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살 (명사 : 엄살을 부리며 버티고 겨루는 짓)
‘앙’이란 말이 얼마나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지 알아보자. 먼저 개가 물리고 달려들 때 내는 소리(또는 모양)도 ‘앙’이고, 어린아이가 우는 소리(또는 모양)도 ‘앙’이다. 또 ‘자기의 말이나 물음에 대해 상대의 응답을 재촉할 때 내는 소리’도 ‘앙’이다. 이를테면 “빨리 대답 안해? 여태 뭐 했어? 앙!”처럼 쓰인다. 한자말 앙(怏)은 앙심(怏心), 앙(殃)은 재앙(災殃), 앙(盎)은 배가 불룩한 동이를 뜻하는 말이다. ‘앙’은 또한 ‘응가’를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기도 하다.
‘앙’자로 시작되는 말들은 원한(怨恨), 불만(不滿)과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앙하다’는 ‘마음속에 맺힌 것이 안 풀려 토라져 있다’는 뜻의 그림씨다. 앙탈은 생떼를 쓰고 고집을 부리거나 불평을 늘어놓는 짓이고, 앙기는 원한이 맺혀서 앙갚음하려고 하는 마음이다. 앙기는 한자말 앙심과 같은 뜻이다.
내 좌우명이 ‘오는 주먹은 받아쳐라’라고 말한 바 있는데, 앙갚음은 이처럼 남에게 받은 그대로 갚아줌을 뜻하는 말이다. 물론 이때 남에게 받은 것은 은혜나 사랑이 아니라 손해나 미움 같은 ‘나쁘거나 부정적인’ 것이다. 한자말로는 반보(反報)라고 한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이 앙갚음의 전형적인 사례다.
안갚음은 받은 그대로 갚아준다는 점에서는 앙갚음과 같지만, 받은 것이 부모의 사랑이라는 점에서는 앙갚음과 백팔십도로 다르다. 안갚음은 원래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일을 가리켰는데, 의미가 확장돼 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안갚음’이지만 ‘아니갚음’은 아니다. 한자말로는 반포(反哺)라고 하는데, 그래서 까마귀를 한자말로 반포조(反哺鳥)라고 한다. 포(哺)는 ‘물어다 먹인다’는 뜻을 가진 한자다.
★ 그는 뒷마루로 나가서 마루를 꽝꽝 구르면서, 앙살 대신 몸부림으로 시위를 한다. (이기영의 소설 「고물철학」에서)
얄 (명사 : 야살스럽게 구는 짓)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1977년에 석래명 감독의 영화 <고교 얄개>가 개봉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25만 관객이 들었다. 놀라운 것은 이 영화의 원작소설인 조흔파의 「얄개전」이 100만 부 넘게 팔렸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관객 1,000만 시대가 열렸지만, 소설 100만 부는 오늘날에도 좀처럼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기 때문이다. 얄개 역의 이승현을 비롯해 김정훈, 진유영, 강주희, 하명중 등이 출연했는데, 당시 초절정의 미모를 뽐내던 정윤희도 가세했다. 촬영을 맡은 정일성은 당시 마흔아홉 살의 중견이었다. 정일성은 1957년 영화 <가거라 슬픔이여>에서 촬영감독으로 데뷔했으니, 77년은 데뷔 20년을 맞는 해였다. 2007년 데뷔 50년을 맞은 정일성이 여전히 현장을 지키고 있음은 한국영화의 긍지이자 행복이 아닐 수 없다.
<고교 얄개> 이후 ‘고교’ 시리즈, ‘얄개’ 시리즈가 쏟아져 나왔다. 이승현과 김정훈을 앞세운 ‘고교’ 시리즈로는 <고교 우량아(1977년)>, <고교 깡돌이(1977년)>, <고교 꺼꾸리군 장다리군(1977년)>, <고교 명랑교실(1978년)>, <고교 고단자(1978년)>, <우리들의 고교시대(1978년)> 같은 것들이 있고, 이승현은 빠지고 김정훈이 들어간 <여고 얄개(1977년)>도 있었는데, 지금도 ‘한 미모’ 하는 김보연이 ‘여고 얄개’로 나왔었다. <고교 얄개> 전에 원작소설과 같은 제목으로 제작된 영화 <얄개전>도 있다. 당시 열네 살 소년이었던 안성기가 주연을 맡았다.
얄개는 ‘야살스러운 짓을 하는 사람’, 그러니까 ‘얄을 피우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야살스럽다’는 ‘보기에 얄망궂고 되바라진 데가 있다’는 뜻이고, ‘얄망궂다’는 ‘성질이나 태도가 괴상하고 까다로워 얄미운 듯하다’는 뜻이다.
★ 말끝마다 김 승지와 박 선달을 내세우며 얄을 피우고 다니는 꼬락서니에 치수는 그만 욕지기가 날 지경이다. (이무영의 소설 「농민」에서)
첫댓글 얄개는 알겠는데 '얄'은 처음입니다. 얄, 얄, 얄, 얄, 얄!
그러게요..저도 처음...
얄밉다 얄궃다의 얄이 이 얄이군요. 사전에도 버젓이 나와 있고... 그게 얄개의 얄과도 같고... 와~ 생각해 보니 '-개'는 덮개, 지우개, 오줌싸개처럼 동사 뒤에 결합하는데 이 '얄'도 어느 시기엔 동사 '얄다'로 존재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선배님! 얄궂다 오타인데요..저 얄궂고 얄밉죠? 얄 한번 피워봤습니다.ㅎㅎㅎ
ㅋ 그거 찾아내라고 일부러 틀렸어요..;;;가 아니라 나도 오타 많아요. 7종성법의 본능으로 받침 적기가 무지 헷갈리지요. 같고 갖고 갔고 이런 거 특히... 난 지적받으면 오히려 기분 좋은데...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