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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최갑수, 김광수, 박병기, 이도흠, 민경국, 박병기 교수
| 29일 자본주의·불교사상 관계 모색 김광수 “불교정신으로 소비허상 극복” 민경국 “사회 근원, 인간 이기심 인정”
유승무 “불교사상 사회 접합 전무해” 박병기 “자비윤리, 자본주의에 제공” 유정길 “다양한 공동체 시도 바람직”
현대 물질주의 문명의 폐해와 양극화 심화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현대인들은 상업주의 속에 소비문화의 조류에 끝없이 감각과 향락을 쫒는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불교의 시작으로 진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불교평론〉은 창간 15주년을 기념해 8월 2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불교의 눈으로 자본주의를 말하다’를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의 학술세미나는 총 7명의 학자들이 나섰다. 먼저 기조발제로 최갑수 서울대 교수의 ‘왜 자본주의를 말해야 하는가’를 시작으로 자본주의와 불교의 접합점과 경제체제 비판과 함께 불교공동체 운동, 또 이상주의로서의 불교에 대한 비판도 함께 대두됐다.
집착 버리는 두타행, 출재가 모두 펼쳐야
김광수 한양여대 교수는 “불교는 경제활동을 인정해 자본주의 이념을 일정부분 수용하지만 이기적인 탐욕과 이윤의 무한 추구는 적극 경계한다”며 “불교사상의 적극적인 검약과 절제에 의해 소비의 허상이 극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불교는 재화는 해탈을 위한 수도를 성취하는데 필요한 수단으로서 정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취득하고 근면을 통한 검소한 소비활동을 장려한다. 특히 이자를 비윤리적으로 간주했던 기독교나 이슬람교와 달리 이자수입을 인정하고 금융업을 권장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물질은 욕망의 충족이 아니라, 인간의 경제 행위는 가치 있는 생활을 영위하는 수단”이라며 “불교의 가치관으로 물질에 대한 의존으로 독립적이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집착을 버리고 심신을 수련하는 두타행을 통해 출재가가 모두 물질에 종속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개인적인 수행과 공동체 운동을 함께 펼쳐야 함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사회를 변혁시킬 수 없기 때문에 공동체적인 운동을 펼쳐야 한다”며 “대중빈곤의 문제를 해결을 위해 자영업자와 소기업의 보호, 농업 육성을 통한 실업문제 해결 등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경쟁 없는 사회, 이상주의에 불과하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인간의 탐욕과 경쟁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경쟁 없는 사회는 이상주의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개인 안에는 이기심과 탐욕이 있으며 이를 오히려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전환시키는 생산적인 방향의 규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경국 강원대 교수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가능한가’ 발제를 통해 “불교경제학은 인간의 순수성에 주목하지만 이는 이상적인 가치일 뿐”이라며 “이 가치가 주목되는 것은 소규모 사회에서만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민 교수는 “우리사회는 자생적으로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인간의 탐욕을 제한하는 행동규칙들을 형성해왔다”며 “오늘날에는 개인의 이기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분업과 협업이 발달했고, 우리 사회를 이루었다. 이런 사회구성의 원칙과 규칙을 제대로 지킨다면 인간 본성의 이기심은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오히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억제하기 위한 강제적인 장치는 인간 개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 교수는 “이상주의의 도덕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법을 정하고 강제로 집행하는 것은 성공할 수 없고 오히려 정부 개입 등을 특정그룹에 대한 법적 편애가 발생한다”며 “이는 자유주의를 해치는 행위가 된다”고 지적했다.
21세기 시대정신 세우는 실천 윤리 필요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는 “1980년대 민중불교운동 사례 외에는 불교가 자본주의와 만난 경우는 전무하다”며 “오늘날 한국불교는 자본주의에 관심을 갖고 비판적으로든, 적극적으로든 만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어 “불교자본주의든 불교사회주의든 다양한 실험을 과감히 시도하고 또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최근 ‘하트 스토밍(Heart Storming)’을 기업 생산성과 연관시키려는 시도는 팔정도의 정념을 조직 및 기업활동과 연결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준다”며 “원시적 형태의 소비공동체 원형을 가지고 있는 승가 원리가 자본주의 비판에서 분배정의 및 소비윤리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예를 들었다.
끝으로 유 교수는 “21세기 한국불교는 육바라밀과 같은 실천 적인 행위윤리를 제시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적 차원의 개혁이 아니라 21세기 시대정신을 세우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도 “돈을 애써 외면할 필요도 없고 필요 이상의 돈에 집착하지도 않는 무애의 지혜와 그것에 근거한 자비의 윤리가 불교가 자본주의에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묘약”임을 밝혔다.
불교공동체 운동에 자본주의 대안 있다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은 6가지의 불교공동체 예시를 통해 자본주의의 병폐를 극복할 수 있는 공동체를 제안했다.
유 이사장이 먼저 예시로 든 공동체는 ‘공동소유 공동체’다. 유 이사장은 “공동소유 또는 무소유 공동체는 초기불교의 승가공동체와 이를 현대사회에 구현하려고 한 정토회가 있다”며 “정토회의 경우 현재 서초동에 50명, 문경에 70명이 함께 초기공동체의 삶을 기조로 수행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이 공동체에서는 각종 수련이 진행되며 사회운동으로 환경기구인 ‘에코붓다’를 두고 쓰레기 제로운동, 빈그릇 운동 등의 캠페인과, 평화인권기구인 좋은벗들을 운영하고 있음을 예로 들었다.
유 이사장은 두 번째 공동체로 ‘공동주거 공동체’를 예로 들었다. 유 이사장은 “공동주거는 생각이 맞는 이들끼리 시도해볼 수 있다”며 “영동 백화마을은 40가구가 모여 자체교육 등을 하는 공동체며, 안성 ‘들꽃피는마을’도 2년 동안 40회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진 공동체”라고 소개했다.
유 이사장은 “이런 공동체의 특징은 저녁식사 등을 함께하는 소통에 있다”며 “이를 통해 대소사를 함께하며 자체 규약인 청규도 만들어 지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예시는 마을공동체다. 유 이사장은 실상사의 한생명공동체 등 마을공동체가 농촌사회의 희망이 되고 있으며 이는 지역분권과 주민자치의 변화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 이사장은 “사찰의 불사를 한다면 시내에 해야 할 것”이라며 “교육사업을 우선으로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생산물부터 폐기물까지 지역에서 순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네 번째 공동체로 ‘협동조합’을 들며 사업적인 성격과 동시에 공공결사의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섯 번째 공동체인 ‘네트워크 공동체’는 상호부조하며 협력하는 신도들 간의 공동체로 사찰과 신도관리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끝으로 유 이사장은 ‘사찰과법당의 신도공동체’를 통해 사회공동체가 하지 못하는 역할을 종교공동체가 할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했다. 유 이사장은 “한국사회에서는 이미 도시화로 인한 농촌의 빈 공간을 교회가 대신하고 있다”며 “지역에서 붕괴되어 가는 공동체를 회복하는데 종교단체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불교평론〉은 이날 열린 세미나의 논문을 특집으로 펴낸 창간15주년 기념 59호를 펴냈다. 59호에는 특집 논문과 함께
△융 심리학과 불교사상(이죽내)
△종파로 보는 티베트불교(이종복)
△사랑, 지혜를 만나다(정경일)
△독일 내 한국불교와 신도 현황(만프레드 후터)
△나의 선시 독법(신승철)이 수록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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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자본주위와의 만남... 자본주의 폐해 극복, 불교 공동체에 해답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