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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운다`를 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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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어제, 나무 심으라는 휴일이었으나 나무 심기는 고사하고 화분 하나 돌보지 않고 뒹굴 거리다가 영화를 한 편 보았다. 류승완이 감독하고, 최민식, 류승범이 주연을 맡은 “주먹이 운다.” 한때는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고 미래에 대해 푸르른 꿈을 꾸었던, 그러나 지금은 빚쟁이에게 시달리며 마누라에게 버림 받을 처지에 있는 오직 권투만 할 수 있는 39세 사내(강태식)와 할머니와 홀아버지 밑에서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오로지 자신의 주먹과 깡으로 희망이랄 것도 없는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19세 청년(유상환)의 이야기다. 영화의 앞부분은 이들이 각각 얼마나 망가진 삶을 살고 있는지를 오래 보여줬는데, 이 때 내 자신의 현주소를 깨닫게 되었다. 그 모습이 아프게 다가오는 게 아니라, 보기가 싫고 짜증나는 것이었다.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야기가 지저분하고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어느 사이 난 가난하고 불행한 이웃들 속에 있지 않았다. 기도할 때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기도했지만, 이 사회의 부조리니 제도의 모순이니 떠들어 댔지만 난 그들과는 멀찍이 물러서 있었다. 저녁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 빠져, 온 세상은 재벌의 아들, 딸과 가슴 저리는 사랑이나 나누고 넓은 정원을 가진 멋진 저택과 실내장식이 우아한 카페에서 포도주나 마시면 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이 지저분한 이야기는 나를 엄청 불편하게 만들었다. 요즘 영성이니 수련이니 하는 말이 마음에 다가와 마음을 다스려준다는 책을 기웃거리며 정신적(?)으로 놀아 볼까 하는데 ‘정말 아직도?’하는 물음과 함께 내가 참 초라해지고 우스워졌다. 그 둘은 각각 절망의 밑바닥을 치고 일어서는 방법으로 권투를 택했다. 39세 전 은메달리스트는 신인왕전에 도전하면서 다시 한 번 일어서리라 이를 악물고, 19세 밑바닥 인생은 자신도 인간답게 살아갈 기회를 잡기 위해 신인왕전에 목숨을 걸었다. 결국 그 둘은 결승전 링 위에서 만났고 죽을 힘을 다해 때리고 맞고 또 때리고 맞았다. 얼굴이 다 깨져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그들은 주저앉지 않았다. 보통 결투를 할 때는 내 편이 있는 법이다. 그러나 이 링 위의 시합은 모두 다 내 편이었다. 모두 다 이겨야 했다. 그리고, 게임을 다 끝냈을 때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었다. 이긴 강태식도 진 상환이도 모두 웃었다. 다 깨진 얼굴 가득 피어오르는 미소는 무엇이었을까? 태식이가 상환이가 보여준 그 미소를 떠올리며 한편으로는 그런 치열한 결투를 치러본 이들이 부럽다는 생각도 쬐끔 해 본다. 최민식과 류승범은 정말 뛰어난 배우다. (2005년 4월6일) |
첫댓글 이글 읽다가 국 다 쫄았네. 권사님 책임지슈! 영화 한편 떼기가 쉽지만은 않네요.
최 장로님1 고만 퍼 나르시지요!
문화생활도 같이 좀 합시다. 계속 퍼날라주세요. 부탁해요!
언제간 최장로님의 좋은글의 올라오기길 ....
어찌 이렇게들 글들을 잘쓰나? 안봤어도 완전 비디옵니다.
어찌 이렇게들 글들을 잘쓰나? 안봤어도 완전 비디옵니다.
어찌 이렇게들 글들을 잘쓰나? 안봤어도 완전 비디옵니다.
카페지기님 또 세개가 됬네요. 죄송. 지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