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얼 엔진 마켓플레이스 캡처© 경향신문 정부 무료 개방 문화재 3D 데이터
한옥·전통 문양에 악플·평점 테러 “한자 있으니 중국 문화” 억지 주장
정부가 문화유산을 활용한 게임·메타버스 창작을 지원하기 위해 무료로 개방한 문화재 3D 데이터가 중국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로 몸살을 앓고 있다. 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에픽게임즈가 운영하는 ‘언리얼 엔진 마켓플레이스’에 올라온 한옥 애셋(게임 제작에 쓰이는 모델링, 텍스처, 사운드 등의 데이터)에 중국 누리꾼들이 평점 ‘1점’과 함께 “한국 문화가 아닌 중국의 전통문화”라는 취지의 악성 댓글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언리얼 엔진 마켓플레이스는 콘텐츠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3D 제작 도구를 무료로 공유하거나 유료로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다. 중국 누리꾼들의 댓글 테러 대상은 한국문화정보원이 지난달 올린 조선 시대 전통 건축물 ‘창원의 집’, ‘제주목관아’의 3D 모델 데이터와 각종 전통 문양 이미지 등이다. 한옥 애셋은 개인 개발자들이 만들어 올린 것보다 완성도가 높고, 무료로 게임에 적용할 수 있어 공개 직후 각국의 개발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문제는 중국에도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누리꾼들이 욕설과 함께 “한국 문화는 중국 문화의 일부” “현판과 문양에 한자가 있으니 한국 문화가 아닌 중국 문화” 등의 댓글을 올리며 억지 주장을 펼친다는 점이다. 이 같은 댓글들은 현재 다른 이용자들의 신고를 받아 ‘부적절한 콘텐츠로 신고돼 검토 대기 중’이라며 가려진 상태다. 한국문화정보원 관계자는 “일부 악성 댓글은 삭제됐으나 여전히 중국어나 영어로 된 새로운 악성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며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누리꾼들이 한국 전통문화를 중국 문화로 주장하는 일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반복돼 왔다. 2020년에는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가 캐릭터 옷 입히기 게임의 한국 출시 기념으로 한복을 추가하자 중국 누리꾼들이 “중국 명나라 의상인 한푸”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페이퍼게임즈는 곧바로 한복 의상을 삭제하고, 공식 카페에 중국 누리꾼들의 주장을 옹호하는 공지사항을 올린 뒤 서비스 두 달도 채 안 돼 한국 서버를 폐쇄했다. 올해 초에는 디즈니의 테마파크 디즈니랜드가 공식 트위터에 ‘음력 설(Lunar New Year)’이라는 단어를 썼다가 중국 누리꾼으로부터 “중국 설(Chinese New Year)로 바꾸라”는 악성 댓글 공격을 받기도 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