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해안분지
차별침식이 만들어낸 거대한 접시
▲양구 해안분지의 2차원 위성영상
양구군 양구읍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동면으로 가다가 다시 453번 지방도를 타고 해안면으로 방향을 바꿔 돌산령 정상에 올라서면 펀치볼로 잘 알려진 해안분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 일대는 험준한 산악지대이나 해안분지는 남-북 방향의 지름이 동-서방향보다 약간 긴 타원형 모양의 분지이며 대암산(1,304m), 도솔산(1,147m), 대우산(1,178m), 가칠봉(1,242m) 등 1,000m 이상의 높은 산들이 타원형으로 분수령을 형성하여 분지 내외의 경계선을 이루고 있다. 분지바닥은 해발 450m 내외로 깊게 패어 있어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거대한 접시모양 같기도 하다.
돼지에 얽힌 해안분지(亥安盆地)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해안면은 남한 최북단에 위치한 면 소재지로 분지 안에 해안면 전체가 들어가 있다. 해안면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돼지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옛날 해안면은 늪이 많아 뱀이 많았는데 조선말에 어느 스님의 권고로 돼지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뱀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때부터 돼지(亥)가 마을의 안녕(安)을 가져왔다고 해서 해안마을로 불리게 되었다. 해안분지 일대는 양구 북한관, 을지전망대, 제4땅굴, 도솔산 전적비 등이 있어 안보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차별침식으로 생겨난 침식분지
해안분지가 만들어진 원인은 암석의 차별침식이 원인인데, 주된 근거는 지질분포와 분지의 외벽이 당물골 쪽으로 터졌기 때문이다. 해안분지 일대의 지질은 크게 분지 내부의 기반암인 중생대 쥬라기 말의 대보화강암과 분지 주변 산지를 이루는 선캠브리아기의 변성퇴적암이다. 땅속 깊은 곳에서 심층풍화 된 화강암은 변성암에 비해 지표면에 드러나면 빗물과 하천수 등에 의한 화학적 풍화에 약하다. 따라서 주변 변성암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침식을 받아 낮은 지역을 이룬다.
분지 바닥의 화강암은 대부분 풍화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여 20~45m 두께의 마사토 상태로 존재하며, 신선한 화강암 암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변성암과 화강암이 만나는 부분을 경계로 경사급변점이 나타나는 데도 차별침식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즉, 분지 내 지역은 최고 1,304m에서 최저 400m까지의 고도분포를 보이며 분지내부와 외곽능선의 고도차는 평균 400~500m에 달한다. 사면전체의 평균경사는 11°이나 상부에서의 평균경사는 20°, 하부에서는 5°로서 분지내부를 제외하고는 매우 급하다. 분지내부 지역의 사면 경사는 하부로 갈수록 매우 단조로운 오목사면(concave slope)을 이룬다. 오목사면에서 경사가 급격히 변하는 경사급변점은 거의 모든 사면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며 그 고도는 대략 600~700m 이다. 이 지역의 경사급변점은 구성암석의 접촉 경계부를 따라서 나타나고 있다.
▲양구 해안분지대보화강암과 변성퇴적암의 차별침식으로 형성된 분지이다.
분지바닥은 해발 450m 내외로 깊게 패어 있어 거대한 접시모양 같기도 하다.
과거 해안분지는 형태 때문에 운석충돌설이 제기 되었던 곳이다. 운석이 충돌하면 기반암이 부서지면서 그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조각들은 다시 그 자리에 떨어져 구릉을 형성하는데 해안분지 중앙에 있는 고도 100m 이내의 낮은 산지들이 운석충돌의 흔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운석충돌설은 분지의 형태에 착안한 가설일 뿐 실제 분지내부에서 운석의 파편이 발견되지 않아 과학적 근거는 빈약하다.
해안분지의 하천
해안분지의 하천은 한강의 일부인 소양강의 지류이나 분지의 규모로 인하여 하천의 발달은 매우 미약한 편이며 지표수는 거의 하천의 형태로 존재한다. 분지내의 하천 분포는 방사상 내지는 수지상 패턴으로 나타나며 성황리를 중심으로 발달하여 있다. 모든 유량은 분지 동쪽의 당물골로 배수되는 단일 유역을 이루며 하천의 총 길이는 63㎞, 면적은 59.6㎢이다. 분지 내 하천의 경사도 완사면의 경사와 마찬가지로 하류로 갈수록 완만해지는 오목사면의 형태를 나타낸다.
출처:(위성에서 본 한국의 지형)
2025-02-18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