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엔 부산엘 다녀왔습니다.
금요일 저녁 갑자기 밤차를 타고 여행을 가자는
용중 님의 성화에 못이겨 따라나섰습니다.
저는 월요일 부터 시작되는 어린이 한지공예교실 준비 때문에
마음이 분주해져서 내키지 않았습니다.
갈아입을 옷도 넣지 않고 달랑 중간크기의 가방에
주섬주섬 세면도구와 안경, 책을 담았습니다.
수원역에서 8시 40분 새마을호를 타고
밤길을 달렸습니다.
종착역인 부산에 도착하니 00시 50분입니다.
우쿵 태풍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자갈치 시장 가까운 곳에 짐을 풀고 고단한 몸을 뉘였지요.
객실엔 컴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아침에 인터넷을 열어 이의동 카페에 들어가서 한줄방명록도 써보았습니다.
부산에서 수원으로 소식을 전할 수 있으니 참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부산은 항구도시이고 비지니스가 활발한 지역이라 그런지
컴퓨터는 기본으로 준비되어 있나봅니다.
아침을 먹으러 자갈치시장으로 갔습니다.
여전히 바람은 불고 약간의 비가 내렸습니다.
우리는 각각 비를 가릴 우산을 샀습니다.
시장 입구부터 비릿한 생선 냄새가 풍겨옵니다.
병어,조기,문어,낙지, 갈치,고등어,광어, 가자미,우럭,바지락, 대합
바다에서 잡혀온 온갖 고기와 조개들이 시장 점포에 가득합니다.
우리는 갈치와 조기 등을 구워놓은 생선구이집을 찾아
갈치조림을 시켰습니다.
부산 인심은 후한 편인지 갈치를 많이 넣어서 구수한 갈치조림을 내옵니다.
갈치는 연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우리는 다른 반찬이 필요없이 갈치조림만 해서 맛있게 아침을 먹었습니다.
다양한 횟감이 있는 활어회 시장에서는 세발낙지와 전복, 해삼, 개불도 먹었습니다.
용중 님이 이야기 합니다.
"저것 봐요. 아주머니들의 삶의 현장 , 저렇게 자식들과 살기 위하여
열심히 사는 모습."
"치 여기 자갈치 아주머니들은 그래도 그늘에서 장사를 하지만
우리 이의동에선 땡볕에서 농사를 짓잖아요."
부산에서는 8월부터 부산관광객들을 위하여
부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부산투어 이층버스를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행선지는 해운대와 태종대 이고 한시간 간격으로 운행을 합니다.
우리는 해운대행 투어를 탔습니다.
부산박물관 , UN 참전기념공원, 광안리 해수욕장, 광안대교,
APEC 회담이 열렸던곳, 해운대의 누리마루 행입니다.
오후 KTX 3시 50분 기차를 예약하였으니
우리는 누리마루 해운대 한군데만 보기로 했습니다.
버스는 광안리 해수욕장을 지나갑니다.
78년도에 영희언니랑 영희언니의 친구, 영자언니가 살고 있던
광안리 해수욕장에 왔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삼박사일 동안 줄곧 바닷가에 나가서 해수욕을 하였는데
그해에 잡티가 많이 생겼습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9월 어느날 거울을 쳐다보다가 깜짝 놀라고 속상하였습니다.
직장에서 만난 영희언니는 대구 경북여고를 나오고
영문학을 전공하였는데 이렇다 할 매력도 없던 저를
많이 아껴주어서 부담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우린 연인들처럼 매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수시로 전화를 하였습니다.
영희 언니는 감수성이 풍부해서 책을 읽고나서 울기도 하고
불같이 화도 잘 내고 맛있는 음식도 사주고
아뭏든 정열이 많은 여인이었습니다.
지금은 천안에서 대학 강의에 나가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난 후엔 자주 만날수 없어 점점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그때에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어린왕자, 보봐르의 소설, 사르트르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인생을 나름대로 그려보기도 하였습니다.
보봐르의 소설 중에서 '생의 한가운데' 를 감명깊게 읽었는데
그 책을 읽고 주인공인 '니나'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진지하게 자기의 생을 살아낼 수 있는 열정적인
삶을 살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기도 했었지요.
지금 이의동의 생활도 나름대로 열정이 없는 건 아닙니다.
현재 자기가 살고있는 그곳에서 꽃을 피우라는
한 목사 사모님의 이야기를 가끔 떠올리며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합니다.
낯익은 해운대 해수욕장을 시작으로 바다가 보이는
해안가를 돌아 가니 동백섬이 보이고 오륙도가 보이는
가장 멋있는곳에 누리마루가 있습니다.
누리마루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산마루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니 화려한 자개로 장식한 십이지장도가 있습니다.
천도복숭아 나무가 있고, 소나무, 학, 거북이, 금을 칠하였다는 사슴들이 뛰놀고 있습니다.
누리마루 안의 유리는 모두 방탄벽으로 되어있고
강원도 정선에서 가져온 옥으로 벽을 장식하였다고 합니다.
정상들이 입었던 한복이 걸려있었습니다.
단아한 회담장소는 깔끔하였습니다.
예(禮) 를 갖추어 정상들을 초대하는 일은 회담장소 부터 어려운일이지요.
부산은 도시 한가운데에 바다가 들어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을 모함 하였던 원균이 지휘를 하였던 부산진도 보입니다.
세계적으로 국제영화제로 자리잡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국제도시이기도 하지요.
투어를 돌아오는 광안리 대교는 부산의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의 해상다리입니다.왼쪽엔 오륙도, 동백섬이보이고
수변공원이 있는데 광안대교가 부산을 업 시키고 있습니다 .
영남제분, 부경대학교, 평화공원,
투어버스는 DMB 첨단설치로 TV 시청도 할 수 있고 코스마다 이어지는
관광정보도 볼 수 있으니 앞서가는 관광도시입니다.
거리도 깨끗하니 한국의 싱가폴을 연상하게 합니다.
늦은 점심겸 역전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 거리에 들렀습니다.
용중 님이 꼼장어를 먹고 싶어하였습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아주머니는 두 개의 연탄불 위에 석쇠를 얹고 꼼장어를 구웠습니다.
아래위로 석쇠를 뒤집어 골고루 익히더니
고추장에 양파, 당근, 갖가지 양념을 하여서
다시 연탄불에 꼼장어를 구웠습니다.
저는 꼼장어가 징그러워 보여서 먹을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용중 님이 담백하다고 자꾸 권하는 바람에
한 점 먹어보니 그렇게 맛있을 수 가 없습니다.
소주를 곁들이니 더욱 맛있습니다.
한 잔, 세 잔, 다섯 잔, 일곱 잔을 따르니 소주 한병이 다 비워지는군요.
기록입니다.
꼼장어 먹으러 바닷가 가자고 조르게 생겼네요.
부산 여행에서 건져 올린 건 꼼장어와 소주 한 병 입니다.
어지럽고 정신이 아득하여졌지만
용중 님이 옆에 있으니 업고라도 집에 데리고 가겠지요.
돌아오는 길은 처음 타보는 천안까지의 KTX 기차여행이었습니다.
♬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하니 ~
♪ 이세상 끝까지 달려라 현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