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주일은 6. 25 한국전쟁 휴전협정 조인과 함께 태백에 와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그 후 성장하여 광부 생활을 32년 동안 하였고 현재도 태백에 살고 있다.
‘별은 지금도 빛나고’ 는 그가 살면서 보아 온 탄광촌의 생활과 자신이 체험한 이야기를 소재로 인간의 삶과 당면한 시대의 변화 양상을 그려낸 장편 소설로써 전부 18부로 나누어 구성 되어 있다.
앞서 간 세대의 피와 땀과 눈물이 없었다면 과연 오늘의 풍요가 주어졌을까. 전쟁과 굶주림의 시대, 민주화의 소용돌이에 맞물린 저 방만과 혼란의 시대, 소비와 물신의 시대, 이 세 시대를 경험한 세대로서 태백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으로 인해 각 시대의 상처가 어우러져 있는 것이 이 소설의 주인공 지원이가 처한 삶의 상황이다.
이러한 구성 요소에서 인식되는 탄광촌의 막장정신은 생의 어떤 부분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폭넓은 인성의 깊이로 확장되고 있다.
소설이 갖추어야 할 일관성 있는 논리의 전개, 그리고 명징한 주제의식의 구체화, 더 없이 신선한 감동의 충격으로 읽힌다.
일제 강점기 시대, 석탄을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노동을 착취하는데서부터 시작되어 절망과 죽음을 배수진으로 친 막장에서 이후 40년이나 이어져 온 광부들의 애환을 통하여 이 땅의 소외된 사람들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현장성과 각 세대간의 상처가 공존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한 가족이 겪는 고난으로 사람살이의 흐름을 짚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1. 위기를 극복하는 인정의 힘
어느 시대나 사람살이는 정으로 이어진다. 영준이 자신의 집에서 막세살이를 하던 최서방의 도움으로 탈출하는 장면에서 지주와 소작인의 관계가 완전히 뒤집힌 상황을 뛰어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즉 인정의 아름다운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작가 김주일이 소설 ‘별은 지금도 빛나고’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인간의 진정한 면모일 수 있으며 우리 민족의 비극을 되새기고 그 상처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정신의 끈일 수도 있다.
「 ‘꽤-액~’
기차는 긴 터널을 지나 어둠을 가르며 언덕길을 오르는지 힘겨운 기적 소리를 토하며 달린다.
그리 밝지 않은 전등불이 기차 안을 졸리운 듯 밝히고 있고, 차창은 어둠을 배경으로 검은 거울이 되어 기차 안의 모습들을 담고 있었다.」
「영준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검은 거울같던 열차의 차창이 희뿌연해지며 아침이 될 무렵 기차는 ‘꽤-액’ 하는 기적 소리를 내며 평안북도 영주역에 도착하였다.
영준은 지원을 안고 플랫폼을 거처 역사로 나온다.」
-「1. 해방과 더불어 찾아드는 불행」부분
미찌꼬와 헤어진 영준이 고향으로 돌아가는데서 시작된 소설의 첫 부분이다.
주지하듯 도입부에서부터 우리 민족의 불행한 역사로 표현된 ‘긴 터널’과 ‘어둠’ 전쟁이 끝이 났는데도 그렇지 못한 시대 상황 ‘언덕길’ 과 ‘힘겨운 기적 소리’ 등 나라를 잃었던 서러움의 잔재, 그 불안감의 무게를 나타내는 상황 구조로 이 소설은 출발하고 있다.
영준은 일본 유학을 가게 된 경위와 미찌꼬를 만나 사랑을 하고, 또 아들 지원을 낳아 기르며 서울에서 살던 추억들을 되새긴다. 그 기억들이 고향을 향하는 영준의 마음을 더욱 착잡하게 한다.
8년 동안, 조강지처 영숙이 딸 지연과 어린 시동생을 데리고 큰 집을 지키며 기다리고 있는 고향집에 밖에서 낳은 아들 지원을 데리고 가고 있다. 아들이 없는 터라 어쩌면 잘 돌보아 줄지도 모른다는 알량한 희망을 가져 보면서, 소위 지주 계층이 붕괴되는 시대의 한 장면을 영준의 귀향길 모습으로 묘사해 내고 있다.
일제 강점기 1940년대 일본 명치대학을 졸업하고, 평생을 인생의 뒤안길에서 살다 간 지원의 아버지 영준이라는 인물을 통해 해방과 남북전쟁, 그리고 전쟁 직후의 혼란스러운 사회 모습을 비교적 사실적 근거에 접근하여 기술하고 있는 이 작품은 소설의 특성인 허구성의 극대화나 기교적인 면보다는 등장 인물의 성격에 대한 연구와 삶의 진솔함으로 보편성 구조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독특한 에피소드를 가볍게 다루고 있어, 작품의 변별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는 재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꽹가리를 치고, 북을 치고, 피리를 부는 소작인들의 환영을 받으며」 금의환양인 양 우쭐해서 가던 길을
「해방된 조국에서 다 같이 일하고 전부 다 똑같이 분배하는」
공산당의 체제가 되어 쓸쓸하기 이를 데 없는 귀향길이 되었는데, 그의 기억 속에서 할아버지 죽음 또한 민족의 분열로 벌어진 알 수 없는 한 사건으로 남아 있다.
그 사건 이후 집안이 몰락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불안감에 시달리는 영준의 의식 속에 막막한 조국의 운명이 내재되어 있다. 이 부분이 바로 구조적 완숙함을 보여주는 한 단락이다. 흡사 힘없는 조국이나 힘없는 개인의 삶이 한 덩어리로 묶여 질질 끌려가는 듯한 정황 묘사로써 그 시대의 아픔을 상기시켜 또 한 번 되씹게 만드는 절묘함이 있다.
고향에 돌아온 후 영준이 정주군 조선 민주당의 지원을 받아 덕언면 창당 대회를 열어 조선 민주당 면당위원장을 지냈으며 월남하여서는 서북청년회 정치부장이 되어 이념 운동의 체험을 갖게 되는데, 근본적으로 주체사상이 결여되어 설 자리가 없는 자신의 처지와 약소민족의 슬픔을 극복하지 못한 정세에 말려 북한에서 남한으로 탈출을 시도 한다.
뒤늦게 아버지를 좇아 남쪽으로 왔지만, 6.25 동란이 일어나서 아버지는 또 탈출을 하고 다시 피난을 가는 영준의 가족들, 여기서 ‘한국전쟁과 지원의 고난’ 즉 시대적인 혼란 속에 어린 소년의 방황이 시작되면서 지원의 성장기가 전개된다.
「 그 많은 사람들 틈에서 어머니와 일행들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마 지원과 어머니의 사이가 다정했더라면 손을 잡고 가든지 치맛자락이라도 붙잡고 갔을 것이다.
피난 행렬의 빼곡한 사람들 속은 아이들이 엄마를 찾는 소리와 엄마가 아이를 찾는 소리로 와글와글 시끌벅적하다.
지원은 할 수 없이 사람들 틈에서 빠져 나와 오던 길을 다시 걸어서 서울 쪽으로 가기 시작한다.
노량진의 집에 가서 기다리면 식구들이 돌아오리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3. 한국전쟁과 지원의 고난」부분
영숙에게 지원이 살가울리 없다. 그러나 잃어버린 지원의 자리를 메꿀 수 없는 영숙의 상태나, 어린 지원이 다시 고향으로 가는 대목에서 인식 체계의 기초가 되는 것, 즉 근원을 지향하는 뿌리의식을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가족과 헤어져 전쟁 고아나 다름없이 보내던 시기에 만난 사람들, 특히 인민군 장교와의 만남은 어린 소년에게 사람의 정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를 느끼게 하고, 진실하고 따듯한 마음을 심어 준다.
이들과의 만남으로 극한상황에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 인성의 소유자로 자랄 수 있는 바탕이 형성되며, 이 때 받은 영향으로 훗날 사랑의 순수성을 알게 되고, 그 사랑조차 참을 줄 아는 성숙한 인격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살펴보건대, 소설의 전반부는 인물 중심의 구조로 극적인 순간순간을 묘사하면서 시대적인 실상을 삶의 요인으로 접목시켜 전개해 나가면서 치열함의 한 방편으로 민족적 비극성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 작품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2. 현실인식의 개진과 사랑의 변주곡
소설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리얼리티에 있다. 역동적 시대를 배경으로 한 개인의 삶, 지원의 아버지 영준은 동생 영호가 남한으로 피난하지 못하고 누님 집에 숨어 있다가 유엔군이 들어오기 3일 전 후퇴하던 공산당들의 손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이렇듯 지원이 자라 청년이 되는 동안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곳곳에서 산출된다. 그러나 이 불완전한 세계를 완전하게 만들기 위한 인간의 노력 또한 끊임없이 계속된다.
「“내 할머니 같은 분을 내가 죽였구나!”
하며 어깨에 메고 있던 수류탄을 빼어 들고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미군들이 미안해하며 국군 병사를 말렸지만, 국군 병사는 뿌리치며 달려가 산 속의 숲에서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하고 말았다.」
-「4. 1. 4 후퇴와 끝없는 피난길」부분
「“김씨! 덕수와 그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가정을 이끌어 가는 소년 가장으로서 불쌍한 아이들이야. 애들이 빨리 풀려날 수 있도록 우리가 탄원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에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어 줘!”
“ 예, 그러지요. 여기에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으면 됩니까?”
김씨가 서명날인을 한다. 이렇게 해서 동네 사람들의 서명날인을 받은 탄원서는 경찰서에 제출되었다. 탄원서가 효과가 있어서인지 덕수 일행은 가벼운 형벌을 받아 6개월의 감옥 생활을 하다가 풀려났다.」
-「5. 삼척의 탄광촌으로」부분
「미옥과의 이별이 무척이나 서운했다.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미옥 또한 떠날 때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슬쩍슬쩍 지원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지원이 힘을 내어 미옥에게 말한다.
“미옥아! 내가 고등학교에 갈 때는 꼭 서울로 갈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옥은 그렇게 서울로 떠나간다.」
-「6. 학교 생활의 변화」부분
「“혹시, 저놈이 북평의 똘마니들에게 연락을 했을지도 모르니까 북평역에서 기차를 탈 수 없어! 조금 힘이 들더라도 미로까지 걸어가서 기차를 타야 돼!”
덕수의 말에 모두들 말없이 걷기만 한다.
지원은 인생에서 탁 트인 올바른 길이 아닌 샛길로 빠져 들어가는 자신을 느낀다.
그래서 미옥에게도 연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7. 꿈은 사라지고」부분
「그런데 미군 두 명이 손을 벌리고 있는 한국 여자를 잡으려 하며 희롱을 하고 있었다.
“ 아, 아? 사람 살려요!”
처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난처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뒷걸음질을 친다.
지원은 ‘컴온! 컴온!’ 하던 깜둥이 병사와 병기차에 한국 여자를 납치하여 싣던 미군 병사들이 생각났다.」
-「8. 지원의 군대 생활」부분
위기의 급류에 휘말린 시대, 이러한 시대는 변화하는 만큼 많은 스토리를 제공한다. 작가의 창작에 대한 관점이 이러한 사회의 모습을 급상시키기도 하고 이 시대의 속성을 작품의 핵심으로 삼기도 한다.
「4. 1·4후퇴와 끝없는 피난길」에서「8. 지원의 군대 생활」까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오는 삶의 극적인 순간순간들, 탄광촌을 무대로 흡사 시대의 혼란을 대변하듯 치명적인 사건들을 포착해 내고 있다.
그 중 충격을 주는 사건은 (「4. 1. 4 후퇴와 끝없는 피난길」부분) 미군 지프차에게 길을 양보하다가 살인을 하게 되자 스스로 자폭하고 마는 한 병사의 죽음이다.
동료 국군들에 의해 시신이 수습되고 조총을 쏘아 병사의 영혼을 달래주는 모습을 보며, 약소민족의 서러움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며 슬픔을 나누는 끈끈한 인간애를 느끼게 된다.
지원의 가출도, 덕수 일행의 돈 포대 도난 사건도 (「5. 삼척의 탄광촌으로」부분) 모두 이러한 휴머니티가 배경이 되어 해결이 되는 분위기에서 지원은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사고를 지니게 된다.
이 때가 성장기 지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이는 통한의 역사, 그 참담한 시기에도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차원이기도 하며, 작가가 추구하는 정신, 즉 좀 더 나은 세계를 위한 미래지향 의지로 삶의 반증을 그려내고 있다.
미옥과 헤어진 후 약속대로 지원이 서울 오산고등학교에 들어 가 (「6. 학교 생활의 변화」부분) 다니고 있을 때 5-16 군사혁명이 일어난다. 시민들과 학생들은 혁명군의 모습을 바라보며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원은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며 미옥과의 사랑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향 친구 성수의 행각에 말려들게 되고 등록금과 하숙비를 몽땅 날린다. 이 사건으로 다시 방랑자가 되어 덕수와 어울리게 된 지원은(「7. 꿈은 사라지고」부분) 불량한 생활로 전락하고 만다.
여기서 지원은 광산촌의 광부로, 미옥은 의학박사로 갈라지며 서로에게 다가오는 이별의 시간을 예감하게 된다.
지원이 탈선의 생활을 청산하는 한 방편으로 해병대 지원을 하는데, 군 생활을 통하여 체제간의 갈등과 격차를 넘어서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당면한 시대와 접목하여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지원은 민족목적대학을 가지 못한 자신과 미옥과의 거리감 때문에 그녀의 애틋한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무척 사랑하면서도 자신을 피하는 지원을 미옥은 잊지 못한다.
(「8. 지원의 군대 생활」부분)을 보면 천성이 씩씩하고 의지가 강한 만큼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성품 탓으로 사건에 말려들기도 하지만 또한 당면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는 지혜와 순발력, 그리고 인간적인 면모를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 주기도 하고, 또 도움도 받으며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치게 된다.
그러나 지원은 오직 살아남기 위한 하루하루가 기다리고 있는 막장, 죽음과의 친화력으로 더욱 절실한 광부의 삶을 택하고, 미옥은 첫사랑인 지원을 마지막 사랑으로 간직한 채 의학에 몰두하며 성공의 세월을 향해 떠나는 것으로, 결국 두 사람의 운명적 이별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이 비극적 삶의 스토리에서 오히려 미학적인 가치를 깨닫게 된다. 이것이 바로 승화된 예술 작품으로써 이 소설이 주는 미덕이며 메시지이다.
3. 염원의 빛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삶의 주체는 보다 나은 세계를 지향하는 생명의 존재성에 있다.
이 작품은 불행한 사건들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피력하면서 절망과 체념을 딛고 일어서는 생존의 몸부림을 그려 내고 있다. 시련이 가증될수록 더욱 강화되는 생존의지의 투쟁성을 통해 노동의 한계를 견뎌 내는 광부들의 치열한 삶, 그 생명사상에 의거한 정신의 맥을 짚어 탄광이란 특수한 지역의 사회학적 현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해방 직후 서울에서 시작된 이 소설의 주인공 지원의 인생 행로를 통해 그 시대의 참상과 시대적 혼란 속에서도 남한에서 북한으로 북한에서 다시 남한으로 이어지며 삶을 확장시킨다.
그 여정의 골격을 토대로 마지막 귀결지이며 이 소설의 바탕인 탄광촌에서 정의 미학, 즉 한국인의 정신인 인간애로 우리 민족성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서 직면한 시대, 피폐한 광부들의 삶에 깊이 천착해 볼 필요가 있다.
유예된 죽음을 기다리는 어둡고 황폐한 시간, 이런 상황에서 규범이나 도덕성이 어떤 역할을 하며 무엇을 지킬 수 있을까. 어린 지원의 눈을 통하여 보여 주는 규폐증에 걸린 광부와 덕수 어머니의 불륜 행각은 문란하다기보다는 차라리 단말마 같은 시한부 인생의 본능적 절규 행위, 마치 인간이 생존게임의 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순수했던 성장기의 지원을 불량한 길로 빠뜨리고, 마지막에는 창녀가 벌어 오는 돈을 뜯어먹으며 수치스럽게 살다가 범죄의 현장에서 죽은 친구 성수의 죽음으로부터 그 시절 최고의 지성인이었던 지원의 아버지 영준의 죽음에까지 오면서 그들의 생을 통해 당면한 시대적 삶의 상처를 고스란히 짚어 내고 있다.
“지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병화가 가리킨 재래식 화장실로 뛰어갔다.
아버지는 화장실 천정에 목을 매어 늘어져 있었다.
“아버지!!”
지원이 아버지를 붙들어 보지만 아버지는 이미 싸늘한 시체로 굳어 있었다.
“안돼요, 아버지!!”
이 세상에서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주고 사랑해 주던 하나뿐인 아버지가 죽은 것이다.”
-「15. 영준의 굴렁쇠 굴리기 멈추다」부분
영준은 며느리가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최항장과의 탈선 현장까지 목격하게 되자 하루의 목숨에 매달려 무너져 가는 집안을 바로잡지 못하는 현실 상황과, 자신의 나약한 운명을 절감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다.
그의 죽음은 공포의 종식이며 치욕의 내용이다. 그 치욕조차 닿지 않는 공포의 상태에서 일어나는 충동이고 그 충동을 감당해야 하는 참상의 실상이다. 영준의 죽음을 통하여 민족의 역사가 급변하면서 부권 중심의 시대에 일어난 한 가족사의 정신적 멸망을 보여 준다.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 명치대학을 졸업하고 시대의 불행에 휘말려 탄광촌으로 흘러온, 불우한 일대기를 전전하며 전쟁 종식 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부조리한 현실이 빚어내는 상처들, 그러나 탄광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개인이 겪는 보편적 삶의 한 단편일 뿐이라는 구조적 특징을 갖는다.
이제「1. 위기를 극복하는 인정의 힘」과 「2. 현실인식의 개진과 사랑의 변주곡」을 통한 「3. 염원의 빛」으로 나누어 이 소설의 흐름과 인식의 관점을 총체적 논지로 정리한다.
작가에게 있어 소설을 구상하는 정신적 작업은, 새로운 인간상을 창조하는 행위라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김주일 작가는 작품 속의 인물, 일본인 미찌꼬와 조선인 민영준 사이에 태어난 지원의 성장기와 태백으로 옮겨 와 탄광촌 생활을 하면서 소개된 광산 노동자들의 힘겨운 삶을 집중적으로 그려 내어 고난의 시대를 거울삼아 역사의 미래를 바로 세우려는 투철한 조국애를 바탕으로 삶의 충실한 내용을 표출하고 있다.
역사 소설은 지나온 과거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등장 인물이 처한 그 시대의 진실을 밝혀 주는 것이며, 자기 정체성을 되비쳐 볼 수 있는 각성의 거울인 동시에 그 해명과 같다.
바로 작가가 지향하는 정신의 주체가 여기에 있다. 우리 민족의 불행한 역사가 하루 빨리 끝나고, 조국의 미래가 밝고 찬란하기만을 바라는 작가의 바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와 이 작품의 출생지 태백의 미래를 향한 작가의 염원 정신이기도 하다.
첫댓글서두의 출발이 좋습니다. 탄광소설은 탄광에서 시작해 탄광으로 끝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품을 다룰 때, 작품의 구조보다 탄광이라는 사회학적 현상에 더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탄광소설의 작품이 그런 것이 아닌 가 싶습니다. 보편적인 문학의 정서를 끌어내는 것도 좋지만, 탄광의 사회학적 제현상에 주목하면서 광부들이 지닌 삶의 깊이에 천착할 때 탄광소설이 지닌 값어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뒷 부분을 기대하겠습니다.
아직 태백은 광부의 피땀으로 얼룩진 막장의 삶, 그 처절한 기억이 지워지기도 전에 '카지노'의 출현으로 또 다른 형태인 막장의 삶이 출몰하고 있지요. 물론 경재의 풍요를 가져다 주는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적으로 모든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봐요. 이소설의 평을 마무리하는 제 "3부. 염원의 빛" 을 통하여 김주일 작가의 염원 정신을 짚어 태백의 미래를 밝히고자 합니다. 작가의 의지와 탄광소설의 진가를 얼마나 살려낼지 모르지만,오직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첫댓글 서두의 출발이 좋습니다. 탄광소설은 탄광에서 시작해 탄광으로 끝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품을 다룰 때, 작품의 구조보다 탄광이라는 사회학적 현상에 더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탄광소설의 작품이 그런 것이 아닌 가 싶습니다. 보편적인 문학의 정서를 끌어내는 것도 좋지만, 탄광의 사회학적 제현상에 주목하면서 광부들이 지닌 삶의 깊이에 천착할 때 탄광소설이 지닌 값어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뒷 부분을 기대하겠습니다.
아직 태백은 광부의 피땀으로 얼룩진 막장의 삶, 그 처절한 기억이 지워지기도 전에 '카지노'의 출현으로 또 다른 형태인 막장의 삶이 출몰하고 있지요. 물론 경재의 풍요를 가져다 주는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적으로 모든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봐요. 이소설의 평을 마무리하는 제 "3부. 염원의 빛" 을 통하여 김주일 작가의 염원 정신을 짚어 태백의 미래를 밝히고자 합니다. 작가의 의지와 탄광소설의 진가를 얼마나 살려낼지 모르지만,오직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태백문학 <탄광문학 평론 자료실>으로 옮겨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