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의 세례명
3대 독자인 아들이 결혼을 하였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자녀를 기꺼이 받아 드려야 마땅하겠지만, 대가 끊어질까 봐 성화가 대단한 부모님 등쌀에 느긋한 마음을 가질 수가 없었다. 해서 신랑이 신혼 첫날부터 아내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첫아들을 낳아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려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첫 아이를 낳고 보니 딸이었다. 그래서 그냥 “아가다”라고 지었다.
둘째를 낳았는데 또 딸이었다. 그래서 안 낳으려던 딸이라고 해서 "안나"라고 지었다.
또 딸을 낳으면 어쩌나 싶어서
“다시는 딸을 낳지 않게 해 주십시오.”
하고 손바닥을 싹 싹 빌면서 열심히 기도했다. 그런데 기도한 보람도 없이 세 번째 낳고 보니 또 딸이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는 손바닥을 싹싹 비비면서 기도했는데도 낳은 딸이라고 해서 세례명을 "비비안나"라고 지었다.
“딸을 셋씩이나 낳았으니 이제는 아들 하나는 꼭 낳아야지"
하고 벼르다가 또 임신이 되었는데, 야속하게도 그만 8개월 반 만에 낳고 보니 또 딸이 아닌가? 아이를 조산해서 할 수 없이 인큐베이터에서 키웠다. 그래서 세례명은 "유리안나"(넷째)
아들, 아들, 하다가 또 임신이 되고 달이 차서 아이를 낳았으나, 겁이 나서 남편이 오면 확인해 본다고 요로 덮어놓았다. 아들인지 딸인지 확인을 해 보기는 해야 되겠으나, 도무지 겁이 나서 확인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어쩌랴? 궁금해 죽겠는 것이었다. 그래서 요를 살그머니 떠들고 더듬어 보니 또 딸이었다. 이번에는 요를 떠들어 보았다고 해서 아이의 세례명은 “요안나”(다섯째 딸)
아들, 아들…. 그래도 아들 하나는 낳아야 체면도 서고 소원도 이루며, 대를 이어야 하니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설마 이번에야 아들을 주시겠지, 하고 큰 기대를 가지고 용감하게 또 임신을 했다.
“설마 이번에야…, 설마 이번에야…"
부푼 기대감 속에 해산을 하고 보니 기가 막혀서 도무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아이의 세례명은 "마리안나”(여섯째 딸)
수중분만하면 아들을 낳는다고 해서 낳았는데 또 딸. 그래서 그 이름을 “수산나”(일곱째 딸)
사람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홧김에 오기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다.
“내 기어코 아들 하나 낳아 보리라."
오기로 또 임신을 했다. 낳고 보니 또 딸이라 정말 화가 났다. 야속하다 못해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체면도 이성도 다 잃어버렸다. 그래서 홧김에 마구 외쳤다.
“딸 부자도 좋으니 열이고 스물이고 막달라"
라고 해서 이번 딸의 세례명은 "막달레나"(여덟째 딸)
결국 팔공주를 낳고서야 아들 하나를 낳았다. 그 아기의 세례명은 “아드리아노”
첫댓글 몇개나 기억해서 전달할 수 있을라나 ㅋㅋㅋ..
ㅎㅎㅎ유머방에 들어온 것 같아요."안나"가 주를 이루고 있어 안나씨리즈로 외우면 되겠네요.
올려주셨군요...신부님..감솨~
ㅎㅎ..이렇게 세례명을 쉽게 지을수도 있네요..근데 요즘 민수세례명 때문에 고민 중 입니다. 혹! 신부님께서 고민 해결좀 부탁 드립니다......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