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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茶母)] 06
S#5. 산채 인근 주막(밤)
보부상 둘이 평상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다른 평상에도 다른 손님 두엇...
깔깔거리며 그들에게 술을 치고 있는 타박녀...
보부상 1 : 이보게 주모... 그쪽만 손님이고.. 우리는 공술 먹나?
이거 새로 연 주막이라 뭐 좀 다를 줄 알았더니 그만 일어나야겠구먼...
타박녀:(쪼르르 달려오며) 아이 왜 이러실까...
술상을 내줬으면 잠깐이라도 요 방뎅이를 붙여줘야 예가 아니우?
보부상1:이런, 진젱... 그러니 퇴기가 이런 주막을 어찌 혼자 감당하누?
삼삼한 과부라도 하나 데려오란 말이여.. 내 이 재를 넘을 때마다 동무들 모두 데려올테니까...
(슬그머니 손을 잡으며) 알았어?
타박녀:(손을 빼고 술을 부어주며) 차라리 이녁이 과부 하나 보쌈해오슈...
그럼 주구장창 요 평상에 앉혀놓고 권주가 부르게 할테니까...
보부상1:뭐? 아이고 퇴기 아니랄까봐... 밤에 못쓰는 힘이 전부 입심으로 몰렸구먼... (웃어댄다)
원해 : (새끼로 묶은 고기를 들고오며) 누님 고기 끊어왔소... (부엌으로 간다)
타박녀 : 이제 오는가 동생...
보부상1 : 진짜 동생 맞어, 기둥서방 아녀?
타박녀 : (보부상의 허벅지를 일어난다)
보부상1:아얏!~
S#6. 동 동노방 (밤)
원해, 화선지에 산채로 향하는 지도를 그린다...
문 여는 소리 들리면 놀라 돌아보는 원해... 타박녀임을 알고 긴장을 푼다.
타박녀:(바짝 다가와) 어찌 되었수?
원해 : 걱정할 일 없어. 산채 안까지 무사히 들어갔으니까...
타박녀:(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며칠이나 걸리겠수?
원해 : 내가 그걸 어찌 알어? 주전판과 풀무간을 찾기 나름이지...
타박녀 : 아휴 제발 빨리 빼내야 할텐데.. 난 지금도 오금이 저려 죽겠수...
원해 : 길손들한테 살랑방구 뀌는 게 아주 타고 났더구만... 니 서방 죽으면... 개 중에 하나 골라봐...
S#7. 동 주막 뒤꼍(밤)
주변 눈치를 살피며 전서구에 서찰을 매다는 원해..
새를 날리면 활개를 치며 날아가는 전서구...
S#8. 산채 채옥 방앞 (깊은 밤)
방문을 슬그머니 열고, 주위를 살피며 나오는 채옥과 마축지...
채옥 고개짓을 하면 두 사람 민첩하게 움직인다...
S#9. 몽타주
- 산길을 오르면 보초를 서고 있는 사내 둘이 보인다..
나무 뒤에 몸을 붙이고 숨는 채옥과 마축지... 다시 왔던 길로 내려간다...
- 다른 산길로 가려다보면 역시 마찬가지다.. 난감해 서로를 마주보는 채옥과 마축지..
- 조심조심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나무 위에 칼로 긁어 'l' 표식을 하며 내려가는 채옥과 마축지.
S#10. 어느 숲 속 (깊은 밤)
채옥, 마축지 다가오면...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는 원해...
축지 : (뒤로 벌렁 넘어지며) 오매 가심이야!
채옥 : (원해임을 금방 알아보고) 초병들이 많아서 늦었습니다...
원해 : 어때?
채옥 : 곳곳에 경비가 삼엄해 뒤지고 할 계제가 못됩니다...
아직도 풀무간도 어디 있는지 확인치 못했습니다.
군세가 수백명은 족히 넘는 게... 보통 화적들이 아닙니다...
축지 : 오메.. 마군까지 있는 것이 절대 호락호락한 놈들이 아니구만이라우...
마을 하나쯤은 밥 묵고 트림하는 새에 쓸어불겄습디다.
원해 : 화적 새끼들이 무슨 쪽수가 그렇게 많아.. 니기랄... 한성서 눈알 튀어나오게 기다리고 있을텐데...
채옥 : 우선 산채로 올라오는 길은 나무에 표기해두었고...
(품에서 서찰을 꺼내며) 이건 낮에 살펴본.. 군세와 산채의 지형돕니다...
내일은 직접 산채를 안내해달라고 해 풀무간을 찾아보겠습니다.
원해 : 알았다. 그렇다고 절대 조급하게 굴지는 마. 확실할 때만 움직여...
마축지 : 아따 그걸 말이라고 하신다요... 당연히 몸을 사려야지라우..
나 뒤져불고 공 세우면... 복날에 죽은 개 만도 못한 신세지라우...
원해 : (축지 뒤통수를 갈기며) 너 살라고 한 소리가 아냐!
축지 : 아이씨... (소리없이 입을 나불거린다)
채옥 : 심려 마십시오. 신중히 움직이겠습니다.
축지 : 그라고.. 우리 집사람은 잘 있지라우? 나가 없는 틈에 어믄 사내들헌테 꼬리치믄..
확 지 죽고 나 살아분다고 전해주쇼잉...!
원해 : (다시 뒤통수 치며) 너나 잘해 임마...!
S#11. 좌포청 전겨 (아침)
S#12. 좌포청 마당
주완 기지개를 펴며 하품하며 나오는데... 조치오가 맞은편에서 성큼성큼 온다...
주완 : 아니 저 인간이 여긴 어쩐 일이야?
치오 : (지나가다 주완을 힐끔 본다)
주완 : (흠칫 하고는 목례를 하는데)
치오 : (방향을 바꿔 주완에게 다가온다)
주완 : (왜 이러나 싶은데)
치오 : (다가와 서더니 주완의 얼굴을 가만 본다)
주완 : 무, 무슨...
치오 : (주완의 벙거리를 잡고 바르게 홱 돌리며) 벙거지 똑바로 쓰시오! 복장에서부터 기강이 서야지!
(다시 가던 쪽으로 가버린다.)
주완 : (어리벙벙) 뭐, 뭐야 이거.. 아침 댓바람부터 재수없게...
한쪽에서 문건을 가득 들고 가는 안녹사...
주완 : (달려가 붙잡으며) 조치오 종사관이 우리 포청엔 무슨 일이오?
안녹사 : 관보도 안 봤어? 후임 종사관이잖아! 오자마자 사주전 등록 (포청 주요 사건 수사에 관한 기록)
가져오라고 이 난리야... 아이구 허리야... (간다)
주완 : (충격에 맥이 탁 풀린다)
S#13. 세욱 방
세욱에게 큰 절을 하고 앉는 치오.
세욱 마땅치 않은 얼굴이다...
치오 :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세욱 : 네가 자청한 것이냐?
치오 : 자의 반 타의 반입니다. 그간 사주전 사건을 다뤄본 경험을 사, 병조에서 저를 천거 하였고..
저 또한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사주전의 발본색원에 앞장서고 싶었습니다.
세욱 : 부자가 같은 관아에 있다간 세간의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지난 해에도 어영청 별장(정3품)이
종사관 아들의 뇌물수수를 눈감아 주었다가 함께 파직된 걸 알 것이다.
내 병조에... 재고를 청할테니 대기하고 있거라.
치오 : (결연한) 아버님!
세욱 : (보면)
치오 : 저 또한 병조에 이미 그 같은 문제를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이곳 좌포청에서 사주전 사건을 맡는
동안 아버님을 포장 영감 이상으로, 그 이하로도 생각지 않을 것입니다!
세욱 : (가만 보더니) 공을 세우고 싶었더냐?
치오 : 장수가 공을 세우고자 하는 마음이요, 크게는 조정과 백성의 안돈을 위하는 일이지요.
세욱 : (한편 기대하는 마음) 어디 지켜보마.
허나 나 또한 사사로운 정을 두지는 않을 것임을 명심하거라!
치오 : (자신 있게)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S#14. 동 마당
주완과 포교들 계단이나 돌에 퍼질러 앉아 삶은 계란을 까먹으며 한숨들을 재쉰다.
포교1 : (주완에게) 형님, 도데체 우린 앞으로 어찌 되는 게요?
이거 기름에 전 부치듯 지지고 볶는 건 아니우?
주완 : 임마, 낸들 아냐! 지지면 지지는 거고 볶으면 볶이는 거지, (손에 든 계란을 보고는)
설마 삶아 죽이기야 하겠어... (와락 계란을 입에 넣으며) 에이 우라질!
난 왜 이렇게 상관 복이 없지!
하는데 전서구가 뱅뱅 허공을 돈다. 주완 전서구를 발견하고 휘파람을 분다..
주완의 팔에 내려앉는 전서구..
주완 전서구 발에 매달린 서찰을 풀고는 화색인 돈다.
포교1 : (전서구를 새장에 넣으면서 기웃거린다) 뭐유? 어디서 연통이 온거유?
주완 : 넌 몰라도 돼 임마!
치오 : (E, 큰 소리로 질책) 나라의 녹을 받는 자들이 이 무슨 태만인가!!
안녹사를 대 동한 치오다... 다들 놀라 후다닥 일어나고...
치오 : (주완이 든 종이를 본다) 그건 또 뭐요?
주완 : (당황)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종이를 와락 구겨 찢으며 똥 마려운 듯)
제가, 제가 계속 배탈이 나서 뒤, 뒷간에 가려굽쇼.. 죄, 죄송합니다. 나으리...
(후다닥 뒤곁쪽으로 간다)
치오 : (한심한 듯 혀를 차고는 안녹사에게) 군사점고와 기강점검을 할테니..
전원 연무장에 집합하라 이르시오! (간다)
안녹사 : (포교들에게) 정신들 좀 차리게.. 물이 바뀌면 얼른 눈치를 까야지..
이건 뭐 개가 오는지 소가 오는지 정신들이 없어요... 험! (촐랑거리며 따라간다)
포교1 : 어이구 귀신은 머하냐.. 저 늙은이 안 잡아가고..
S#15. 주막 봉노방
윤, 주완에게 보고를 들은 듯 약간 놀란 표정이다.
윤 : (어깨가 쳐진) 조치오 종사관이라...
주완 : 말도 마십쇼. 다들 똥 밟은 표정들입니다요..
윤 : 그래서야 되겠소. 포장 영감의 후광도 없이 누구보다 일찍 종사관직에 오른 분이오..
그만한 실력과 용맹함을 갖춘 무관이니 성심껏 따르라 이르시오.
주완 : (마음에 없지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예예... 아참.. 이부장에게 연통이 왔습니다요.
윤 : (바짝 긴장하는)...
주완 : (품에서 서찰을 꺼내 찢기고 구겨진 조각을 맞추며) 이게 맞나.. 요렇게 맞던가?
윤 : (종이 조각을 쓸어와 맞추며) 연천 소요산이었군! 하루 반나절이면 갈 수 있는 거리요.
주완 : 옥이와 마축지는 무사히 잠입했고... 산채의 세밀한 규모는 추후 연통을 넣는다 하였습니다..
윤 : (걱정스러워) 너무 오래 끌면 위험할텐데...
주완 : 그냥 산채를 확 쓸어버리고 증거물을 찾으면 안되겠습니까?
윤 : 그랬다간 꼬리 놓고 도망가는 도마뱀 구경하는 꼴이 될 것이오.
사주전은 화적들만으로 이루어질 일이 아니오. 반드시 배후가 있습니다.
주전판과 거래 명부를 반드시 찾아야 하오! (하는데)
주모 : (E) 나와 보시우.. 누가 찾아오셨수...
윤, 주완 의아해 서로를 마주 본다...
문을 여는 주완...
S#16. 동 방문 앞
주완 문을 열고 나오면.. 장옷을 걸친 난희가 보따리를 들고 서 있다..
주완 : (놀라며) 아가씨...
난희 : (가볍게 목례를 하며) 안에 계십니까?
주완 : 예예...
난희 : (가시가 돋힌 듯) 들어가도 되냐고 여쭈어 주십시오.
S#17. 동 방 안
난희의 목소리를 듣고 굳은 듯 상기되는 윤...
주완 : (E) 나, 나으리... 난희 아가씨께서...
윤 : (O/L) 뫼십시오...
난희, 들어와 내외의 예외의 방문을 살짝 열어두고 앉는다...
윤 : 누추한 곳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난희 : (도포를 싼 보자기를 내려 놓으면 옥색 도포가 드러난다. 자존심이 상한 듯)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아버님의 도포를 지은 김에 나으리의 낡은 도포에 생각이 미쳤을 뿐입니다.
윤 : ......
난희 : 이미 주인이 정해진 옷.. 제가 무엇에 쓰겠습니까?
입지 못하시겠거든 차라리 누굴 주시든지.. 그도 아니면 태워버리시지요.! (일어난다)
윤 : (한대 맞은 듯 멍하다... 보자기 사이로 비치는 도포를 본다.)
S#18. 동 주막 마당
나서다가 다시 돌아서 윤의 방을 서운한 듯 바라보는 난희, 다시 돌아서 간다.
S#19. 좌포청 회의실
조치오, 그간의 사주전 관련 기록을 보고 있다.
주완, 쭈삣쭈삣 들어온다.
주완 : 찾으셨습니까요
치오 : (호통) 뒷간에 다녀온다는 자가 대체 어디를 다녀온 게요?
주완 : 그, 그게... 하도 배가 아파서 의원에 다녀오는 길입니다요...
치오 : 부장이 보고도 없이 무단 이탈을 했단 말이오!
주완 : 이탈이라니요.. 저희는 지금껏 어디가 아프면 알아서...
치오 : (O/L 냉엄하게) 지금까지는 그리 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종사관으로 있는 한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오.
다시 이런 일이 있었다간 감봉조치 할테니 그리 아시오.
주완 : (입술을 문다. 소리나지 않게) 우라질...
치오 : 사주전 수사기록을 모두 살펴보았소... 탈옥한 노각출이라는 놈, 자백과 물증이 없다 뿐이지
정황으로 보아... 한성의 사주전 유통을 책임졌던 놈이 분명하오.. 그런 놈을 놓치다니...
주완 : (짐짓) 면목이 없습니다.
치오 : (느닷없이) 이 원해 부장과 다모 채옥이는 어딨소?
주완 : (얼버무리듯) 기, 기찰을 보냈습니다.
치오 : 어디로 말이오?
주완 : 경기도와 황해도 일댑니다..
치오 : 다른 포교들도 많은데 왜 하필 그들을 보냈단 말이오? 본청에서 할 일이 태산이오.
당장 돌아오라 하고... 다른 포교들을 보내시오..
주완 : 그, 그게 당장은.. 그쪽에서 연통이 오기 전에는 어디 있는 지 알 길이 없습니다.
치오 : 그럼 대체 언제 돌아오는 게요?
주완 : (말꼬리를 흐리며) 보름이나 스무날 쯤.. 그것도 확실치는 않습니다.
치오 : (책상을 내리치며 버럭) 도데체 제대로 돼 있는 것이 뭐요!
(쏘아보며) 똑바고 들으시오. 나는 파직된 황보윤 전 종사관과는 다른 사람이오.
아무리 하챦은 일일지라도 공적과 과오를 엄히 따질 것이오. 명심하시오.
같은 말을 두 번 하지는 않소.
주완 : (흠칫 보면)
치오 : 지금부터 백부장과 이부장, 그리고 다모 계집은 사주전 수사에서 손을 떼시오..
새로이 수사조를 구성하겠소!
주완 : (놀라) 예예?
S#20. 산채 전경
S#21. 산채 풀무간 안
성백, 조총 견본품과 새로 주조해낸 총신을 비교하고 있다.
풀무를 하고 담금질을 하는 대장장이들.
원대장 : 도면대로 정확히 했는데도 강도가 약합니다..
성백 : 뭐가 문제요?
원대장 : 글쎄요.. 철의 불순물이 높은 듯도 싶고.. 불순물 정련을 좀더 해볼까 합니다.
성백 : 최소한 이백정 이상이 필요하오. 서둘러야 할 것이오.
(하고 다른 곳으로 발을 옮기는데 발에 무언가가 밟힌다. 성백 주워보면 주전의 일부다.
미간이 일그러지며) 주전판과 사주전 처리 책임자가 누구요?
원대장 : (불안해하며) 게, 겟대장입니다.
성백 : (냉기가 돌도록 싸늘하게) 부르시오.
원대장 : 이, 이보게, 겟대장!
겟대장 : (달려오며) 부르셨습니까?
성백 : (주운 엽전 일부를 내밀며) 주전판과 주전을 모두 쇳물에 녹이라 했거늘... 이게 어찌 된 건가?
겟대장 : 아니 이게 왜... 소, 송구합니다.
성백 : (원대장에게) 이 자를 명이 있을 때까지 토굴에 가두고 물과 소금 외에는 넣지마라!
S#22. 동 풀무간 앞
각출, 채옥과 마축지를 안내하고 있다...
각출 : 이곳이 우리 풀무간이지, 칼이며 창, 산아래 식솔들한테 주는 호미 가래까지...
모두 여기서 만들고 있네...
축지 : 아따 참말로 고향집에 온 거 같구만이라... 오랜만에 풀무질이라도 한번 해보까라우?
(들어가려는데)
각출 : (제지하며) 안되네!
축지 : 뭣 땀시오?
각출 : 이곳은 두령과 부두령 외에는 함부로 출입할 수가 없게 돼있네..
채옥 : (당황한다)
축지 : 그거시 뭔 소리다요?
각출 : 그냥 그리 알게...
하는데, 풀무간에서 나오는 성백...
각출 : 형님...
성백 : (흠칫하며) 여기는 왠일들이냐?
각출 : 산채를 안내하고 있었수. 헌데 들어가본다 하기에 말리고 있었던 참입니다..
축지 : 사주전을 어쩌케 맹그는가 궁금해서라우...
성백 : (갑자기 쏘아본다)
마축지의 실수에 눈을 질끈 감는 채옥...
성백 : (시치미 딱 떼고 편하게) 사주전? 누가 여기서 사주전을 만든다고 하더냐?
축지 : (눈치를 보며) 그, 근께.. 나, 나 말은... 요 풀무간이 아니머는 어디서 만들겄냐 허는
생각이 확 머리에 꽂혀가지고라.. (정색하며) 한마디로 나도 힘을 보태고 싶다 그말이지라우...!
성백 : 사사로이 주전이나 녹이는 짓은 하지 않아.
(빙그시 웃으며) 풀무간이 그리 보고 싶으냐? .. 들어가 보거라
각출 : (크게 놀라는데)
채옥 : (각출의 당황한 표정과 성백의 당당한 태도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축지 : 아, 아니어라우.. 불편하신 것 같은디 난중에 힘을 보태지라우...
각출 : 참 형님.. 아까 가마골에서 기별이 왔었습니다..
성백 ; (질책하듯) 그걸 왜 이제 알리느냐? 당장 가볼테니 채비를 하거라..
각출 : 저, 저는 싫습니다.
성백 : 아니 아직도 사람을 가리는 게냐? (혀를 찬다) 한심한 놈...
각출 : (머리를 긁적이는데)
축지 : (호기롭게 나서며) 거그가 어딘디요? 말만 허쇼.. 나하고 성님이 모시께라우!
성백, 각출 마축지를 본다...
S#23. 산길
봇짐을 지고 성백의 뒤를 따르느느 채옥과 마축지...
휘적휘적 익숙하게 산길을 걷는 성백과는 달리 먼 발치에 뒤쳐져 걷는 채옥과 마축지..
성백, 구비길을 돌아가면...
축지 : (털퍼덕 자리에 앉으며) 오메 대체 어디까지 올라간다냐...
걷다가 다리 아파보기는 또 처음이네잉...
채옥 : (낮은 소리로) 그러기에 왜 함부로 나서는 것이오?
축지 : (짜증내며) 어따.. 기왕 산채에 왔응께.. 두령 눈에 팍 들어야 안쓰겄소?
그리고 시방.. 어째 그 입을 벌렸싸코 난리요? 말을 못한다고 했으믄, 밥 묵을 때 말고는
풀칠한 대끼 야물게 닫고 있어야제... 누구 송장 치룰일 있소!
하는데, 손과 얼굴을 온통 광목으로 두른 사내 세 명이 숲에서 튀어나와 목창을 겨눈다.
놀라는 채옥과 축지..
축지 : ( 벌떡 일어나 물러서며) 뭐, 뭐시여 이건?
채옥 : (역시 일어나 여차하면 칼을 뽑을 태세를 취하는데..)
성백 : (E) 물러서게.. 내 아우들일세... (다가온다)
사내1 : (성백을 보고는 꾸벅 예를 갖춘다.)
그제서야 목창을 치우고 사라지는 사내들...
축지 : 뭐, 뭐시다요 두령님?
성백 : 대풍(大風)라 병자들이다.. 마을에 알려질까봐 낯선 사람들을 몹시 경계하지..
축지 : (기겁하며) 그, 그라머는.. 애새끼들덜 잡아묵는다는 그, 그,그,그...(털썩 주저 앉는다)
성백 : (O/L) 다 유언비어야.. 역병처럼 옮기는 것도 아니니.. 어서 가자.. (앞장선다.)
축지 : 나, 나는 못가라우...
채옥, 의외다 싶은 표정으로 성백의 뒷모습을 보다가 터벅터벅 따라간다.
눈이 땡그래지는 마축지.. 갈수록 태산이다..
S#24. 움막 앞
대여섯명의 나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목발을 한 소년도 보이고...
S#25. 나환자 움막 안
약 보따리를 푼 성백이 손가락이 곱은 나이든 아낙1의 맥을 잰다...
성백 : 식은 땀이 자주 나고 어지럼증이 있지요.
아낙1 : 예...
성백 : 맥이 겉에서 뛰지 않고 깊이 눌러야 잡힐 정돕니다.
혈허(血虛-혈액이 부족하여 생기는 원기쇠약)의 증상들이지요.
(백작약과 감초를 담아주며) 작은 수저 하나씩 덜어 하루 세 번 달여드시오.
그리고 몇일간이라도 잠을 많이 자시오.
(약봉지를 건네며) 삼이나 녹용은 아니지만 사흘 정도 지나면 효과가 있을 것이오.
아낙1 : (받으며)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나간다.)
목발을 쥔 소년이 성백 앞으로 오고...
얼굴을 보로 감싼 아낙이 방 앞에 서있다.
성백 : 다리가 아픈 게냐?
소년 : 이틀 전에 비, 비탈길에 굴러서..
성백, 소년의 바지를 걷으면 썩어 문들어가는 피부에 피가 배어 있다.
징그러워 이맛살을 찌푸리는 마축지...
채옥의 미간도 찌푸려진다.
서슴없이 다리를 만져보는 성백.. 고름이 샌다.
몹시 아픈지 놀라 뒤로 물러나며 비명을 질러대는 소년..
성백 : 이런 뼈가 부러졌어! 어서 이리 오너라..
소년 : (두려워 고개를 가로젓는다)
성백 : 이놈! 지금 접골하지 않으면 평생 앉은뱅이로 살아야해!
소년 :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는데)
성백 : (마축지를 보며) 아이를 좀 잡고 있거라.
축지 : (당황해하며) 나, 나 말이여라우...? (갑자기 이마를 싸쥐며)
아따, 아까부텀 어째 이렇게 머리가 아파싼다냐.. 아조 바늘처럼 콕콕 찔러싼네잉..
나 쪼까 바, 바람 좀 쐬고 오께라우.. (나간다..)
성백 : (채옥을 본다)
채옥, 잠시 난감해하다가 이내 다가와 아이를 와락 붙잡는다.
"아퍼요, 실허" 하며 난리치는 소년.. 고개를 돌리는 방 앞의 아낙...
채옥, 아랑곳 않고 바둥거리는 소년의 어깨를 감아 붙든다.
성백, 그 사이에 달려들어 아이의 왼발을 붙들면..
비명을 지르며 요동을 치는 소년의 머리가 채옥의 입술을 친다.
입술에서 피가 터지는 채옥. 그것도 모른 채 붙잡는데 혼신을 다한다.
순간 성백이 소년의 부러진 다리를 뺐다 맞추면
비명을 지르며 혼절하는 소년...
<시간 경과>
누운 아이의 발에 성백이 부목을 대고 있으면 광목으로 돌려 묶어주는 채옥..
광목을 돌려감던 채옥과 부목을 잡고 있는 성백의 얼굴이 가깝다.
이내 광목을 다 묶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러나 털썩 앉는 채옥.
땀으로 젖은 이마와 피가 굳은 입술..
성백이 젖은 손수건을 내민다.
성백 : 입술에 피가 났어...
채옥 : (그제서야 입술을 만져보고는.. 받아 닦는다)
성백 : 애썼다.
채옥, 보면... 빙그시 웃는 성백..
채옥도 기분이 과히 나쁘지 않다.
이때 약초 망태를 들고 들어오는 이학철(45)
성백 : 아저씨!
S#26. 초가 마당
처마 밑 마루, 작은 술상에 마주앉은 성백과 학철..
채옥과 마축지는 마당 한 곳의 따로 떨어진 평상에서 역시 술상을 마주하고 있다.
서로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의 거리..
채옥, 학철이 낯이 익은 듯 망연히 보고 있다.
축지 : (궁시렁) 후딱 안내려가고 뭔 세 살을 저렇게 까까잉...
요런 마을서 비우 좋게 술 찌끄릴 맛이 나냔 말이시..
(채옥을 보면 넋이 나갔다) 뭔 생각을 고렇게 하시오?
학철 : 약초를 캐느라 닷새를 비웠습니다. 저 없는 동안 번번히 이리 신세를 져서 면목이 없습니다.
성백 : 무슨 말씀을 그리 하세요? 신세라면 제가 평생 갚아도 모자랄 신세지요..
아저씨가 아니었으면 제가 어찌 이 자리에 있겠습니까?
S#27. 산길 (이하 회상)
(1부 연결) 어린 재무를 태우고 산길을 달리는 학철
S#28. 가마골
나환자들, 달려오는 말의 기세에 놀라 피하거나 숨는다.
S#29. 동 어느 초가 마당
황현기(60세), 나환자들에게 뜸을 놓거나 침을 놓아주고 있다.
말소리 들리고... 황현기 밖을 보면...
재무를 데리고 들어오는 학철.. 재무를 억지로 무릎을 꿇게 한다.
현기 ; 누구신고?
학철 : (대뜸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며) 장일순 대감의 식객 무사인 이학철입니다.
현기 : (흠칙하며) 장일순? 나는 그런 사람 모르네..
학철 : 어르신께서는 대감과 동문수학하신 사형이라 들었습니다...
현기 : (그냥 환자를 돌보며) 지금은 아닐세...
학철 : 대감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현기 : (침을 놓던 손이 멎는다. 이내 다시 환자를 돌보며)...
조야에 나가보아야 헛된 일이라고 그리 말했건만..
세상은 몇마디 바른 말로 바뀌는 게 아니라고 그리 말했건만..
이제 와서야 그걸 확인했단 말인가... (눈가가 젖는다.)
개벽이 아니고서는 모두가 헛된 일일세.. 모두가...
재무 : (야무지게) 헛되지 않습니다! 아버님의 성품을 다르는 후학들이...
남기신 족적을 따를진대 어찌 헛되다고만 하십니까?
현기 : (놀라 보면) 허허.. 그 애비에 그 자식이군.. 그럼 너도 돌아가 네 부친의 족적을 따르거라...
재무 : (벌떡 일어나 학철에게 당차게) 돌아가시지요... 저도 이런 곳에 숨어살고 싶진 않습니다.
학철 : (다시 재무를 잡아당겨 무릎을 꿇게 하고는) 어르신.. 거둬주십시오.
대감의 마지막 부탁이셨습니다.
현기 :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네. 보다시피 이곳은 대풍라 환자들만 있는 곳이야.
자네들 같은 사람들이 머무를 곳이 아니지.
학철, 갑자기 일어나더니 어깨 옷을 부욱 뜯는다.
동시에 장검을 빼들며 팔에 칼을 그으려 하는데 황현기, 환자에게 놓으려던 침을 튕긴다.
바늘처럼 작은 침이 허공을 가르더니 학철의 장검을 떨어트린다.
학철, 바로 옆구리에 찬 단검을 빼 팔을 그어버린다.
팔뚝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그리고는 평상에 누워 팔에 광목을 감고 있던 나환자에게 다가간다.
놀라 물러서는 나환자...
학철, 나환자가 풀어놓은 피고름이 묻은 광목을 상처에 감는다.
놀라는 황현기와 재무...
학철 : (결연하게) 여기에서 생을 마치겠습니다.
현기 : (흔들린다) 그렇다고 대풍라 병자가 되는 건 아닐세.. 무엇 때문에 그런 고통까지 자초하는가?
학철 : 부모없이 저자를 떠돌던 저를 거두고 길러주신 분의 자젭니다.
현기 : (재무를 망연히 바라 보더니) 네가 재무냐?
재무 : (고개 숙인 채 재희의 옷고름만 꼭 쥐고 있다)
현기 : 그놈... 많이 컸구나...
재무 : (고개가 떨어진다)
현기 : (옆에 있는 나환자에게) 방을 하나 치워 주어라...
학철 기쁜 감정을 누르고 흔들림 없이 황현기를 향해 예를 갖춘다.
무릎을 꿇고 있던 재무.. 재희의 옷고름을 쥐고 눈물을 떨군다.
재무를 일으켜 세우려는 학철...
재무 : (어깨를 잡는 학철의 손을 물리 치고는.. 소리도 없이 운다..) 재희야...
<인터컷> 1회 회상씬
재무 말에서 뛰어 내리려고 하는데, 학철이 껴안는다.
화살이 빗발친다. 군사들에게 잡혀 가며 울부짖는 재희(채옥)
재희의 옷고름을 손에 쥐고 학철의 품에서 절규하는 재무(성백)
학철 : (웅크리고 흐느끼는 재무를 본다.. 가슴이 메인다..) 도련님...
재무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학철..
와락 학철의 품에 안겨 소리내 울기 시작하는 재무..
황현기, 두사람의 모습을 애잔히 본다.
S#30. 초가 마당(현재)
새소리만 마당에 떨어진다..
회상에 잠긴 듯, 말이 없는 성백과 학철...
학철 : (가슴이 아리지만 얼굴은 쓸쓸한 미소가 남아 있다)
아가씨를 찾겠다고 산을 몰래 내려가던 도련님을 붙잡은 게 수십번이죠.
성백 : (먼 하늘로 시선을 던지며 혼잣말처럼) 살아 있겠지요...?
축지 : 워매 차말로 생비별한 부자가 만난 것도 아님시롱.. 쌔가 닳겄네.. 쌔가 닳겄어..
궁뎅이가 천근인지 만근인지 한번 달아봤으면 좋겄당께..
채옥 : (성백을 보면 지금껏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천진하고 편안한 얼굴이다.)
학철 : 살아계실 겁니다.
성백 : 제가 동생 생각에 손을 놓고 있으면 스승님의 지팡이가 머리에 떨어지곤 했지요...
(다시 학철을 보고 피식 웃으며) 지금도 스승님의 호통이 들리는 듯 싶습니다.
학철 : 일부러 그러셨던 게지요. 심약해질까봐서요.
성백 : 스승님의 학식이 세상에 나갔다면.. 일세를 풍미하셨을 겁니다.
(웃으며) 더구나 무예는 학식에 비할 바도 아니지요.
학철 : 그러면 뭐 하겠습니까.. 세상이 이 모양인데...
어르신도 돌아가시기 전에 이미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리신 분 아닙니까...
성백 : 눈 감으시기 전에는 그리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학철 : (보면)
성백 : 당신은 희망을 버렸지만.. 희망이 저를 버리지는 않을 거라 하셨습니다. (잔을 비우더니)
내게 재무라는 이름을 주신 아버님과 내게 성백이라는 이름을 주신 스승님.
내가 죽으면... 어느 분을 먼저 만나게 될까요?
학철 : (그런 성백을 깊은 눈으로 본다)...
성백 : (잔을 건네며) 한잔 받으시지요...
학철 : (잔을 받아 내리며) 잠시 기다리십시오. (방으로 들어간다.)
검은 보에 싼 물건을 들고 나오는 학철...
학철 ; (성백에게 건네며) 받으십니오...
성백 ; (보를 받더니 직감적으로 아는..) 이것은....
학철 : 언젠가는 도련님께 돌려 드릴려고 했습니다.
성백 : 아버님께서 아저씨에게 드린 겁니다.
학철 : 원래는 황현기 어르신으로부터 전해졌다고 합니다.
이제 전 늙었습니다. 두 분의 뜻이 모두 이 칼에 담겨 있습니다.
(내밀며) 이제 검이 제 주인을 찾은 것입니다.
성백, 잠시 생각하다가 검을 받아 마당으로 내려선다.
검을 두손으로 받치고 무릎을 꿇고 앉는다.
천천히 보를 풀면 하얀 손잡이와 칼집을 두른 화선지...
성백, 그대로 칼자루에서부터 칼을 빼어 세우면...
햇빛을 튕기는 백검의 위용이 눈부시다.
감탄하는 채옥과 마축지...
성백 : (칼을 세워 올려다본다. 나직하게) 아버님.. 스승님...
잠시 회상에 잠긴 듯 눈을 지긋이 감는데...
칼집을 두른 화선지가 스르륵 땅 위에 떨어진다.
말린 화선지를 주어 펼치면 기운생동하는 필치로 '發(발)墨(묵)...!
성백의 몸에 가려 글씨가 채옥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의미심장하게 글씨를 바라보는 성백의 얼굴 위로...
<플래쉬백>
장일순, 마당 꽃밭에 앉은 잠자리를 잡으려고 하면 먼저 다가와 날개를 잡는 손..
재무 보면, 아버지다...
빙그시 웃으며 나비를 내미는 장일순.. 활짝 웃는 재무..
성백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른다.
<플래쉬백>
<제1부 씬 55>의 화선지에 발묵을 써내려가던 장일순!
성백의 눈가에 찬 눈물 한 줄기가... 툭 화선지 위에 떨어지고...
화선지를 쥔 성백의 손이 서서히 늘어지는데...
이윽고, 채옥이 알아볼 수 있도록 미풍에 살랑이는 화선지..
글자를 가만히 보다가 뒤통수를 맞은 듯 놀라며.. 성백을 보는 채옥의 얼굴...
S#31. 산길...
성백, 보에 싼 검을 소중히 들고 앞서 내려간다...
채옥, 마축지와 함께 뒤를 따르다가 멈춰서서... 성백의 뒷모습을 망연히 바라본다...
축지 : (무슨 병이라도 옮길 듯 손을 옷자락에 닦아대며 퉁명스럽게)
칼을 찬 화적이믄 화적맹키로 놀아야제.. 어쩌케 저런 징상스런 사람들까정 다 챙길라고 드까잉..
그랄라믄 차라리 칼 풀어 던져불고 나 성인군자요 하고 댕기는 것이 낫겄네..
안그라요 성님? (채옥이 보이지 않으면 뒤를 돌아보고는) 아다 거그서 뭐한다요..
후딱 안 내려오고...
성백, 그 소리에 돌아보면... 채옥의 시선과 부딪힌다..
채옥 무언가 아련한 듯 성백의 눈길을 보다가 이내 눈길을 피하고 다시 발걸음을 뗀다.
성백도 무표정하게 본다...
S#32. 한성 육주비전 인근 주막 전경..
S#33. 동 봉놋방
방바닥에 무예수련 그림이 담긴 여러장의 화선지가 늘어져 있다.
윤, 또다른 화선지에 창으로 상대의 가슴을 공격하는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드는지 붓을 멈춘다.
S#34. 좌포청 연무장(회상)
앞의 그림처럼 창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는 채옥..
옆에서 그 자세를 골똘하게 살피는 윤..
채옥 : 이 飛龍直進(비룡직진)세는 가장 짧고 빠르게 공격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창을 회수하기가 느리고.. 공격하는 순간 하체에 허점이 생기는 단점이 있습니다.
윤 : 어찌 보강하면 좋겠느냐?
채옥 : 나으리 심중에 이미 복안이 계시질 않습니까?
윤 : (옆에 세워놓은 창을 들고) 그럼 내 생각과 맞는지 같이 해볼까...?
윤, 채옥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면...
동시에 비룡직진세로 창을 찌르는 두 사람..
그 자세에서 창을 거두지 않고 바로 창의 하단을 내밀며 창을 세우고는
세워진 창으로 곧바로 가상 상대의 옆구리를 쓸어내리고는 발을 모으고 창을 세운다.
일련의 동작들을 한 치도 다르지 않게 마치는 윤과 채옥..
서로를 마주보며 빙그시 웃는다.
S#35. 동 봉놋방 (현재)
윤, 역시 회상에 젖어 가벼운 미소가 걸리는데...
이필용(E) : 계십니까?
윤 : (누군가? 방문을 보면)
S#36. 동 마당
윤, 방문을 열고 나와보면...
훈련도감 군관 이필용과 군졸 두 명이 서 있다..
필용 : 황보윤 전 종사관 되십니까?
윤 : 그렇소만....
필용 : (예를 갖추며) 훈련도감에서 나온 군관 이필용입니다. 대장 영감께서 뫼셔 오라 하였습니다.
윤 : (의아하다)...
S#37. 훈련도감 연무장
군사들이 격검, 창술, 봉술, 표창 등 각종 무예를 익히고 있다.
윤을 대동하고 그 앞을 지나가는 정홍두..
그 뒤를 이필용이 보좌하고 있다.
홍두 : (가면서) 어찌 그리 무심한가... 한번 들르라고 그리 청을 했건만..
윤 : 그간의 일을 영감께서도 아시질 않습니까?
홍두 : (걸음을 멈추며) 그래서 부른 것일세..
윤 : (무슨 말인가 본다) ...
홍두 : (큰 소리로) 준비하라!
군사, 둥둥둥-- 북을 울려댄다..
연무하던 군사들 동작을 멈추고 빠르게 대오를 갖춘다...
<시간 경과>
상석 의자에 앉아 있는 정홍두..
윤과 군관 이필용이 좌우에 서 있다.
연무장 중앙을 비워두고 군사들은 좌우로 나뉘어 앉아있다.
정홍두 : (필용에게 손짓을 하면)
필용, 조그만 깃발을 들어올려 군사들에게 신호를 한다.
군사 1, 2가 각기 좌우에서 중앙으로 나온다.
정홍두를 향해 예를 갖추고 다시 마주보며 예를 갖추는 군사1, 2지니
정홍구 : 우리 진영에거 권술이 가장 탁월한 군사들일세..
윤, 군사 1, 2를 유심히 보면...
기합을 지르며 대련을 시작하는 군사 1,2...
치고 막고...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두 사람... 쉽게 승부가 나지 않는다.
정홍두 : 멈춰라!
군사 1,2 가 일어나 정홍두에게 예를 갖춘다..
정홍두 : 어떤가?
윤 : 조선 제일의 무관들을 배출하는 훈련도감답습니다.
정홍두 : 그런 겉치례 말을 듣자는 게 아닐세.. 보고 느낀대로 얘기해보게..
윤 : 그럼 한말씀 올리겠습니다. 빠르고 힘이 넘치오나... 짜맞춰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군사 1, 2 자존심이 상한 듯 윤을 본다.
윤 : 실전에서는 군더더기 동작들보다도 틈을 공략하는 단 한 수가 중요합니다.
그 틈은 상대의 동작을 보는 게 아니라.. 눈을 보고.. 몸으로 느껴야 합니다.
정홍두 :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껴라...?
하는데, 군사 1이 윤에게 다가온다..
군사 1 : (예를 갖추며 호기롭게) 팔도 군영에 적수가 없다 들었습니다! 한 수 지도를 청합니다..!
윤 : (흠칫 군사1을 보고는 정홍두를 보며) 소인은 이미 관직에서...
군사1 : (O/L) 공적인 청이 아닙니다!
윤 : (난감한데)...
정홍두 : (윤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필용에게) 도포를 받아주어라!
필용 다가오면, 됐다는 듯 손으로 제지하고.. 연무장으로 저벅저벅 나가는 윤..
군사1, 윤을 향해 예를 갖춘다. 답례하는 윤..
눈빛을 빛내며 자세를 취하는 군사1..
그러나 윤은 평이하게 서 있을 뿐 꼼짝도 않는다.
빈틈을 찾으려는 듯 군사1이 윤의 주위를 조심스럽게 돈다.
그러나 미동도 않는 윤...
윤의 등 뒤로 위치를 옮긴 군사1이 마침내 기합을 지르며 발차기로 들어간다.
윤, 번개같이 뒤돌며 군사1이 내지르는 발을 옆으로 비껴 흐르게 하고는 달려드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윤의 얼굴이 벌써 군사1의 코 앞에 있다...
마치 군사1을 안기라도 한 것처럼 붙어있는 형국...
놀란 눈을 하다가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군사1의 얼굴...
카메라 얼굴에서 서서히 두 사람의 가슴 쪽으로 이동하면...
윤의 식지와 중지를 모은 손가락이 군사1의 명치를 찌르고 있다...
천천히 손을 빼는 윤...
군사1, 넋이 빠진 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정홍두와 좌중에 앉은 군사들... 놀라 쥐죽은 듯 조용하다...
S#38. 동 정홍두 방
정홍두와 마주앉은 윤...
정홍두 : 한심한 사간 놈들 같으니라고... 장수의 실수는 병가지 상사라 했거늘...
주상전하께서도 탁상공론하는 자들에게 그리 흔들리시면 안되시네....
자네같은 인재가 어딨다고 파직까지 시킨단 말인가...
윤 : (놀라며) 영감. 그리 말씀 마십시오... 화를 입으실까 걱정입니다...
정홍두 : 흥! 붕당에, 간신배들이나 판치는 답답한 세상...
말이라도 못하면 벌써 내 가슴이 터져 죽었을 것일세...
윤 : 영감...!
정홍두 : 자네... 나를 좀 도와줄 수 있겠는가?
윤 : .....
정홍두 : 자네가 좌포청에서... 일당 백의 비호대를... 공들여 만들었다는 것을 내 들었네...
윤 : (흠칫 본다)....
정홍두 : 무예십팔반과 본국검으로는 한계가 많아...
그 같은 별동대를 훈련도감에도 만들어주지 않겠는가..?
윤 :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정홍두 : (O/L) 나라를 위한 일일세... 국란이 생기고 변이 생기면... 정예군보다 한 발 빨리 움직이고...
적을 교란할 수 있는 별동대가 필요하단 말일세.. 훈련할 터도 은밀히 준비해두었고...
자네만 작심해주면 되는 일이네...
윤 : 주상전하께서 아시는 일입니까?
정홍두 : (고개를 가로저으며) 모든 걸 갖춘 다음에 고할걸세.... 도와주겠는가?
윤 : 소속군사 열 명 뿐인 비호대도 주상전하의 윤허를 받고 움직인 일입니다...
소인 이만 일어나겠습니다...(예를 갖추고 일어나 나가려는데)
정홍두 : 나를 견제하는 자들이 많다는 건 자네도 알지 않는가...
공론화되면 아예 시도도 하지 못할걸세...그 일을 맡을 적임자는 자네 밖에 없어... 기다리겠네...
윤 : ......
S#39. 훈련도감 앞
대문을 나서다가 뒤돌아보는
윤... 착찹하다...
S#40. 산채 채옥방 (밤)
마축지, 살짝 문을 열어 밖을 살피고 있고...
채옥, 벽에 기댄 채 생각에 잠겨 있다...
<플래쉬 백>
(1부)
장일순 앞에서 발묵에 대해 대답하던 재무..
(4부)
대풍라 마을에서 손수건을 건네고는 고맙다고 웃던 성백...
혼란스러운지 고개를 가로젓는 채옥...
마축지 : 시방 뭐하요? 주전판이지 주판알인지 후딱 찾아 내려가잖께요...
...날마다 가슴이 벌렁벌렁 한 것이... 똑 죽겄단 말이어라우...
S#41. 풀무간 인근 (밤)
채옥과 마축지 숲에 숨어 풀무간을 보면...
창을 든 산채 군사 1, 2가 풀무간 앞을 지키고 있다...
채옥, 마축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풀무간 앞쪽 숲 속으로 다가간다...
마축지, 갑자기 바지춤을 내리며 똥 싸는 폼을 하며...
축지 : (군사들 들으라는 듯 힘을 준다) 끄응.... 아이고 어째 요로코롬 안나온다냐...
군사1, 2 놀라 다가온다...
축지 :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도 별도 겁나게 많네잉... 끄응...
군사1 : (창을 겨누며) 누구냐?
축지 : (놀라 뒤로 손을 짚으며) 오매! (군사들을 보고) 하이고야... 하마터면 뭉갤뻔 해부렀네...
나여라우 나. 마가... (옷 앞섶으로 얼른 아랫춤을 가린다)
채옥, 소리없이 재빨리 풀무간으로 다가간다...
군사1 : 난 또... 헌데...(보다가 코를 막으며) 아니 뒷간 놔두고 여기서 뭐하는거요?
축지 : 나가 된장이 잘 안나오는 편이라우.... 뒷간에 가도 영 소식이 와야제 말이여...
해서... 시원한 데서 별 보고 앉았으머는... 쪼까 나올까 싶어가지고...
군사1 : 나참... 보던 거 마저 보고 얼른 들어가슈.
축지 : 고,고맙수...
군사1 : 가자. (풀무간 앞으로 돌아간다)
축지 : (눈치를 보며) 깻잎을 어따가 뒀더라...
S#42. 풀무간 안 (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둡다...
채옥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면 초록빛 야광석이다....
그리 밝지는 않지만... 가까이 대면 야광석 주위는 살필 만하다...
몸을 낮추고 조심스럽게 풀무간 안을 살피는 채옥...
칼과 창, 호미, 쟁기날, 총신 등이 보이지만.... 주전판은 커녕 사주전 한 닢도 찾을 수 없다...
야광석도 점점 어두워지고... 채옥의 표정도 어두워진다...
S#43. 성백 방 (밤)
성백, 탁자 위에 백검을 놓아둔 채... 명상하듯 눈을 감고 있다...
문득 무슨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문을 보는 성백...
S#44. 산채 마당 (밤)
사그라 들어가는 화톳불이 아무도 없는 빈 마당을 지키고 있다...
채옥, 힘없는 표정으로 ...성백의 방을 바라보고 있는 채옥...
혼란스러운지 털썩 주저앉아 이마를 짚는 채옥...
곁에 있는 숯을 주워 생각없이 바닥을 툭툭 치다가...
發墨(발묵)을 천천히 써본다...
채옥, 마지막 획을 긋는데...
성백 : (E 다감하게) 그 글귀가 마음에 드느냐?
채옥 : (놀라 돌아보면 성백이다.... 앉은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성백 : ...항상 자신을 살피고 수련하라는 경책의 의미지...
채옥 : (긴장한다. 오라비일 수도 있다)....
성백 : ...글은 누구에게 배웠느냐?
채옥 : (움찔하다가 바닥에 父라고 쓴다) ....
성백 : ...깨인 분이셨던 모양이군... 어디에 계시느냐?
채옥 : (잠시 상념에 젖었다가 巢天(소천)이라고 쓴다. 마음 속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성백 : ...괜한 걸 물었군...
채옥 : (고개를 가로젓는다...그리곤 다시 바닥에 글을 쓴다. 父生存乎. 마음 속으로)
...아버님께서 살아계십니까...?
성백 : ...내 아버님 말이냐...?
채옥 : (고개를 끄덕인다) ....
성백 : (허공을 본다)
채옥 : (침을 꿀꺽 삼킨다)
성백 : (분명하게) ... 살아계시지...
채옥 : (덜컥 실망한 빛이 스쳐간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를 하고 숙소로 간다)
성백 : (그 뒷모습을 보며 마음 속으로) ...살아계시지... 내 마음 속에...언제나 살아계시지...
채옥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는 성백...
S#45. 채옥 방 (밤)
채옥 문을 열고 들어오면....
누워있던 마축지 벌떡 일어난다...
축지 : (목소리 낮추며) 어찌케 되았소? 찾았소?
채옥 : (고개를 가로 젓는다) ....
축지 : 이런 니미럴.... 대체 고 주전판이 어디 쳐박혀 있으까잉...우리 헛다리 짚고 온 거 아니까라우....
나가 보기에도 그냥 화적때 같은디... 아이씨... 이라다가 진짜 나만 엿되아부는 것 아니여..
(이불을 확 뒤집어 쓴다)
채옥, 여러가지로 혼란스러운지...
벽에 등을 기대고 멍하니 어둠을 바라본다...
성백 : (E) 살아계시지...
고개를 툭 떨구는 채옥...
축지 : ...(고개를 쏙 빼고 이상하게 채옥을 보다가)...뭣한다요 안자고...?
...혹시 장두령 생각허는 것 아니오...?
채옥 : (움찔 고개를 든다) ...
축지 : 아까 대풍라 마을서부텀 산길까정... 어째 보는 눈이 요상타 했제....하기사 고런 헌헌장부가잉...
호랭이맹키로 떡 벌어진 가슴 내밀믄서 숫내를 퐁퐁 풍겨불먼...
어느 가시내가 오짐을 안지리겄어... 나가 가시내라도 하루밤 확- 앵겨불고 자픈디....
(채옥을 슬쩍 보면)
채옥 : (무섭게 축지를 노려본다)....
축지 : 아,아니...그게 아니고라... 그란께 나 말은... 사람이고 즘생이고...수컷은 잘나고 봐야된다
그 말이지라우..
채옥 : (차갑게) 머지않아 목이 떨어질 화적이오...
축지 : (겁을 먹고는 입술을 때리며) 하따 오늘 따라 이 놈의 주둥지가 어째 요렇게 말을 안들으까잉.....
(다시 이불을 슬그머니 뒤집어쓰는데)
채옥 : (혼자잣말처럼) ...그런 자를 마음에 품어... 무엇하겠소... (가만히 눈을 감고 벽에 기댄다)
S#46. 동 방문 앞 (밤)
성백, 채옥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방 안 그림자를 싸늘하게 쏘아본다...
S#47. 산채 전경 (아침)
S#48. 산채 회의실
성백과 덕수 각출을 포함한 십여명의 소두령들이 자리하고 있고...
말석에 채옥 마축지가 앉아 사내1의 보고를 듣고 있다...
사내1 : 보릿고갯 때 빌린 보리 한 말이 가을에는 쌀 한 섬으로 둔갑하고....
그마저 갚지 못하면... 양민들을 제 집 노비로 부리고 있습니다...
더더욱 기가 막힌 일은 이 오장달이라는 놈이 나이가 든 계집들은 제 첩으로 삼고...
어린 계집들을 청국 색주가에 팔아먹고 있다는 겁니다!
모두들 놀란다...
축지 : 고런 느자구 없는 새끼가 있단 말이요?
오매... 어쩌케 지 자석같은 아그덜을 떼놈들 노리개로 판단 말이여...
각출 : (성백에게) 형님, 가서 박살을 냅시다요!
덕수 : 무슨 소릴 하는겐가! (성백에게) 가뜩이나 관아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됩니다...
각출 : (덕수에게) 그런 놈들 숱하게 어육을 냈던 우리들이우... 헌데, 그냥 두고 보자는 말이우?
덕수 : 누가 그냥 두고 보자 하더냐!... 전옥서를 파옥한 지가 불과 며칠 전이다...
지금은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야.
성백 : (듣고만 있다) ....
축지 : (채옥 귀에 대고) 화,활빈도 하는 모양이어라우...
채옥 : (계속 긴장된 눈빛으로 주시한다)
각출 : (덕수에게) 형님도 산채에만 계시더니 .... 간이 꽤나 쪼그라든 모양이우!
덕수 : (벌떡 일어나며) 이놈이 정말... 왜 그리 한치 앞만 보는게야!
성백 : 관아위치와 호위무사는?
덕수 : 형님.......
사내1 : 집안에 고용한 무사 두 놈이 있고 ... 관아는 이십리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군사 수는 육십여명... 포수 십여명이 있다고 합니다...
각출 : 심야에 치면 군사들이 달려온다 해도 두어시각은 걸릴 겁니다...
성백 : (잠시 생각하는 듯 눈을 감더니 번쩍 뜨고는) 토호 한 놈 잡는데 새벽까지 기다릴 거 없다!
(벌떡 일어난다)
놀라 성백을 보는 채옥의 얼굴...
S#49. 동 마당
말에 안장을 꾸리는 성백과 덕수, 각출... 그리고 십여명의 무사들...
채옥, 마축지 그 모습을 일각에서 보고 있다...
마축지 : (나즈막하게) 절호의 기회여라우... 풀무간에도 주전판이 없으머는... 쳐박아둘 곳은
두령 방 밖에 없어라우...분명히 같이 가자헐 것이오....나가 먼저 나서서 설레발을 쳐불라니까..
산채에 남아있으쇼잉..
채옥 : (눈빛을 빛낸다) ....
마축지 : (긴장한다) 뭔 일이 있어도 찾아야 헐 것이요...
채옥 : (고개를 끄덕인다)
말을 탄 성백이 채옥에게 다가온다...
성백 : 같이 가자!
마축지 : 가야지라! (팔을 걷어부치며) 나라가 못하머는 우리라도 나서는 기 당연지사제.
나가 고 느자구 없는 새끼... 기름낀 뱃대지에다 심지를 꽂아가지고... 불을 확 댕겨불라요...
머... 둘 다 갈 필요 있겄습니까... (채옥 보고) 성님은 쉬고 계시쇼... (나서 앞장서며) 가시지라!
성백 : 너는 남거라.
마축지 : (헉- 놀라 돌아본다)
채옥, 마축지 당황하지만 내색하지 못한다...
마축지 : 아,아니여라우... 나,나가 간다고 먼저 손 들었당께요...
성백 : (씨익 웃으며) 그럼... 너도 같이 가겠느냐....
마축지 : (성백 한번 봤다가...채옥 한번 봤다가...) 아, 아니 우리 성님이 간다머는 머
굳이 나까지 갈 필요 있겄습니까...
성백 : (웃으며 채옥에게) 어서 말에 오르거라! (대열로 간다)
마축지 : (난감한 듯 채옥을 본다)
채옥, 팔을 늘어뜨리는데... 손에 단검이 툭 잡힌다...
단검을 팔뚝 뒤로 감추는 채옥...
흠칫하는 마축지에게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불쑥 마축지에게 단검을 안긴다...
행여 성백 일행이 볼까봐 몸으로 가리며 얼른 단검을 잡는 마축지...
채옥 : (마축지에게 걸어와 당부를 하듯 눈빛을 보내고 대열로 간다)
마축지 : (얼른 품 안으로 단검을 넣으며) 아이씨...나 보고 어짜라고...
S#50. 몽타쥬
-산길을 거침없이 달리는 성백과 채옥, 열댓명의 기마 일행...
-그 모습을 산중턱에서 바라보는 마축지...
-시냇물을 박차고 달리는 성백과 채옥 일행...
-마축지, 죽어라고 산길을 다시 올라간다...
S#51. 양주골
성백 일행이 마을을 짓쳐 달리면 놀라 길을 비키는 사람들...
S#52. 산채 성백 방 앞
주위 눈치를 살피면 멀리 군사 둘이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다...
슬며시 성백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마축지...
S#53. 오장달의 집 마당
장달이 무언가를 지시하면, 장부를 든 집사가 굽신거린다.
먼 발치에... 칼을 찬 호위무사 둘이 낄낄거리고 있다...
하인들 계집아이 다섯을 끌고 가는데...
그 중 소녀1이 뛰어와 장달의 도포자락을 부여잡는다...
소녀1 : (울며) 나으리... 살려주십시오.... 제가 없으면 그나마 밭맬 사람도 없습니다...
네 식구 모두 굶어 죽습니다요...이년 평생..종년으로 살테니...제발 청국으로만 보내지 마십시오.
장달 : 이년이 무슨 소리를 하는게야... 여기 붙어서 뉘 집밥을 축낼려고... 저리 가지 못해!
(발로 가슴팍을 밀어버린다) 뭣들 하느냐!
하인 소녀1의 머리채를 잡고 우왁스럽게 끌고 간다...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소리와 함께 두동강 나 부서지는 대문짝...
질주해 들어오는 성백 일행의 기마대...
장달과 무사 하인들 기겁한다...
<인터컷>
성백의 방, 서랍을 뒤지는 마축지...
무사1, 2 놀라 장검을 빼어드는데...
채옥의 표창이 무사1, 2의 장검을 떨어뜨린다...
동시에 덕수의 쇠도리깨가 무사1의 머리를 날리고,
각출의 월도가 무사2의 등판을 꿰뚫어버린다...
얼이 빠진 듯 덜덜 떨며 굳어버리는 장달...
종횡무진 집안을 휩쓸던 말발굽 소리가 잦아든다...
소녀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벌벌 떨고...
채옥과 덕수... 말에서 내려 오장달 앞으로 다가가는데....
부서진 대문이 바람결에 삐그덕거린다...
터걱터걱 오장달을 향해 다가오는 말발굽소리...
말을 천천히 몰아 장달 앞에 서는 성백...
성백 : 네 놈이 오장달이냐...?
장달 : (턱이 덜덜 떨린다) ....
<인터컷>
마축지, 숫제 이불과 베개까지 더듬어보지만 주전판은 없다...
S#54. 몽타쥬
- 창고에 가득찬 쌀과 재물을 꺼내는 사내들...
- 마당에 가득 쌓이는 재물과 쌀...
- 말을 타고 마을길을 달리는 성백과 덕수...
말꼬리에 매단 비단이 풀어지며 화사한 비단길을 이룬다...
각출과 사내 몇이 비단 위에 쌀가마의 쌀을 풀며 달린다...
비단 위에 쌓이는 쌀이랑...
<인터 컷>
누군가의 발자국소리.... 마축지 화들짝 놀라 방문 옆으로 몸을 바짝 붙이고 서면...
방문이 열리더니 홍시가 담긴 작은 소쿠리가 하나 들어온다... 양순이다...
문을 닫으려다 홍시를 얼른 하나 들고 문을 닫는 양순...
가슴을 쓸어내리는 마축지...
S#55. 오장달의 대문 앞
멍석 위에 쌓인 쌀과 재물을 퍼가는 백성들...
각출, 신이 나 있다...
그 옆에... 엉망이 된 몰골로 묶인 채 덜덜 떨고 있는 오장달...
쌀을 퍼가는 백성들에게 눈물겹게 하소연한다....
오장달 : 여보시게들... 나 좀 살려주게... 다 가져가도 좋으니... 내 목숨만 살려달라고
한마디만 해주시게.... 여보게들... 제발...
하지만 백성들 오히려 오장달의 면상에 침을 뱉고 가버린다...
마상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성백과 채옥 일행들...
각출 : 형님. 이제 그만 돌아가야 합니다.
성백 : (말에서 내려 저벅저벅 오장달의 앞으로 걸어간다)
장달 : (죽음을 직감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무릎 걸음으로 물러선다)
성백 : ...네 놈을 살려달라는 백성이 한 사람이라도 보이더냐?
장달 : ..... 나,나으리... 무슨 짓이든 할테니 제발 목숨만은....
성백 : (백검을 서서히 뺀다... 칼을 세우며 나직히) ...부디 후생에는... 선량한 백성으로 태어나거라...
성백의 백검이 전광석화처럼 오장달의 목을 밴다...
그대로 붙어있는 오장달의 목, 동공이 멈춰있다...
장달의 목을 타고 피 한방울이 흘러내린다...
순간, 탕-하는 방포음 소리...
성백과 일행 돌아다 보면.... 멀리서 수십의 관군이 달려오고 있다...
다시 화약을 매기는 포수들...
놀라 흩어지는 백성들... 성백, 말을 차며 질풍처럼 내달린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성백 일행...
<인터컷>
마축지, 씩씩거리다가 벽장 쪽으로 가는데... 탁자 모서리에 정강이를 찧고 만다...
정강이를 감싸고 오만 인상을 쓰는 마축지...
S#56. 마을 일각
달리는 성백 일행의 뒤로 계속 터지는 방포음...
순간, 채옥이 총에 맞은 듯 뜨끔하며 말에서 떨어진다...
일행들 달리며 돌아보는데...
이미 관군이 채옥에게 가까이 달려가고 있다...
S#57. 채옥에게서 떨어진 일각
성백, 말을 세우면... 모두들 따라 선다...
성백 : (말머리를 돌려 채옥을 본다)
덕수 : 이미 늦었습니다!
<풀래쉬백>
1부, 62씬...
무사(학철) : 이미 늦었습니다...
성백, 말을 몰아 채옥이 있는 곳으로 돌진한다...
S#58. 채옥이 있는 곳
이미 관군 대여섯명이 포위를 한 채 창을 겨누고 있다....
채옥 왼쪽 어깨가 피로 물든 채 칼을 쥐고 맞서고 있다...
군관 : 칼을 버려라!
채옥 : (어깨를 감싸며 고통스럽게) 나,나는 화적이 아니오... 한성 좌포청......
군관 : (O/L) 쏴라!
포수들, 화승총을 들이대는데....
순간 지축을 울리며 다급하게 달려오는 말발굽소리... 성백이다...!
채옥... 거친 숨을 토하며... 성백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