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대종인 산양과 멸종에 대한 이야기
강현중학교 3학년 이지혜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날, 우리가 산양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상상해보았다. 이 상상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 적이 있었다. 곰곰히 다시 생각해보니 몹시 슬프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산양이 어떻게 생겼고, 왜 보호를 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는 이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무관심해서 알지 못했던 동물이 사라진다면, 누구에게나 존중받고 싶어하는 우리들도 저 자연의 무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산양은 유엔연합환경계획(UNEP)이 지정한 깃대종(Flagship Species)이 되었다. 그만큼 특별하게 보호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깃대종인 산양을 통해 우리에게 멸종이란 의미는 무엇이며,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이, 호랑이는 물론 산양 같은 아름다운 동물이 사라지고 있다. 육식동물인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는 메스컴에 자주 나오지만, 초식동물인 산양은 그에 비해 관심이 덜하다. UNEP는 최근 20여 년간 어류는 30%, 양서류는 30%, 포유류는 23%, 조류는 12%가 멸종위기에 놓였다고 밝혔다. 이 원인으로 인간의 농업과 산업, 어로(漁勞)활동, 오염 확산 등이 그 주범이다. 환경의 심각한 문제가 멸종위기로 이르게 된 것은 근친교배로 인해 유전적인 결함이 있는 자손이 태어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식물 한 종이 사라지면 최대 30종의 곤충과 식물, 고등동물이 연쇄적으로 멸종될 수 있다고 미국의 FWS(Fish and Wildlife Service)에서 보고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인류의 생존을 위한 탐욕 때문이라 생각한다.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 의료로 수명을 늘리고, 음식으로 더 좋은 영양을 섭취하고, 좋은 주택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주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자연을 정복대상으로 삼았던 꽤 오래된 역사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다가 20세기 이후에서야 인류는 자연의 잦은 기후변화를 통해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대기오염으로 오존층의 파괴는 물론 각종 생활쓰레기가 해저에 쌓이고 있고, 지구 온도를 조절해주는 숲과 남극의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재앙은 인류가 만든 인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곳곳에 뜻있는 분들이 보호받아야 할 종을 최소한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생존이란 인간만이 지닌 문제가 아니라 모든 생태계가 같이 풀어야 할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황폐화되는 환경에서는 멸종동식물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이 그 증거다. 지구의 화석기록에 따르면 멸종은 4년에 1종씩 일어났지만, 무차별적인 자연 파괴로 현재는 매년 3만종에 이른다고 보고되고 있다.
깃대종인 산양은 현재 설악산과 월악산의 동물로 선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이러한 보호의 지표는 고유종(endemic species), 지표종(indicator species), 핵심종keystone species), 깃대종flagship species)이 있다. 각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고유종은 특정 장소나 특정 지역에서만 사는 종이고, 지표종은 환경 오염의 위험을 알려주는 생물이며, 핵심종이 사라지면 생태계가 파괴되는 종이고, 깃대종은 생태계의 여러 종 가운데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생물종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깃대종을 보호하면 다른 생물의 서식지도 함께 보호할 수 있다는 상징적인 야생동물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의 산양은 곧 환경의 지표인 셈이다. 다행히 산양은 1968년 천연 기념물로 지정된 후 현재까지 보호와 개체 수가 증가하여 현재 7~800여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턱없이 부족한 개체수다. 3~40년 전만 하더라도 태백산맥에서 15,000여 마리가 살고 있어 산양을 만나는 일은 드물지 않았지만 멸종위기 동물이 된 것을 보면, 멸종되는 동식물의 수가 놀라울 정도로 많았음을 말해준다. 이를 최소생존개체수(Minimum Viable Population)라고 한다. 여우는 50마리가 최소생존개체수라고 하며, 산양도 그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깃대종인 산양을 오랫동안 지켜 오신 설악녹색연합을 이끄는 박그림 선생님에게 전화로 이러저러한 내용을 물어보게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이들을 위해서 산양이 사는 곳에 간섭하지 말며 산양이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하고 아침저녁으로 붐비는 등산객들에 엄격한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셨다. 그 밖에도 여러 환경(동물) 단체에서 하는 멸종 위기 동물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하셨다. 산양을 지키는 일은 대량멸종을 막으려는 아름다운 실천인 셈이다.
산양의 서식지는 해발 1,000m의 이상이며, 바위가 많은 곳에 산다. 그리고 거의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 머물러 산다. 추위에 강하며, 천적에게 쫓겨 서식지를 벗어나더라도 시각과 청각 후각이 발달해서 자기의 영역으로 돌아온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산양은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 1급인 천연기념물 217호로 지정되었는데, 환경오염의 기준이라고 한다. 수질과 토양 그리고 대기가 심각하게 오염되면 천연기념물은 생존을 할 수 없게 되어서다. 까닭에 국제적으로도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의 부속서 1종에 올라 있고, IUCN(세계 자원 보전 연맹)의 적색 목록에도 올라가 있는 세계적인 희귀종이다. 산양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된 동물 중에 가장 큰 포유류로 알려졌다. 한국 산양은 서양 산양과 달리 얼굴선이 없다. 산양은 천적을 피해 계곡과 바위능선 등 기암절벽 주변에 살고 있는데, 굵은 다리와 뾰족한 발끝은 절벽과 험한 산지를 오를 수 있도록 진화해왔다. 각 나라마다 독특한 지형에 적응한 동물들처럼, 한국의 산양도 한반도에 적응하면서 살아온 동물이자 우리의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이번을 계기로 산양을 통해서 다른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들까지 생각하게 되었으며, 나아가 생물의 다양성과 생태계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들을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도 멸종될 수 있음을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