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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파트가격이 예상 밖으로 급등하면서 금전적인 이해관계를 둘러싼 안타까운 분쟁과 갈등을 부
쩍 자주 상담하게 된다. 아파트가격이 급등하게 되면 매도인으로서는 받은 계약금 2배를 반환하고서라
도 계약을 해제하고 싶어한다. 민법 제565조에 의한 해약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해약권과 관련
해서 법적인 해석이 간단치 않은 점이 있어 많은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상담한 사례들
을 중심으로 설명하되..... 법률관계가 복잡하고 쟁점이 많아 사례별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 첫 번째 사례이다.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아파트를 소유한 [갑]이, 최근 이 아파트를 6억원에 매도하면서 계약금 6천만원,
중도금은 1억원, 잔금은 4억4천만원으로 정하였다. 그런데, 매수인 [을]이 계약당일 2천만원 밖에 준비
하지 못해 나머지 계약금 4천만원은 계약체결일 3일 후에 갑의 구좌로 송금키로 하였다.
그런데, 계약한 바로 다음날 향후 아파트가격급등을 직감한 [갑]은, 계약을 해약하는 것이 유리하겠다
는 판단을 하면서 중개업자를 통해 지급받은 계약금 2천만원의 2배인 4천만원을 반환할 예정이니 계약
을 해약하겠다는 뜻을 매수인 [을]에 전달하였다. 그러나, 매수인 [을]로서는 어떻게든 계약을 유지하
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나머지 계약금4천만원을 약속한 날에 [갑]의 구좌에 송금
한것은 물론이고, 계약후 1달 후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중도금 1억원도 계약금 4천만원과 함께 미리 송
금해 버린 것이었다. 이에 당황한 [갑]이 필자의 법률사무소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이 사안은 법률쟁점을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과연 약정된 중도금지급기일 이전에
중도금이 지급되었다고 하더라도 계약을 해약할 수 없는 것인지의 문제이고, 두 번째는 계약해약이 가
능하더라도 얼마의 금액을 [을]에게 반환해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먼저 첫 번째 쟁점부터 살펴보자.
매도인이 계약금 2배를 매수인에게 지급하고서 계약을 해약할 수 있는 시기는 제한되어 있다.
민법 제565조에서는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행에 착수할
때”의 해석과 관련하여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도금지급기일”라고 해석하는데, 문제는 약속한
중도금지급기일 이전에 중도금이 지급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그 뒤로는
더 이상 계약을 해약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일정한 기한
까지 해약금의 수령을 최고하며 기한을 넘기면 공탁하겠다고 통지를 한 이상 중도금 지급기일은 매도
인을 위하여서도 기한의 이익이 있으므로.. 이 경우에는 매수인이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매수인은 매도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행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으며, 매수인이 이행기 전에 일방적으로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하여도 매도인의 계약해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대법원 1993. 1. 19. 선고 92다31323 판결).
따라서, 이 점에서 본다면 위 사례에서 [갑]의 경우에는 [을]의 중도금지급에 불구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두 번째 쟁점은..... 얼마의 금액을 지급해야 해약이 가능한지의 문제이다.
우선, 위 사례에서와 같이 약정된 계약금(6천만원) 중 일부(2천만원)만이 계약금으로 실제수수되고 나
머지는 수수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계약을 해약하고자 할 때는..... 약정한 계약금을 기준으로 2배를
상환해야 하는지, 아니면 실제 지급된 금액만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학설상
논란이 있지만, 다수설과 판례는 기본적으로는 실제 지급된 금액만을 기준으로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계약서상으로는 "중도금 지급 이전에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계
약서상에 기재된 계약금은 비록 6천만원이지만, 법률적으로 계약금계약은 요물(要物)계약성을 가지기
때문에 실제로 교부된 금액만이 계약금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따라
서 이러한 입장에 의한다면 비록 지급하기로 약정은 하였지만 실제로 지급되지 않은 계약금 부분에 대
해서는 계약금으로서의 효력이 없는 것이다.
이 점에 관한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본판례는 이러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
만 우리 대법원은 계약금이 미처 준비되지 못한 매수인이 일단 형식상으로는 매도인에게 약정한 계약
금을 모두 지급한 것으로 하되... 다만 이를 다시 매도인으로 돌려받아 매수인이 보관하는 형식으로 현
금보관증을 매도인에게 작성해준 것이라면,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는 실제로 계약금이 교부된 것으
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매수인으로서는 약정한 계약금을 모두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여, 요물계약성
을 다소 완화하여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1991.5.28. 선고 91다9251 판결, 대법원 1999. 10. 26. 선고 99다
48160호 판결).
그런데, 이 사안에서는 갑이 해약의 의사표시를 하자, 곧바로 을이 미지급한 나머지 계약금 4천만원과
중도금 1억원까지 함께 송금해 버렸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위에서 본바와 같이 해약의 시기와 계약금의 요물성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만약 갑이 해약의 의사표시
와 동시에 실제로 지급받은 계약금 2천만원의 배액인 4천만원을 [을]에게 지급하거나 공탁해버렸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계약이 적법하게 해약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갑]은 "받은 계약금의 2배를 돌려줄테니 해약하겠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만 을에게 전달하였
을 뿐....... 실제로 계약금 2배를 지급하지는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으로부터 나머지 계약금과 중도금을
송금받아버렸는데, 바로 이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민법 565조에 의한 해약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행의 착수 이전에 계약을 해약하겠다는 의사표시만
을 해서는 안되고, 계약금의 배액을 “이행제공”하여야 하는데 (“이행제공”이란, 사안마다 다를 수 있지
만 보통의 경우에는 돈을 지참하고 상대방이 받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갑]의 경우에는 단
순히 계약해약의 통보만 하고 계약금배액을 이행제공하지 않았으므로, 적법하게 계약이 해약되지 못한
상태에서 나머지 계약금과 중도금이 지급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이행제공 없이 단순히 해약의 뜻만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여 계약이 적법하게 해약되지 않아 여전
히 계약이 유효한 상태에서 나머지 계약금이 추가로 지급되었으므로 일단은 나머지 계약금지급은 유효
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점에 대해서는 “신의칙”이라는 차원에서 나머지 계약금의 지급
에 문제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여지는 있다). 이렇게 본다면,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가
운데 중도금을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중도금지급기일 이전에는 계약금의 배액을 제공하여 계약을 해제
할 수는 있지만, [갑]이 지급하여야 할 금액은 1억2천만원(계약금 6천만원 ×2)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법에 무지하여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함으로 인해 불필요한 손해를 입게 되는 사
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 두 번째 사례이다.
갑은 과천시 소재 아파트 1채를 매매대금 2억2천만원에 을에게 매도하면서, 계약당일에 계약금 2천만원
을 지급하고, 중도금 8천만원은 1달 후에 나머지 잔금 1억2천만원은 2달 이후에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다만, 갑은 양도소득세 문제로 아파트 이전등기는 계약체결과 동시에 미리 넘겨주었다.
그러나 그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게 되자, 갑은 중도금지급기일 이전에 계약금의 두배인 4천만원을 을
에게 지급하고 해약하려 하였으나,을은 중도금지급기일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이전등기를 받은 상
태이므로 계약이 이행에 착수한 이후이어서 해약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에 갑은,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
와 해결방법을 문의하게 되었다.
해약에 관한 민법 565조에 의하면, “이행에 착수”하기 이전에 해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다
른 사정이 없는 한, 이행착수라는 시점은 중도금(내지 중도금이 없을 경우에는 잔금)지급기일까지로 해
석된다. 그러나 중도금지급기일 이전이라도 이행에 착수할 수 있는 바, 이 사건과 같이 중도금지급기일
이전에 미리 이전등기하는 경우가 그 전형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행의 착수 시점 이전에만 해약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민법 565조는 법률상 강행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간의 특약으로 이를 변경할 수 있다(통설). 다시 말하면, 이행에 착수된 시점 이후
에도 계약금배액상환 내지 계약금포기를 조건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을 당사자간의 특약으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갑을간에 체결된 매매계약서를 자세히 살펴본 결과, “매도인은 매수
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기 전까지는]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또한
매수인도 계약금을 포기하고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결국, 중도금지급 이전에는 해약이 가능하도록 특약하고 있어, 을에 대한 이전등기를 이행의 착수로 해
석한다고 하더라도 위 특약에 따라 중도금지급 이전에는 해약이 가능할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이러
한 판단에 따라, 갑으로 하여금 계약금의 배액인 4천만원을 을 앞으로 공탁하게 하였다.
[참고] 위에서 "중도금을 지급받기 전까지" 이라는 용어가 중요함..... 위에서 말하는 미리 이전등기 한
경우는 "이행에착수"한 때이므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음.... [용어]에 혼동하지 마시길<인수봉>
▣ 세 번째 사례이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던 갑은 을에게 그 아파트를 매도했는데 계약금 5천만원을 지
급받은 이후 아파트 값이 급등하자, 처음에는 중개업소를 통해 계약금 배액을 지급하고 해약할 것 같은
태도를 취하더니, 중도금지급기일이 임박하자 연락을 일방적으로 끓어버렸다. 이에 을은, 답답한 마음
에 계약을 이행할 것인지, 아니면 약속대로 계약금 2배를 지급할 것인지를 독촉하는 서면을 보냈다.
그런데, 느닷없이 갑은 아파트를 담보로 여러 건의 근저당권을 임의로 설정해 버렸는데, 문제는 설정된
여러 건의 근저당권 채권최고액 합계가 계약금을 제외하고, 을이 갑에게 지급해야 할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을 합한 6억원을 초과하는 7억원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을로서는 현재의 상태 그
대로 아파트를 이전등기받게 되면 지급해야 할 중도금의 잔금을 초과하는 금액의 근저당채무를 떠안게
되는 결과가 된다. 이에 을은 갑에게 강력하게 항의하였지만 갑은 자신의 채권자들의 독촉으로 어쩔 수
없이 담보를 설정해주었다고 변명하기만 할 뿐 시정조치는 취하지 않고 매우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당황한 을이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하였은데... 당초 을은, 계약금의 2배를 반환받고 계약을 종결할
것인지, 아니면 아파트 이전등기를 넘겨받는 절차를 밟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필자가 갑
을간의 매매계약서를 검토한 결과 매매계약서상에 상대방의 계약위반에 대한 위약금조항이 기재되어있
지 않았고, 단지 해약금조항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따라서, 비록 아파트를 매도한 갑이 일방적으로 상당
한 근저당을 설정하여 계약이행을 거부한 것은 갑의 계약불이행 즉, 위약이 분명하여, 이를 이유로 을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는 있지만, 위약금조항이 존재치 않아 손해배상으로 계약금의 2배를 배상 받기는
곤란한 것이다.
즉, 갑의 계약위반으로 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될 수 있지만, 손해배상청구는 실제 손해를 입증하여야만
가능한 것이지 계약금의 2배를 당연히 손해로 청구할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갑의 계약
위반으로 발생한 실제 손해를 입증하기가 곤란하다는 점에 있는 것이다. 결국, 위약금조항이 없는 매매
계약을 체결한 을로서는 갑의 위약을 이유로 한 계약해제절차를 무작정 진행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을에게, 계약해제절차를 밟아서는 손해배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계약해제절차를 선택
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자문하고, 대신 계약이 여전히 유효함을 전제로 한 이전등기
절차를 염두에 둔 처분금지 가처분절차를 우선 권하였다.
필자가 보기에는 매매계약 이후 매도인 갑이 임의로 설정한 여러 건의 근저당권 내역을 살펴본 결과 선
순위 2건의 경우에는 금융기관이 채권자였고, 나머지 2건의 근저당권은 개인이 채권자라는 점 2건의 선
순위 금융기관채권만으로도 시세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채권최고액이 정해져있어 나머지 2건의 근저당
권의 경우에는 담보가치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매계약의 해약을 즈음한 시점에서 동시에 설정된
점에 비추어 볼 때, 해약금을 지급하기 아까워진 매도인이 주변 지인들을 동원하여 허위로 근저당권을
설정하면서 법률관계를 복잡하게 한 후, 매수인으로 하여금 계약금만 돌려받고 이 건 계약을 스스로 포
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되었던 것이다.
<변호사> 최 광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