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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29일. 금요일.
제13회 금춘가족 만남의날 행사를 치른지도 꽤 되었다. 그날 행사장에 참석해 주셨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 139번 김은희님께서는 미리부터 다른 약속이 있다해서 당일날 전해 드리지 못했던 감사패. 언제까지고 미뤄 둘수는 없는 일이어서 그림자 인구형께 시간 여유를 물었더니, 마침 금요일 오후에 시간이 된다하여서 주식장 마치는 대로 준비를 해두었다. 이날은 건국이래 최대규모로 고 노무현 전대통령님의 장례식이 있어서 각 방송사에서는 봉하마을에 진을치고 새벽 5시부터 중계방송에 들어갔는데, 거의 티브이에서 눈을 떼지 못할 만큼, 그 장면을 지켜보며 온 국민들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너무나 숭고한 그분의 마음을 알지만, 정치란게 그렇게 그분을 부엉이바위로 몰아 떨어뜨렸다는 것에 슬퍼하며 경복궁에서 치러지는 장례식 장면을 눈물을 머금으며 똑똑히 봐 두었다.
오후4시쯤이었을까 인구형이 도착하였다. 오후 스케쥴을 대충 짜놓고 있었던 터라 준비해 둔 감사패와 선물 수건과 시디등을 챙겨서 재산 방면으로 청량한 산의 기운을 받으며 일월로 달렸다. 영양군 일월면 소재지에 있는 일월보건지소에 도착하니 거기 직원으로 근무하는 김은희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미리 말씀을 드린터라 무슨 격식도 없이 사무실로 들어가 간단하게 금춘가족에 보내준 정성에 보답하는 뜻으로 김은희님께 감사패를 드린다고 전하면서 폰카로 그 장면을 찍었다. 주는이나 받는이나 좀 쑥스러우면서도 참 간단했다. 다른 직원들이라도 있었으면 함께하고 싶은 시간이었지만, 그러지를 못했다.
그리고 밖에 나와서는 은희님의 디카에 기념사진이라도 찍는다고 여러장 찍어 놓았고, 훗날 메일로 보내준 사진을 먼저 올렸다. 그날 은희님께서 퇴근후의 시간이라도 있다면, 청송의 서여사님과 저녁이라도 함께했으면 참 좋았는데, 퇴근후에도 무슨 약속이 많다하여 인구형과 나는 곧 일월보건지소를 나와 영양읍을 거쳐 청송으로 가려는데, 서순성님께서 따님의 차로 진보로 나온다기에 진보 농협앞에서 만났다.
그리고 진보보다는 신촌에 가서 저녁을 먹자하여서 곧 신촌으로 갔다. 예전에 서지영씨네가 자주 찾던 진현이네 식당이라고 잘 한다고 해서 몇계단 버거웠지만 방으로 들어갔다. 이번 만남은 지난 4월28일날 보리수아래 행사 봄길위의 동행에 함께 참가하면서 내가 저녁을 사주겠다고 해 놓고 그냥 헤어지는 바람에 그 약속을 못 지킨 빚진마음으로 겸사겸사 이루어진 것이었다.
닭불백숙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소주 한잔 건배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역시 그날 엄청난 규모로 노전대통령의 장례식이 거행된만큼, 화제는 그쪽으로 돌아갔고, 서여사님 두분의 생각은 정치적으로 조금 다른점이 있었다. 그렇지만, 게의치않고 전 정권과 현 정권의 자잘못과 지향하는 바를 서로의 생각대로 토론하다가 잘 끓인 백숙이 나와서 먹는데 열중했다. 27세 따님도 있는 그 자리에서도 서순성님은 지영씨를 챙기는가 동시에 닭뼈를 잘 발라내어 살코기만 남은 백숙 그릇을 내게 권할때 모성의 정을 느꼈다. 늘 아내에게 바라던게 바로 그런 모습이었을까? 너무 감사했다. 내 팔과 손이 온전치 못함에 그 정성이 훨씬 돋보이는 것이리라.
인구형은 운전한다고 술도 못마셨는데, 이야기는 술술 잘도 하였고, 순성씨네 아름다운 세 가족들도 거리낌없었으니 그렇게 그날의 저녁 시간은 행복하게 흘러갔다.
밤 9시쯤 되었을까? 식당을 나와서는 곧 다음을 약속하고 지영씨네와 헤어져 돌아왔는데, 임동 대곡을 지날때 노루가 우리의 앞길에 나타나 한참동안 에스코트를 했다. 폰카는 생각도 않했는데, 그놈이 하도 머뭇거려서 찍으라는 인구형 말에 꺼냈으나 좀 늦었다. 노루 한 놈이 산으로 올라가고 나서 또 한 놈이 나타나 야밤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제 속도로 달렸으면 차에 치일뻔한 노루로 인하여 정산까지 남은 거리를 달리며 그 노루에 관한 이야기로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왔다.
그리고 그날밤 인구형은 술도 마시지 않고 이야기만 나누다가 함께 자고 갔다. -이것은 일기라지만 보름이나 지난 기록이다. 둔한 기억력에 그날의 감정이 거의 빠졌을 겁니다.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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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노루의 모습이 아름답게 찍혔네요. 내가 제일 보고싶은 시진이었는데..... 왜냐고 물으시면 난 늑대과니까 고기는 다 좋아한다우 ㅋㅋㅋㅋㅋㅋ
ㅎㅎ 인구형이 그날을 돌이켜 제일 궁금해 하던게 노루였어요. 얼마나 좋았으면 사슴이라고 했겠어요...ㅎㅎ. 그런데 그게 자연생태계의 아름다움에서가 아니고 노루고기를 탐해서였습니까? 난 그런줄도 모르고, 선녀들 옷 벗어놓은 것만 생각했네요...ㅎ
늑대에게는 노루나 사슴이나 그저 먹이일뿐 ~~ㅎㅎㅎ 안긋나~이 짐승아~~ㅋㅋㅋㅋ
영양군 일월면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김은희님에게 감사패를 전하려 가신 일을 기록했군요. 5월29일이라 고 노무현 전대통령 장례식이 있는 날이라 기분이 착잡했겠군요. 하지만 감사패도 잘 전하고 오셨군요. 기록 잘 읽었습니다.
예, 그날은 한편으론 즐거웠지만, 또 한편으론 내가 가장 존경하던 대통령을 잃었다는 슬픔에 경건해야 한다는 마음의 작용이 일더군요. 그래서 검은색 잠바라도 손수 찾아 입는다는 것이 장롱, 서랍장, 행거, 임시 옷걸이등을 들쑤셔가며 결국 성공리에 찾아 입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댓글에 공감하면서 진솔하고 알콩달콩 쓰신글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보름이나 지난 일들을 더듬어 긴 글 쓰시느라 수고하셨구요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예, 숙제 하나 덜어냈습니다. 좀더 자주 써야 하는데...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영...
죽은자는 말이 없으니 먼 훗날 역사가 들에 의해서 이 죽음의 깊은 사연이 밝혀지겠지~ 겸사 겸사 나들이 잘 다녀 오셨구려~~
인구형과 나들이 갈때면 꼭 경남형이 생각나는 까닭은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