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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불교사공부방(일본 불교사 독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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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스크랩 간사이 최고봉. 영봉 이시즈치산(靈峰 石鎚山) 순례기 #.1
박영빈 추천 0 조회 136 15.07.23 00:33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이시즈치산(石鎚山)또는 이시즈치야마.

 

시코쿠 산지 서부에 위치하는 해발 1,982m의 산으로 긴키지방 서쪽의 서일본 최고봉이다. 에히메현 사이죠시(西?市)와 구마고겐쵸(久万高原町)의 경계에 위치한다.

 石?山, 石?山, 石土山, 石槌山. 혹은 이요의 높은 산(伊予の高嶺)등으로 표기되었다.『일본영이기(日本靈異記)』에는 「槌山」이라고 기록되었고, 연희식 신명장(延喜式神名帳)에는?神社」라고 기록되어 있다. 마에가미지(前神寺)와 요코미네지(橫峰寺)에선 샤쿠마잔(?山)이라고도 부른다. 


 - 일본 위키피디아. 石鎚山 항목 개요中




2011년 여름. 처음 시코쿠 88개소를 순례하던 때, 이시즈치산이 무슨 산인지도 몰랐다. 다만 시코쿠와 간사이 지방에서 제일 높은 산이고 예로부터 영산으로 받들어졌다는 것만 알았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기에 올라가겠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이래저래 시코쿠에 대해 더 알아보고, 또 순례를 다녀온 분들과 교류하던 중 60번 요코미네지의 오쿠노인. 호시가모리(星が森)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호시가모리에서는 이시즈치가 한눈에 보인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이때까진 이시즈치산 보다는 호시가모리라는 성지에 내 신경은 더 집중되어 있었다.


그렇게 12년 여름 다시 순례를 가게 되었고 그 순례길에서도 이시즈치산에 대한 이야기를 몇번이고 들었다. 38번을 앞두고 하룻밤 자게된 대사당에서 만난 한 일본인 순례자는 88번부터 역으로 순례하는 사람이었는데 목에 걸린 부적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말했다.


"마침 이시즈치의 오야마 비라키(お山開き)기간 이었어요."


오야마 비라키란 문자 그대로 산을 여는 의식. 산이야 일년 365일 내내 그곳에 있지만 특별한 수행처로써 그 의미를 가지고 산을 열고 닫는 의식이다. 이시즈치는 매년 7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오야마 비라키가 열린다. 


"마침 산악수행하는 분들과 만나서요, 함께 이시즈치를 오르고 이 부적을 받았아요. 야마 비라키 기간에만 받을 수 있는 부적이라고 하더군요. 태풍이어서 산을 오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쇠사슬까지 모두 올랐어요!"


이때 처음 이시즈치의 쇠사슬길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총 3곳의 쇠사슬이 절벽에 걸려있고 예로부터 이 사슬을 잡고 산을 오르는 것이 수행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고. 그렇게 호시가모리와 이시즈치산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갔다.


7월 중순이 되어서야 60번 요코미네지를 올라 호시가모리를 찾아갔다. 일본 고유의 산악신앙인 슈겐도(修?道)를 창시했다는 엔노교쟈(役行者)가 이곳에서 이시즈치산을 바라보며 예배한 끝에 슈겐도의 본존인 장왕권현(?王?現)과의 인연을 맺어 본존으로 모시고 후에 홍법대사님 또한 여기서 이시즈치를 바라보며 성공호마(聖供護摩)를 올렸기에 호시가모리(별의 숲)이라고 불린다는 곳. 기대반 호기심 반으로 오른 그곳에서 나는 이시즈치산을 만났다.


2012.7.15. 호시가모리에서 바라본 이시즈치산


그때 같이 올랐던 일본인 순례자가 말했다. 운이 참 좋다고. 몇일 전까지 태풍이었고, 이시즈치산의 날씨가 변화무쌍이라 보일까 했는데 이렇게 잘 보이는 건 드물다고. 그때 난 이시즈치를 바라보며 결심했다. 


"오르자!"


그러나 호시가모리에서 이시즈치산으로 가는 순례길은 태풍으로 무너진 상태. 자연스럽게 길이 회복되려면 적어도 3년은 걸린다는 말에 다음 기회로 미루고 다만 이시즈치산을 향해 손을 모을 뿐이었다.

그리고 군에 입대하여 복무가 끝나갈 무렵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호시가모리에서 이시즈치로 향하는 순례길이 좀 거칠긴 하지만 복원되었고 그 길로 다녀온 일본인 순례자의 후기도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정보수집 중에 이시즈치 신사에서 제작한 오야마 비라키 동영상을 보게되었다.



「神が待つ、頂へ。」

신이 기다리는, 정상으로.


그리고 5월 15일. 난 60번 요코미네지의 등산로 입구인 유라(湯)의 휴게소에서 이시즈치산을 향해 출발했다.


***


60번 요코미네지를 향하는길. 저멀리 이시즈치가 보이는 곳에 성역을 상징하는 도리이(鳥居)가 서있다. 

편액도 당당히 이시즈치산.


아침 5시. 어제 휴게소에서는 나를 포함해 총 5명이 노숙을 했다. 다행히 오늘 날씨는 맑다고 한다. 내일 하산길이 비가 온다는 모양인데 하산길은 느긋하니 상관 없다. 어젯밤 추워서 한번 깨고, 화장실 때문에 한번 깻는데 별이 쏟아지듯이 예뻣다. 별이 그리도 잘 보였으니 오늘 날씨는 걱정 안해도 되겠다.

어제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 2개를 아침으로 먹고 출발한다. 오카야마에서 왔다는 야마모토 할아버지도 슬슬 일어나 짐을 싸고 계신다. 5시 반, 야마모토 할아버지와 함께 60번 요코미네지를 향해 출발한다.


요코미네지를 오르는 등산로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다. 이 앞의 2번은 모두 중간에 운좋게 자동차 오셋타이를 받아 편하게 올랐다. 예전부터 이 길이 험하다, 산사태가 잦다 등 여러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걱정반 기대반으로 오른다. 한번 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은 늘 걱정과 기대로 오른다.


요코미네지 등산로 입구. 절까지는 2.2Km이다. 입구부터 경고와 주의, 알림판이 시끄럽다.

여러차례 태풍으로 무너진적이 있는 길이기에 태풍이나 큰비가 왔을 땐 차도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엄청 빙 돌아가긴 하지만...


노숙한 유라 휴게소. 화장실과 식수가 있어 노숙에 알맞은 곳이다. 사진속 텐트에는 홋카이도에서 온 순례자 2명이 자고 있다.


요코미네지(橫峰寺)는 이름 그대로 이시즈치의 옆 봉우리에 있는 절이다. 시코쿠 88개소 중 60번 절. 이 곳을 내려오면 64번까지는 모두 다닥다닥 붙어 있어 한 번에 5개소를 주파할 수 있다. 본존은 대일여래(비로자나불)로 예로부터 이시즈치산 신앙에서 중요한 절로 자리 매김하였다. 이시즈치산 신앙의 중심은 "1사 3소(1社3所)"로 1사는 이시즈시신사(石鎚神社). 3소는 각각 마에가미지(前神寺), 요코미네지, 고쿠라쿠지(極樂寺)의 세 곳이다. 

 순례길은 가파른 산길의 연속이었지만 중간중간 쉴만한 곳이 있었기에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정확히 1시간 반을 걸어 60번 요코미네지의 산문에 이르렀다.


60번 요코미네지 산문


요코미네지에서 오쿠노인인 호시가모리까지는 더욱이 10분가량 올라가야 한다. 일단 절에 들어가 한숨 돌리고 물을 보충해서 출발하기로 한다. 마침 납경소 직원분이 출근하시기에 혹시 납경을 받을 수 있나 하고 여쭤봤더니 단호하게 거절.... 7시까지 기다렸다가 납경을 받고 갈까. 하다가 그냥 출발하기로 한다. 

40번대에서부터 계속 마주쳤던 야마모토씨와는 여기서 작별. 아마 이게 시코쿠에서 보는 마지막을 것이라 생각하곤 서로를 응원하면서 헤어졌다. 산문을 나와 옛날 주차장쪽으로 오르길 약 10분. 7시경 이시즈치산을 오르는 출발점인 호시가모리에 도착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구름 한점 없이 저멀리 이시즈치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호시가모리의 작은 사당에 인도에서 가져온 기도깃발(룽따)를 걸고 이시즈치 산을 향해 예불을 올린다. 

이시즈치산 신앙에서 이시즈치산은 산 전체가 아미타불의 성지, 즉 극락정토로 믿어졌다. 그래서 이시즈치산의 세 봉우리인 텐구가다케(天狗岳;1,982m), 미센(?山;1,974m), 난센포(南尖峰; 1,982m)가 각각 아미타불과 관음세지 두 보살이 머무는 곳이기에 이시즈치를 오르는 것을 등산이라 하지 않고 등배(登拜)라고 하였다. 7:30. 이시즈치산 등배를 시작했다.



룽따를 건 호시가모리의 돌사당. 홍법대사님이 모셔져있다.


멀리 보이는 이시즈치산. 정상인 텐구가다케까지 깔끔하게 보인다.


호시가모리에 있던 순례길 이정표. 이시즈치산 정상까지 8시간. 돌아오는데 5시간 반이 걸린다고 쓰여있다.


먼저 호시가모리에서 출발하여 차로가 있는 이타즈리(虎杖)까지 내려가는 모에자카(モエ坂)길은 약 3년 전의 태풍으로 산사태가 나서 통행금지가 되어있었으나 지역등산회에서 어느정도 정비를 하여 지금은 어찌어찌 내려갈수 있게 되어있다. 전체적으론 예전에는 집이 몇 채 있었던 듯한 석축이 남아있고 시멘트로 포장된 길도 군데군데 남아있었다.


호시가모리를 내려간지 약 15분. 부처님은 어디로 가셨는지 모를 약사당과 당을 지키던 사람이 살았으리라 추정되는 요사채가 무너진채 남아있었다. 그래도 법당자체는 튼튼하게 지어졌는지 비가 새거나 벽이 무너진 곳이 없었다. 물과 식량만 있다면 하룻밤 지내기에 나쁘지 않아보였다.


약사당 앞으로 내려가는 길. 사람이 다닌 길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드문 듯 풀이 무성했다.  


약사당을 참배하고 내려가기를 또 30분 가량. 큰 계곡을 만났다. 바위가 어지럽게 놓여있고 큰나무들이 왕창 쓰러져있는 것을 보니 여기가 바로 태풍으로 무너졌던 길인듯 했다. 이미 지난 비로 좁은 길의 2곳 정도가 붕괴되어 있었지만 그렇게 심하지 않았기에 조심조심 통과했다. 


다행인 것은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무사하다는 것과 길이 어지럽긴해도 명확하게 남아있다는 것. 이 깊은 산중에 길을 잃었다간 등배고 뭐고 그대로 부처님 뵈러 가겠구나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배낭에 들어있는 식량이라곤 식빵 5쪽에 슬라이스햄 5장. 반쯤 먹은 블루베리잼 한병이 다였다. 순례기를 쓰는 지금 생각하건데 명색이 2천고지 가까이 되는 산을 오르는데 진짜 아무런 준비없이 갔구나 싶다. 대체 무슨 정신머리로 그리 올랐는지..... 신심아니면 오기거니 생각한다.


큰 돌과 떨어진 나뭇가지들이 어지러운 길.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가 용케 길은 안해쳤다.

대신 날카로운 돌들이 많아 발이 쉽게 피로해졌다.


다리에 걸려있는 나무들. 저 산위에서 산사태에 휩쓸려 내려온 것들이다.


 다리를 건너 내려가는 길. 반쯤 다 깨어지긴 했으나 시멘트로 포장되어있다.

좌측 절벽에서 떨어진 낙석들이 포장을 다 깨먹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1시간 가량 내려가니 번듯하게 포장된 길과 만난다. 지방도로 142호. 1차 목적지인 이타즈리(虎杖)다. 여기서 부터 2차 목적지인 이시즈치신사의 중궁(中宮)인 성취사(成就社)와 최종목적지인 정상사(頂上社)까지는 신사에서 길을 정비하고 있기에 길 잃을 걱정은 없다. 

이타즈리의 등산로 입구에 지장보살을 모신 작은 사당이 있고 여러 안내판이 서 있다. 이타도리에서 성취사로 가는 길은 크게 2갈래로 나뉜다. 쿠로카와미치(?川道)와 이마미야미치(今宮道)로 두 갈래인데. 쿠로카와미치는 산사태등으로 더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통과하려면 못할 것은 없지만 스스로 책임을 질 생각이 없다면 권하지 않는다. 실제 이 길을 통해 이시즈치를 등반한 일본 산악인들의 후기에 보면 산사태와 낙석등이 심해 산에 익숙하지 않다면 가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등산로 입구의 안내판. 쿠로카와미치의 폐쇄안내와 이마미야미치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모에자카 등산로 입구(이타즈리), 옆의 빈집엔 농협지부라는 간판이 있었지만 문이 닫혀있었다. 


이타즈리에서 지방도 12호를 향해 800m. 약 10분가량 걸어가니 이마미야미치의 입구인 코구치(河口)가 나온다.

코구치에는 여관 한곳과 절, 신사가 각각 하나씩 있는데. 절은 60번 요코미네지의 별원, 신사는 이시즈치신사의 분사이다. 관리하는 사람이 상주하지 않고 여름의 오야마 비라키 기간과 가을의 오지 마이리(王子?り)기간에만 스님과 신관이 파견되어 문을 열고, 여관은 오지 마이리 기간에만 문을 연다고 한다.


이 사실을 모르고 코구치에 도착해서는 사실 상당히 난감했다. 여관이 있다는 정보만 알고있어 으례 여관에서 먹을 것을 팔고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이타즈리에 있다던 농협이 빈집으로 있다는 것도 좀 난감했지만....

일단 아침에 먹은 삼각김밥 2개는 이미 소화가 된 상태고 일단 길이 어찌 될지 모르니 등산로 입구에 걸터 앉아 식빵에 잼을 발라 먹는다. 5쪽을 다 먹자니 아직 길이 한참이라 2쪽만 빼 먹곤 다시 짐을 챙긴다. 08:50. 이마미야미치에 들어섰다.


이마미야미치 입구.




PS. 이곳 코구치에는 버스정류장이 있고 여기서 버스를 타면 이시즈치산 로프웨이(케이블카), 또는 반대로 사이죠역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버스간격은 거의 1시간~1시간반. 그리 편수가 많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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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5.07.23 00:38

    첫댓글 지난 5월 3번째 시코쿠 순례중에 순례하였던 이시즈치산 순례기입니다. 신불습합, 산악불교(슈겐도)의 성지인 이시즈치의 모습을 함께 하고 싶어 올립니다.

  • 15.07.23 07:41

    감사합니다. 고생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순례기입니다. 우리에게 또 견문을 넓혀주는 기행문입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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