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bIyK8O07AqY?si=68YIZ6cpKfZsn2IM
수필隨筆이란 말 유담 유형준
수필이란 말은, 중국 남송 시대 문인 홍매(洪邁, 1123~1202)가 남긴 용재수필(容齋隨筆)의 서문에 처음 나온다. 수필(隨筆)이 나오는 대목을 살펴본다.
予老去習懶, 讀書不多 (여로거습라, 독서부다) 내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게으름이 버릇되어,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意之所之, 隨即紀錄 (의지소지, 수즉기록) 뜻이 가는 바를, 곧바로 따라서 기록하였다.
因其後先, 無復詮次 (인기후선, 무부전차) 그저 생각이 떠오른 앞뒤 순서에 따랐을 뿐, 다시 짜맞추어 설명하거나 차례를 매기지 않았다.
故目之曰隨筆 (고목지왈수필) 그러므로 이것을 가리켜 『수필이라 하였다.
이 대목에서 의지소지(意之所之) 수즉기록(隨即紀錄), 뜻이 가는 바를, 곧바로 따라서 기록하였다 에 주목한다. 핵심은 붓筆이 아니라 뜻意이다. 홍매가 이른 수필은 붓의 움직임에 기대어 나온 것이 아니라, 바로 뜻이 가는 바대로 쓴 글이다. 뜻이 먼저 움직이고 그 뜻이 차올라 번져갈 때, 붓은 그저 그 뜻의 흐름을 묵묵히 뒤따라갈 뿐이다. 홍매가 서문에서 스스로 게으른 사람이라 자조하며, 글의 순서를 억지로 짜맞추지 않았다고 한 것 역시, 뜻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인위적인 형식으로 훼손하지 않겠다는 묵묵한 다짐이었을 것이다.
흔히 수필을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 말한다. 그러나 홍매의 말에 따르면 수필은 붓이 앞서는 글이 아니다. 뜻이 먼저 길을 내고, 붓은 그 길을 따라가며 기록한다.
동의반복(同義反復) 한다. 수필은, 붓이 뜻을 앞질러 가는 글이 아니라, 뜻을 붓이 따라가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