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119
하늘이 참 예쁘다. 맑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은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어 보인다. 구름은 바람을 믿고 몸을 맡겨 유유히 흐를 뿐이다.
우리 동네 중고 컴퓨터 수리를 전문으로 하면서 새 컴퓨터 판매도 겸하는 컴퓨터 119라는 가게가 있다. 노후 된 컴퓨터를 가지고 가면 쓸만한 부품을 빼서 가격을 쳐주고 새 컴퓨터도 판매한다. 집에 있는 컴퓨터가 자꾸 말썽을 부려서 가지고 갔다.
“컴퓨터를 바꿔야 할 거 같아요. 팔 년이 넘어서요.”
고장이 잦은 컴퓨터를 들고 가면 작은 부품을 여러 번 무료로 바꾸어 주어서, 고마운 마음을 갚으려고 큰맘 먹고 새 컴퓨터를 장만하려고 한 말이다. 땀 흘리며 한 시간 만에 컴퓨터를 수리해 주신 사장님이 말했다.
“아직 쓸만한 걸 왜 버리려고 그래요? 제가 잘 손봤으니 앞으로 이삼 년은 더 쓸 수 있어요.”
“수리비가 얼마예요.”
“포맷하고 필요한 드라이버를 새로 깔았어요. 부품은 안 들어갔으니 무료입니다.”
인건비라도 받아야 한다고 오만 원을 드렸으나 끝내 받지 않으셨다. 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살까. 한때 세상이 너무 야박해서 나도 내 잇속을 챙기며 살겠다고 다짐했건만, 너무 부끄럽다.
구름처럼 세상 사람들을 믿고 흐르는 세월을 살아 보자. 사장님 마음을 닮아서 오늘 하늘은 어쩜 이리도 맑고 푸른지. 구름은 어쩜 이리도 순백의 색인지. (2023.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