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벌꿀, 사양(飼養)꿀을 아시나요?
[J플러스] 입력 2016.11.10 19:48 수정 2016.11.11 07:42
사양벌꿀을 가짜라 하면 좀 애매한 부분이 있긴 하다. 특히 업자들이 시비 걸까봐 조금은 거시기 하지만 아래의 내용을 읽은 독자분들의 판단을 기다려 본다.
벌꿀은 식물이 수분(受粉)을 위해 곤충의 유혹물질로 꽃에 분비한 설탕을 벌이 물어다 소화효소를 섞어 벌집에 저장한 것이다. 즉 벌이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어렵게 모아둔 식량을 인간이 빼앗아 먹는 셈이다. 대신 벌이 굶어 죽지 않게 설탕물을 먹여 내년 봄까지를 연명케 하는, 이른바 인간이 벌에게 못할 짓(?)을 한 결과물이다.
벌꿀은 꽃 속의 설탕인 2당이 잘려있을 뿐 포도당과 과당의 비는 약 1:1로 설탕과 같다. 설탕보다 감미도가 높고 용해도가 증가하여 점성을 띤다. 사람이 먹으면 소화과정 없이 바로 흡수된다. 물론 미량의 꽃가루와 비타민, 아미노산이 들어있다. 미량 들어있어도 크게 인간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 설명이 있다.
그렇다면 설탕의 고리를 벌 대신 인위적으로 잘라보자. 그러면 포도당과 과당의 비가 1:1인 용액이 얻어진다. 이는 벌꿀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과거 설탕물을 진하게 타서 염산으로 자르거나 효소(invertase)로 설탕의 고리를 잘라 유사 꿀을 대량 제조하여 말썽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가짜꿀을 만들면 범법행위가 된다. 그런데 합법적인 방법이 있다. 설탕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자르는 대신 벌의 역할을 빌리는 방법이다. 이게 짝퉁벌꿀인 사양꿀이라는 것이다.
사양벌꿀을 만들게 된 사연
봄이 되면 양봉업자가 남쪽에서 꽃을 따라 북상한다. 벌통을 실은 트럭에 벌통보다 설탕 푸대가 더 많을 때도 있다. 꽃은 별로 없는데 꿀은 드럼통으로 반출되는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악덕업자가 벌이 꽃을 찾아 왕래하는 수고를 들어주기 위해 친절하게도 진한 설탕물을 벌에게 먹인다는 거다. 혹시나 사람들이 볼까봐 설탕물을 벌통속의 은밀한 곳에 부어주는 양심가(?)도 있었다. 지금도 일부 있겠지만 과거에는 많았다.
벌은 설탕물이 옆에 있으면 먼 꽃까지 가서 설탕을 물고 오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꽃 속의 것이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벌들이 이 설탕물을 빨아서 침인지 위액인지를 섞어 벌집 속에 옮겨놨으니 그게 가상치 않은가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런데 이도 벌이 마셨다가 금방 토해 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즉 위속 설탕분해효소를 충분히 섞어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꿀 속에 잘리지 않은 설탕이 제법 남아있어 찬 곳에 두면 병 바닥에 하얗게 결정이 생기게 된다. 결정이 많이 생기는 꿀은 설탕을 많이 먹였다는 증거다. 오래 있다 꿀을 뜨면 이런 현상은 줄어든다. 물론 진짜 꿀도 수분이 과도하게 증발되면 결정이 생기기도 하지만.
과거 이렇게 만든 가짜 꿀이 자주 유통되니 소비자의 불신을 샀다. 그래서 최근에 와서는 양봉업자가 양심고백을 했다. 이제부터 우리가 설탕을 먹여 꿀을 만들 테니 소비자가 선택하라고. 그래서 요새는 아예 이런 벌꿀을 공개적으로 팔고 있다. 이름 하여 사양벌꿀이라 하던가. 사양(飼養)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지만 실로 양심(?)적이지 않는가. 한겨울은 물론 사시사철 제조가 가능하다. 가격이 진짜꿀의 반값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일부는 아직도 진짜꿀에 섞어서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는 소문이다. 진짜와 가격차이가 많고 서로 구별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서다. 찜찜하면 사양꿀을 사먹는 게 오히려 속편할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이거나 저거나 도긴 개긴 이니까---.
이렇게 만든 가짜 꿀과 진짜 꿀의 차이점은 뭔가.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다르다고 우기면 다를 수도 있겠다. 벌 주둥이에 묻어온 꽃가루도 조금 있을 테고, 꽃 속에 있던 알지 못하는 성분도 미량 있을 테니까, 그럴 만도(?) 하겠다. 그런데 사양벌꿀을 만들 때에도 일부 멍청(?)한 벌이 멀리 있는 꽃에서 설탕을 물고와 가짜 꿀에 조금 섞어 놓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맛, 색, 풍미에도 전혀 구별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설탕만 먹인 꿀도 진짜와 구별이(전문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색깔이 진하고 쓴맛이 나는 밤꿀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차이가 나는 것도 있다.
진짜 벌꿀에는 사양벌꿀에 없는 비타민이나 아미노산이 조금 있어 좋다고는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양이 새 발의 피 정도라는 거다. 비타민 C는 꿀 100g에 하루 권장량의 3%, 비타민 B복합체는 1%, 미네랄도 1%미만이라 별 의미가 없다. 사양꿀은 한국에만 있고 한국에서만 꿀로 인정한다. 우리 참 유별난 민족이다.
지금까지는 사양벌꿀임을 고백(?)하는 일을 양봉업자 스스로에게 맡겠으나 금년 2월부터는 표시가 의무화 된다. 사양벌꿀이 값비싼 천연꿀로 둔갑돼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 개정안’을 행정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