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입시 전형 가짓수가 3600개나 된다니
전국 4년제 225개 대학의 2011학년도 수시·정시 전형 가짓수가 3600개를 넘는다고 한다. 대학당 평균 16개씩 각기 다른 전형이 있다는 얘기다. 수시와 정시 합쳐 전형이 48가지나 되는 대학도 있다.
대학들은 전형 세분화가 다양한 인재를 뽑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수험생들이 각기 다른 경험과 공부 경력, 특기, 적성을 갖고 있으니 다양한 잣대로 신입생을 뽑겠다는 의도를 뭐라 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대학입시 상황은 도(度)를 넘었다. 당장 다음달 시작되는 수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70만 수험생과 학부모가 혼란에 빠져 있다. 전형 종류가 터무니없이 복잡한 데다 내신·수능·면접 등 세부 점수 반영비율이 제각각이어서 무슨 난수표(亂數表)라도 보는 것 같다. '알바트로스 국제화' '다빈치형 인재' '네오 르네상스' '포텐셜마니아'처럼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학생을 뽑겠는다는 건지 감조차 잡기 힘든 전형이 수두룩하다. 일부 대학은 성적 우수자나 특목고 출신처럼 입맛에 맞는 인재들을 저인망식으로 훑어 확보하려고 이름만 다르고 내용은 비슷비슷한 전형들을 무더기로 만들어왔다.
대학들이 장삿속으로 전형 유형을 늘려왔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182개 4년제 대학 전형료 수입이 1928억원이고 이 중 수시전형료 수입이 53.3%를 차지했다. 어느 유명 사립대 경우 1281명을 뽑은 수시2차 일반전형에만 5만9317명이 지원해 41억50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지난달 한 온라인교육업체 설문조사에서 "수시모집에 대해 잘 안다"는 수험생은 9%밖에 안 됐다. 일선 학교 진학교사들은 "개인별 진학지도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난감해하고 있다. 이 와중에 어떤 대학, 어떤 전형에 응시해야 하는지 컨설팅해주는 사교육업체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 1시간 상담해주고 50만~100만원씩 받아도 예약하기가 힘들다. 일선 고교에서 입시컨설턴트를 초청해 대입설명회를 여는 게 일상 풍경이 됐다. 이러니 학생 실력보다 부모의 정보력·경제력이 합격을 좌우한다는 말이 나온다.
대학총장 모임인 대학교육협의회가 학원 도움 없이는 입학원서도 못 낼 지경이라는 입시의 난맥상을 바로잡을 대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조선일보 201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