나누어 예배 드리기로 했습니다. 함께 예배드리니, 예배당이 그득합니다.
예배 후, 피자를 나눠먹었습니다. 카페에서 예배드리면서 공간의 제약이 있어 성만찬을 따로 하진 않습니다. 피자와 콜라는 빵과 포도주만큼 멋나지 않지만, 예수님의 몸처럼 피자를 먹고, 예수님의 피처럼 콜라를 마시면 좋겠습니다. 모든 음식과 마실 것을 예수님의 몸과 피를 대하듯 먹고 마시면 좋겠습니다. 무엇을 먹고 마시든, 예수님의 몸과 피가 내 것 되는 신비가 현실이면 좋겠습니다.
피자와 콜라를 먹고, 어떤 이는 커피를 마시면서 삼삼오오 담소를 나눕니다. 청년들과 청소년들은 요즈음 톨스토이의 단편을 읽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었습니다. 사람에게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에게 없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 톨스토이를 통해 들었습니다.
박아람 전도사와 유근중 전도사와 식사하며 회의했습니다. 유근중 전도사는 커피 로스팅을 공부하며, 커피숖에서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민들레와달팽이'에 유전도사 만드신 커피향이 배겠습니다. 박아람 전도사가 추천한 안셀름 그륀의 '아래로부터의 영성'을 조금씩 읽기로 했습니다. 먼저 읽고, 장년과 청년들에게도 소개하겠습니다.
승합차 발전기를 교체했습니다. 자동차가 움직이면, 엔진이 돌아가면서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고 합니다. 차내 발전기가 주행 중에 전기를 생산하고, 자동차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네요. 움직이는 차는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사람에게도 발전기 같은 부품이 있을까요. 행동하는 사람만 갖게 되는 에너지나 기운이 있을까요.
저녁에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수리야'씨와 초등 과정 검정고시 공부를 했습니다. 수리야 씨는 한국에 온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인하대학교에서 토픽 시험을 보고, 검정고시 공부를 하기 위해 왔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중등과정을 공부하지 못했고, 초등학교도 환경이 썩 좋지 않았지 싶습니다. 학습의 경험이 거의 없지만, 검정고시 수업을 듣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합니다. 사진은 영어 공부를 하던 것인데,
오늘은 과학 공부를 했습니다. 문제 중에 회로도에 관한 게 있었는데, M이라 그려진 게 무엇인지 모르겠더군요. 기계공학 석사인 후배에게 카톡으로 물어가며 함께 문제를 풀었습니다. 소잡는 칼로 닭잡는 격이지만, 뭐 어떻습니까.
'분해'라는 단어가 어려워 캄보디아 사전을 찾아봤는데, 사전을 보던 수리야 씨가 "'분해'뜻이 '이사'에요?"라고 묻습니다. 캄보디아 사전이 썩 친절하지 않은 터라 뭔가 잘못된 풀이겠거니 생각하며 아니라고 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러고는 모나비 153볼펜을 스프링까지 '분해'하면서 '분해'의 뜻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찬찬히 생각하더니, 캄보디아에서는 '분해'에 '이사'의 뜻이 있다고 더 설명해줍니다. 캄보디아에서는 이사할 때, 전등이나 수도꼭지 같은 주택 내 시설까지 전부 '분해'해서 가져간다고 합니다. 우리말 '분해'를 캄보디아 사전에선 '이사'로 풀어낸 사연입니다. 수리야 씨와 검정고시 과학 문제를 풀다가 캄보디아와 한국의 이사 문화에 대해서까지 얘기하게 됐습니다. 오늘 제대로 공부하는 날입니다.
앎은 충분하지 않네요. 내가 아는 데 까지만 아는 겁니다. 초등학교 검정고시 문제집에도 김목사가 아직 모르는 게 녹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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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5일, 맑으니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