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rofile 글 강방식 교사(서울 동북고등학교) 윤리를 담당하며 2005년부터 EBS 강사로 활동 중이다. EBS가 뽑은 최고의 교사로 선정됐으며 동북고의 청문회식 토론법 개발을 비롯해 융합 수업, 통합 논술, NIE 수업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는 것을 연구하는 취미가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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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 교과서로 따라잡기' 는 시사 상식과 논술,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려는 시도에서 기획됐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핫한 이슈들을 콕콕 집어 이를 둘러싼 쟁점들을 분석하고, 교과서와 연계해 생각해봅니다. 서울 동북고 강방식 교사와 함께 시사의 세계로 풍덩 빠져보시죠. 밥상머리 토론거리로 '강추' 입니다. _편집자 주 |
무상 급식·무상 보육 논란의 내용은? 2014년 10월 7일,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은 재정난을 이유로 무상 보육을 위한 누리 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했다. 한달여 뒤에 홍진표 경남도지사는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무상 급식과 무상 보육을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들끼리 공격과 방어가 치열했다. 진보 교육감들은 유치원 교육비는 관할 영역이라 해결하겠지만, 어린이집 보육비는 정부 부처가 관여하는 일이기 때문에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정부와 여당은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을 근거로 누리 과정 예산은 시도 교육청의 책임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명문화되지도 않은 무상 급식 예산을 줄여서 무상 보육 예산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리 과정 확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고, 무상 급식은 진보 교육감들의 공약인데 서로 충돌하는 양상이었다. 여야가 벼랑 끝까지 치닫자 급기야 국회가 내년도 누리 과정 예산 5천억 원을 국고로 지원하고, 부족한 예산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채를 발행해 메우기로 합의하면서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한시적인 합의였기에 내년에도 똑같은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앞으로 정부,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 사이에서 무상 복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삼각 전쟁이 전개될 것이다. |
 지난달 24일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 창립 기자회견에서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들의 밥그릇으로 장난치지 마십시오' 글귀가 붙은 식판을 나란히 들고 있다. ⓒ 연합 |
우리나라에서 무상 복지 시리즈가 출발한 것은 2000년 민주노동당이 창당할 때 무상 교육, 무상 급식, 무상 의료를 주장하면서부터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은 전면적 무상 급식을 공약으로 내걸며 보편적 복지를 주장했고, 여당은 부분적 무상 급식을 공약으로 선별적 복지를 내세웠다. 보편적 복지는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복지 혜택을 주자는 의견이고, 선별적 복지는 가장 가난한 사람부터 복지 혜택을 주고 점점 수혜자를 늘려가자는 입장이다. 결국 국민들의 표는 야당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면서 보편적 복지가 우리나라의 복지 형식이 되었다.
2011년 10월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 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시장직을 내걸고 주민 투표를 실시했으나, 투표 결과 시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무상 급식 논란은 잠잠해졌다. 그러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여당 후보인 박근혜 대통령이 0~5세 누리 과정에서 무상 보육을 확대하겠다는 무상 복지 카드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 갈등이 재연됐다. 재미있는 것은 여당의 주장인 무상 보육이나 야당의 주장인 무상 급식은 둘 다 보편적 복지 차원의 공약이어서 3년 전 보편 복지와 선별 복지의 갈등이 아니라 무상 보육이냐 무상 급식이냐의 논쟁, 즉 4세 교육이 중요하냐 8세 급식이 중요하냐의 논쟁으로 바뀌었다. |
무상 급식·무상 보육 논란 둘러싼 쟁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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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와 연계해 생각해볼까?
 무상 급식을 놓고 경남교육청과 대립하는 경남도가 도청 홈페이지에 실은 무상 급식 관련 홍보물. ⓒ 연합
기본편_ 교과서 여기! 분배와 경제 사이, 정부의 역할은? + 중학교 <사회> 교과서 : '인구 변화와 인구문제' 단원_ 선진국의 인구문제는 대표적으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있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고,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노인 인구가 증가한다. 자녀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고, 결혼 연령이 늦춰지고, 교육비에 대한 부담으로 출산을 기피한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 장려 방안으로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국가책임의 확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즉 무상 급식·무상 보육 문제는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다.
+ 고등학교 <법과 정치> 교과서 : '정부의 경제적 역할' 단원_ 자본주의에서는 기본적으로 소득분배가 시장에서 진행된다. 그러다 보면 능력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소득 격차가 커지면서 사회 갈등이 전면화되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생활권조차 누릴 수 없는 국민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적절한 소득재분배 정책을 펼치는데, 복지비를 지나치게 증대할 경우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한다. 가까운 사례로 2010년대에 시작된 유럽 재정 위기에서 그리스나 스페인 등이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혜택으로 정부 적자가 늘어나 국가 채무가 급증, 정부 부도 상황이 발생해서 지금은 회복하기가 어려워졌다.
+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교과서 : '사회정의와 정의로운 사회' 단원_ '절대적 평등에 따른 분배' 는 모든 사람에게 기회와 혜택을 골고루 나눠주는 것으로 보편적 복지 논리를 말해준다. 모든 사람의 평등한 욕구와 가치를 인정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개인의 자유와 책임 의식이 약해지고 생산 의욕이 저하돼 국가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반면 '필요에 따른 분배'는 혼자 사는 사람보다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에게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후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는 것으로 선별적 복지 관점이다. 사회적 약자에게 우선 분배하기 때문에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기초 생존권을 확보해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돈이 한정된 상황에서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할 수 없고, 어느 수준까지 만족시켜야 하는지 정치적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두 분배 시스템은 공통적으로 잘못 운영되면 경제적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심화편_ 좀더 생각해보기 동서양 사상가들은 이상 사회를 어떻게 보았나
 공자는 <논어>에서 "국가를 다스리는 사람은 부족한 것을 걱정하지 말고, 분배가 공정하지 못한 것을 걱정하라"고 했다. 한자로는 '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이라고 한다. 불(不)은 하지 말라, 환(患)은 걱정하다, 과(寡)는 부족하다는 뜻으로 부족한 것을 걱정하지 말라고 해석한다. 지금의 상황에 대입한다면 기업은 자동차나 스마트폰을 팔아서 돈을 많이 벌었느냐, 정부의 올해 국내총생산은 얼마 정도냐 등과 같은 고민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말이다. 뒤에 나오는 균(均)은 균등하다는 뜻으로,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과 국가가 보유한 예산을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자는 이처럼 재화의 공정한 분배로 모든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대동 사회'(大同社會)라 하여 최고의 이상 사회로 삼았다. 무상 보육과 무상 급식의 복지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공자의 사상을 뒷받침해주는 논리가 맹자에 의해 이어진다. 그는 "백성들은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어야 도덕적인 마음을 품을 수 있다" 고 했다. 공자는 경제적 안정을 위해 공정한 분배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맹자는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이 도덕적 사회를 만드는 기초가 된다고 봤다. 서양 사상가인 아리스토텔레스도 국가의 공교육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사람들은 비슷한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는 선(善)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체로서 모든 국민의 선을 추구하기 위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행복한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구성원만의 복지가 아니라 모든 국민의 복지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지금의 무상 급식과 무상 보육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이런 그도 <정치학>이라는 책의 7장 마지막 단락을 보면 어린이의 교육은 국가가 맡아야 하는 문제인가, 사적인 기반에서 행해져야 하는가에 대해 고찰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어린이 교육은 지금의 논쟁만이 아니라 2천300여년 전에도 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