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과 아름다움의 도시 여수에서
방학에 들어가면서 15명의 교직원이 여수시 일원, 그리고 금오도까지 1박 2일의 일정을 잡아 떠나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여수는 다녀올 때마다 왠지 쓸쓸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여수에 계시는 어머니 같은 여류시인과 편지를 나누는 내 작은 이야기에서나 가끔 일상의 연결로 다녀오게 되는 그 곳 여수는 늘 쓸쓸하고 마음 짠해오는 도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직원들과 함께 여행의 설레임으로 다녀오면서 뭔가 뚝 떨어져 빛나고 있는 별이랄까? 하는 특별한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되었다. 우리 일행은 나주에서 차분한 오후에 출발하여 여수에 도착하니 해질녘, 저녁식사를 유명하다는 횟집을 선정하여 첫 밥상을 받았다. 물론 세계를 겨냥하는 관광지인 만큼 깔끔하고 음식의 맛과 양이 만족스러윘다. 전라도 인심이라는 과거의 이미지와 달리 남김 없이 비우고 행복감으로 일어설 수 있을 만큼의 서비스가 좋았다. 우리는 하룻밤을 묵기 위하여 HS호텔에 여장을 풀기로 했다. 숙박시설 또한 기대 이상으로 깨끗하고 아침 식사 또한 부담 없이 접할 수 있어 전라도음식의 맛과 정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은 일찍 서둘러 신기항으로 향했다 신기항 부두에서 일부 자동차들은 금오도까지 들어가는가 하면 우리는 그 곳 택시를 이용한다는 계획으로 30분 정도 뱃길을 가르고 떠났고 도착하여 역시 부부가 운행하는 두 대의 택시를 우리직원의 인원과 맞추어 탑승을 하여 금오도 둘레 3코스를 목표로 출발했다. 그 시각 지척인 나주에는 눈보라가 친다는 소식이었으나 봄 날 처럼 따뜻한 날씨에 감사하며 둘레길 산행을 시작했다. 3코스는 해안절벽과 비경을 함께 관광할 수 있었는가 하면 적당히 오르고 내리고 하는 등반길이 부담 없이 좋았다. 특별히 내 눈에 걸린 동백 숲이 어우러진 3코스에는 아직 꽃이 귀해 가끔 한 송이씩 핀 동백꽃이거나 떨어져 누운 꽃송이가 가슴에 머무는 것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핸드폰에 부지런히 메모하면서 걷기도 했다.
금오도 동백
머금을 수도
뱉을 수도 없는
여수앞바다를
난황 같은 가슴으로
품은 한이런가?
꽃이 귀한 금오도에 꽃으로 피어
평생을 바라보기 하다가
붉게 져버린
금오도 동백
너 때문에 흘린 땀이
너 때문에 내 가슴에
피멍 되어 맺혔다.
김용택 시인이 선운사 동백을 노래하고 선운사 위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면 나는 금오도 동백을 노래하고 짠한 가슴에 피멍들어 울었다. 오밀조밀한 3코스 중간 중간에 탁 트인 전망대를 바라보며 쉼 호흡을 나누는 것 또한 맛깔스런 등반의 묘미였으며 끝자락에 자리한 오뎅 국물 한 사발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힐링의 맛 이였다. 이렇게 우리는 금오도를 뒤로하고 맛 집으로 유명한 장어탕을 맛보기 위해 찾았고 떠나기 전 점심시간에 우리 직원 모두는 업무 협의에 버금가는 여수를 칭찬하고 각자 다시 오겠다는 나머지의 약속을 남기고 돌아왔다. 나 또한 딸아이가 결혼을 한지 1주년이 되는 2월 2일이 설 연휴와 겹쳐 사위와 딸을 이곳으로 안내하여 다시 한 번 새 가족의 설계를 위하여 후원하리라 계획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