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그 아름다운 패배 <경북매일신문칼럼2008,11,14,금>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오바마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매케인은 선거에 패배했다. 그러나 그의 매너는 미국뿐만 아니라 선거결과를 지켜보는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과 잔잔한 기쁨을 안겨 주었다. 매케인의 아름다운 뒷모습은 미국사회의 성숙한 정치문화와 참된 민주주의가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매케인은 선거가 끝난 즉시 주요 언론매체들이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패배를 시인하고 그의 당선을 축하해주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발견하는 성숙한 선거문화의 모습이다.
매케인 후보는 이어 수천명이 운집한 애리조나 피닉스의 빌트모어 호텔에서 지지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아내 신디 여사와 함께 연단에 올랐다. 그의 모습은 당당했다. 마이크 앞에 선 매케인은 "오랜 여정을 끝내야 할 때가 됐다"면서 "오바마 후보는 역사적인 승리를 통해 자기 자신과 미국을 위해 대단한 일을 해냈으며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어 "대통령선거가 길고 험난한 경쟁이었고 그의 역량과 불굴의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매케인은 계속해서 오바마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바마는 그동안 대선에 별 영향을 못 줄 거라고 잘못 인식돼온 수백만의 미국인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줬고 결국 승리했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역사적이었다. 아프리칸아메리칸(흑인)들에게 이번 대선이 얼마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오바마 의원과 나 사이에는 견해차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오바마 의원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직면한 도전을 헤치고 우리를 이끌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도울 것을 약속한다"면서 지지자들에게 당파적 견해차를 접고 미국을 다시 움직여 나가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참으로 감동적인 연설이다. 그리고 그 패배자의 연설은 듣는 이로 하여금 눈물을 머금게 하는 대목이다.
매케인은 연설 도중 그가 오바마의 이름을 언급하며 축하한다는 말을 하는 순간 지지자들이 야유를 보내자 매케인은 손사래를 치며 청중들에게 절제 있는 자세를 주문하기도 했다.
매케인은 선거에 패배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지지자들에게 “오늘밤 우리가 낙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내일 우리는 다시 미국을 전진시킬 것입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싸웠고 아쉽지만 패했습니다. 선거 패배는 여러분의 몫이 아닙니다. 오직 저의 몫일뿐입니다."라고 말해 오히려 지지자들을 위로했다.
끝으로 자신의 가족과 선거참모들,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러닝 메이트인 새라 페일린에게도 “지금까지 내가 본 부통령 후보 가운데 가장 열정적이고 훌륭한 태도를 보여줬다” 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역시 매케인은 베트남 참전 전쟁영웅답게 신사적인 사람이었다. 사실 매케인은 그의 국가관이나 정치적인 경험으로 볼 때 대통령으로서의 덕망과 자격을 갖춘 지도자였다. 다만 미국의 금융 위기라라는 시기를 잘못만나서 고배를 마셨을 뿐이다. 만약, 미국에 심각한 경제 위기가 닥쳐오지 않았고 사람들이 경제 살리기에만 목을 매지 않았다면, 매케인이 이렇게 맥없이 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이라크 전쟁 등으로 임기 중에 유래 없는 지지율 하락과 래임덕을 겪었던 부시의 지지율 하락이 선거초반부터 매케인에게 너무 불리한 선거전이었다. 사실 매케인의 대북강경정책만 아니라고 한다면, 한, 미 관계에 우호적 이었던 매케인이 오히려 한국에게는 더 필요한 미국 대통령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72세의 노장 매케인, 그는 흰머리를 휘날리며 정치의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패배자의 아름다움은 정치하는 사람들에게는 귀감이 될 것이며,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깨끗하고 멋있는 매케인으로 영원히 기억 될 것이다.
이번 선거는 역시 미국이 왜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나라인가를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오바마의 겸손한 승자의 모습, 그리고 매케인의 아름다운 패배자의 모습, 그리고 미국사회의 성숙한 모습은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역시 미국은 미국다웠다. 승자나 패자나 다함께 즐기는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그리고 매케인, 그는 비록 선거에는 졌지만 그의 인격과 인간미는 결코 패하지 않았다. 매케인, 그, 패배자의 아름다운 모습이여!
<김기포, 포항기계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