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귤잼을 만들어 귤파이를 먹으며
"선생님, 다음 요리는 뭐예요?"
ㅡ"3월,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는 봄이 오니까
우리 꽃잎을 따다가 꽃지짐이를 해볼까?"
흠..그런데 아무래도 진달래의 꽃눈은
더 기다려야 뜰 모양입니다
대신 산넘고 물건너 예쁜 팬지꽃과 이름모를 알록달록 식용꽃들이
밤새 달려왔어요
찬물에 담긴 채 오늘 아이들을 얌전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리하기전
아이들은 진달래가 나오는 봄을 배경으로 하는 중국 고전시를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그중 <시 일부 바꿔쓰기놀이>로
자신의 시심을 살며시 드러내 놓았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안할테지만)
주연이가 하기 시작하니까
힘있게, 부끄럽게 다른 손들도 올라갑니다
시를 읽고
괄호속에 대신해 넣을 그림이나 단어가 떠오르는 사람
시작합니다
(보라색은 중국 작자미상 원 시입니다 )
저요🤚..🖖..✋️👋🤚
하루종일
(봄 ㅡ
1.친구 2.돈, 3.행복, 4.진달래, 5.잃어버린 폰 )
을(를) 찾아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짚신이 닳ㅡ
1.무릎이 아프, 2.꼬르륵 소리 나, 3.집을 잃, 4.밤이 찾아오, 5.입술이 마르 )
도록
먼산 구름덮인 데 까지 헤맸네
지쳐돌아오니
(매화향기ㅡ
1.친구의 환한 ,2.신나는 , 3.행복한, 4.분홍빛, 5.꽉찬 게임프로)
미소 가득
(봄ㅡ
1.우정,2.돈,3.행복,4.진달래, 5.아이폰)
은(는)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친구를, 행복을 찾아 다닌 아이들도 있고...(뭉클)
용돈과 아이폰을 그리워하는 아이도
있군요 하하
ㅡㅡㅡㅡㅡ
🍩🍳이제 기다리던 예쁨가득 화전을 만듭니다
웅성웅성
각자 꽃을 골라 키친타올로 물기를 닦아두었습니다
찹쌀가루는 점성이 부족해
따뜻한 물로 반죽합니다
익반죽이라 했지요
숟가락으로 하나둘 물을 넣어 조심조심 반죽농도를 맞춰갑니다
망쳤어요
조금씩을 못참고 반죽에 물기가 부족다고 물컵으로 아예 물을 부은
친구
괜찮아요, 안먹으면 되지 뭐
하하
아니다, 아이야
가장 큰 실패는 실패한 적없는 사람이다
우리에겐 언제나
' 망쳐도 다시한번' ㅎㅎ
도전이 가장 큰 성공인거지 !
아이마다 우여곡절을 지났든
순탄길을 왔든
모두
동글 납작하게 빚은 후
각자 빚은걸 한명씩 올리브유에 부치고 있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은 각자 보드게임 축구놀이 등을 알아서 신나게 놀고 있지요 ㅡ
전은 살짝 눌러줘야 제맛인걸 아는가 봅니다
올리브기름에 구워진 전들은
취향껏 시럽에 담갔다가 나옵니다 ㅡ
엄마와 우리가족을 생각하며 집중합니다
잘해냅니다
요리는 이렇게 집중의 힘과 성취 능력 ,자신감을 길러주는 거 같습니다
저는 원래 떡은 별로인데
이건 정말 맛있었어요!
성공이다 성공!!
미안한 일을 제가 고백하자면!
........
후라이팬 요리가 무서워 서아는 저에게 맡겼습니다
아이의 화전을
부쳐주다가
저를 부르는 다른 아이에게 급히 달려갔다오니
흠흠~~무슨 냄새지?
부치고 있었던 친구의 화전이 타고 만겁니다
허걱~^^
차시간이 되어 다시 해주지도 못하고 속상한 마음일텐데...
하나의 내색도 하지 않은 온유한 어린 친구가 지금도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