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원’이라는 말
학교에서 쓰는 말 가운데 금방 알아먹기 어려운 말이 ‘연인원’, ‘연면적’ 같은 말이 아닐까. ‘인원’이나 ‘면적’ 따위 말이야 알아듣겠는데 그 앞에 ‘연’은 도대체 무슨 말일까? 더러는 ‘연’을 해를 가리키는 ‘년年’으로 잘못 알고 ‘연인원’을 '한 해 동안 든 사람 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연면적’에 오면 뜻은 아주 헛갈린다. ‘연인원’, ‘연면적’ 할 때 ‘연’은 이름씨 앞에 붙어 ‘모두 더한’의 뜻을 보태는 앞가지다. 한자로는 ‘延’(끌다, 이끌다, 끌어들이다)으로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았다.
연인원(延人員)「명사」 어떠한 일에 동원된 인원수와 일수(日數)를 계산하여, 그 일이 하루에 완성되었다고 가정하고 일수를 인수(人數)로 환산한 총인원수. 예를 들면, 다섯 사람이 열흘 걸려서 완성한 일의 연인원은 50명이다. ‘총인원’으로 순화. ≒연인수․ 연인원수
연면적(延面積)「명사」건축 건물 각 층의 바닥 면적을 합한 전체 면적. ‘총면적’으로 순화. ≒연건축면적
이게 이 나라 국어사전 수준이다. 못마땅하다. 무슨 말인 줄 알아보려고 펼쳤는데 풀이한 말이 더 어려우니 이 노릇을 어쩌나. ‘동원’, ‘인원수’, ‘일수’, ‘인수’, ‘환산’ 같은 말을 누구나 알아들을 말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날 그날 일한 사람 수를 모두 더한 것’이라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저 ‘모두’라는 말을 써서 ‘열흘 동안 모두 스무 사람이 일했다’고 해도 너끈하다. ‘연면적’은 ‘건물 층마다 바닥 면적을 모두 더한 넓이’이다. 쉽게 ‘총바닥넓이’로 쓰면 더 좋겠지.
책상머리에 앉아 늘 어려운 말을 쓰는 사람은 그 말이 입에고 귀에고 익어 조금도 어려운 줄 모른다. 하지만 한두 가지 어려운 말 때문에 딱한 일을 겪을 사람을 늘 생각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가방끈 긴 사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대하는 까닭이다.
말이 났으니, ‘연’을 셈씨 앞에 매김씨로 써서 사람이나 시간, 돈 따위를 모두 더한 전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일테면 ‘연 10만 관객이 봤다’는 ‘모두 10만이 그 영화를 봤다’고 해도 된다. (2014.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