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3일 째 안 나오고 있었다. 내가 더 이상 물 때문에 이곳에서 살아가는 기쁨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5.000l가 들어가는 물탱크를 사놓은 이후, 나는 5일은 버틸 수가 있게 되어서 3일 정도는 문제도 되지
않지만, 공사장에 물이 떨어지면 큰 문제가 된다.지금 시멘트를 믹스해서 벽을 바르고 있는데,
물이 안 나와 일거리가 없다며 공사담당자가 인부들을 돌려보내는 것을 보았다.
그것도 내가 수사님들께 간절히 부탁을 해서 수사님들이 운영하시는 학교 기숙사 공사장의 인부들을 빌려온
상태인데,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직원들을 불러서 방법을 의논했다. 그들의 생각으로는 물이 나올 때가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루수빌로 고아원 안에 우물이 하나 있지만, 동네 사람들의 식수로 쓰기에도 부족한 물이라서 공사장으로
퍼 나르는 것은 할 수 없다고 했다. 그건 맞는 말이다. 우선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잠시 후, 나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쳐가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아, 카롱가에는 호수가 있다, 호수 물을 퍼 나르자!” 나의 아이디어를 들은 직원들의 표정은 부정적이었다.
“ 물을 퍼 나르려면 드럼통이 많이 있어야하고 2km 정도 되니까 트럭도 한 대 빌려야 하는데 경비가 많이
든다'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선 드럼통을 사러 나가자, 그리고 트럭을 불러서 값을 흥정해 보자. 돈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아직은 희망이 있다. 그 언젠가는 돈을 갖고도 해결 할 수없는 일들이 우리에게 닥칠 것이다.“
물이 귀한 곳이라 물을 담기 위한 드럼통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는 웃돈을 더 주고
간신히 6개를 구입하고 트럭을 불러서 호수가로 보냈다. 공사에 필요한 물을 퍼 나르는데
운반비만 하루에 80달러가 들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틀 후에 물이 다시 나와서
엄청난 추가경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이 사건으로 우리는 비상시에 쓸 수 있는 드럼을 비축해두는
장점이 있었고, 또 우리가 건축하는데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건축가에게 보여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는 감동을 받았는지, 이제는 인부를 돌려보내는 일없이 열심히 일을 진행하고 있다.
말라위 사람들은 온유하고 친절하지만 그들에게는 “도전정신”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물론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 안에서도 그 무엇인가를 이루어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위대한 “도전정신”의 결핍 때문에 이들은 이런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되면 좋고 안 되도 할 수 없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거의 체념 상태인지라,
그런 사람들과 일할 때, 나는 엄청난 에너지를 빼앗긴다. 그래서 힘이 많이 든다.
지금 말라위의 현실은 한국의 60년대 모습과 비슷하다. 그러나 과연 50년 후,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한국인들이 이루어낸
그 “기적”은 결코 말라위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부패된 정부 때문에 외화도 없어서 기름을 못 사오니 자동차를 움직일 수 없을 때가 많다.
낡은 기계들을 수리할 기술자들과 경비 부족으로 전기와 수도의 공급이 원활치가 않다.
기본적인 것들이 해결되지 않으니 사람들은 불편함을 겪는 것은 물론이며 생명까지 위협 받는다.
그래도 이들은 크게 불평하지도 않고 시위를 하려고 길로 나서지도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우리가 배워야할 점은, 그들의 낙천적인 성격이다.
목이마르고 배가 고파도 노래하고 춤추는 아프리카 사람들, 성탄절이라고 벌써부터 먹고 놀 계획들을 짜면서
돈이 필요하니 지원해 달라고 손을 벌인다.
크리스마스의 본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배부르게 먹고 마시며 춤추고 노는 것에 이들의 관심이 집중 되어있다.
아마도 그들의 고통이 너무 커서 이렇게라도 위로를 받아야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드는 한편
왠지 마음이 씁쓸하다. 내가 그들에게 유익한 것은 아낌없이 지원하지만, 그들의 무질서한 욕망은 결코
채워줄 수가 없다는 것이 또한 나의 원칙이기도 하다.
내가 말라위 사람 모두를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나와 함께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나와의 만남을 통해 작은 변화라도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느님이 함께 하시는 곳에는 늘 "희망"이 있다.
첫댓글 아멘 아멘 ..!!! 말씀 선포자요 실천자인 아녜스님 ^*~~ " 너희는 공정을 지키고 정의를 지켜라.
나의 구원이 가까이 왔고,나의 의로움이 곧 드러나리라" . [이사 56,1 ]
오늘 독서말씀으로 힘을 실어 주시는 주님이 함께 하십니다 .
기후와 열악한 환경이 주는 탓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변화 될 것입니다.주님의 도구로 쓰시는 아네스님의 열정과 분별의 지혜로운 힘 으로...!!! 파이팅~~~~~ !!! ^*^
루시아 자매님, 오늘도 이렇게 힘을 실어주시니 기운이 번쩍 납니다. 아~~ 말씀으로 우리는 살아갑니다.
때로는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처럼 답답함을 느끼다가도 말씀이 우리마음에 와주시면 만사형통!!!
자매님은 진정 말씀으로 사시는 분입니다.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깨어있으라는말은 곧 변화하여라는 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변화라는건 새로운 나로 나아가는 길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길인것같습니다. 아름다운, 힘있는 변화가 그곳에도 찾아와 교수님께 힘나게해야할텐데요....^^
사랑하는지나님, 맞아요. "깨어있으라" 하신 말씀은 "지금" "여기"에 존재하며 자신을 들여다보고 아닌것들은
바꾸라 하심이지요. 깊은 잠에 빠져있는 말라위 사람들의 의식을 바꿀 수있는 것은 오직 성령이시지요.
오늘도 이사람들 때문에 울고 웃고 합니다. 주님이 주시는 연민의 정으로 이들과 함께 하소서!
도전정신+낙천적 성격이 합쳐진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힘이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