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말을 삼간다 강수성 나무는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니다. 말을 삼가는 것이다. 할 말 있으면 새를 불러 가지 끝에 앉힌다. 새가 너무 말을 많이 하면 이웃 나무의 어깨 위로 옮겨 앉힌다. 동네가 시끄러우면 건너편 산으로 휘잉 새를 날려 보내기도 한다. https://blog.naver.com/posankwak/220538920522
문자에 소리를 입히니 음성이 되고 음성에 뜻을 담으니 수많은 말이 된다. 의미를 꼭꼭 누른 무거운 말, 허공으로 흩어지는 가벼운 말, 순서 교대를 하지 않고 내 말만 독점하려는 말, 명료하지 않은 모호한 말, 말, 말, 말…… 허다한 말들로 지구가 몸살을 앓는다. 그러나 여기, 말을 삼가는 나무가 있다. 나무는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미풍(微風)을 불러 애잔함을 전하기도 하고, 태풍(颱風)을 불러 요란함을 전하기도 한다. 때로는 새를 불러 소식을 듣기도 하고, 시끄러우면 이웃 나무의 어깨 위나 건너편 산으로 날려 보내기도 하며 늘 말을 고른다. 입이 하나인 이유는 ‘말을 삼가라’는 나무의 신호(sign)이다.
※ 이 글은 한국성서대학교 <코코스>지에 ‘임경미의 토닥토닥 시’라는 제목으로 연재하는 임경미선생님의 단상(斷想)으로, 2024년 4월호의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