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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타니 고진: 맑스의 가능성, 세계 공화국으로? (2013)
이정은(연세대 외래교수), pp. 441-484
- 가라타니 고진(炳谷行人, 병곡행인, 1941-)
다시 쓰는 맑스주의 사상사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오월의 봄, 2013, P. 560.
[*읽기도 전에, 소제목으로 보아, 앵글로 색슨의 주지주의에 머물면서, (착한) 인간중심주의에 물든 속좁은 이성에 기대어 합리주의를 펼치는 것 같다. 인성(nature)에는 상품교환의 인본주의와 자유실현의 인도주의가 있다. 고진이 맑스를 기대었다하더라도 전복이란 차원을 등한시 한 것 같다. 가정, 사회, 국가, 세계 공화국으로 (외연적)확장의 길은, 벩송에 따르면, 정태적 도덕론에 머문다. / 미국 수용하는 정치이론은 왜 칸트 또는 아리스토텔레스에 머물까? 칸트보다 루소를 아리스토텔레스보다 플라톤을 들여다보지 않을까? 하기사 미국의 제반 학문들(경제학, 언어학, 진화론, 심리학, 정신분석, 종교론, 문화론) 수용은 제 눈에 안경인 것들만 수용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심층적으로 소크라테스의 실행을 직시하지 않을까? 앵글로 색슨의 정치학에는 등에가 없는 것 같다. / 지난해 미국 선거에서 샌더스이 등에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데 말이다. 속 좁은 이성의 합리주의는 소크라테스 같은 인물을 배제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울나라에서 통진당을 해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해산 결정에 대한 심사를 앵글로 색슨의 맥락에 있는 독일 법정에 참조하는 것도 약간의 기만인 셈이다. 나로서는 묻기는 왜 묻냐?, 그대로 두고 인민이 판단하게 두어야지. (50NMC)]
*칸트를 끌어들여 세계국가론을 만드는 것은 헤겔의 국가론의 유사 사고방식이다. 그 보편성과 절대성은 관념 연합론에 의거하는 것이다. 들뢰즈가 이런 사고에 대한 비판으로 종합의 다섯 가지(여러 가지?)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반자본주의론으로 “앙띠외디푸스”가 아닌가! 들뢰즈가 종합의 여러 방식과 관련하여 그 자신이 칸트의 덕을 보고 있다고 한다. / 그런데 고진의 견해는 곧이곧대로 칸트를 읽고 있는 듯하다. 그의 방식은 프랑스 녹색당이 우파인 것과 같은 논리이다. 자본에 대한 지배없이(포획에서 벗어나) 문제거리를 풀어야 할 것을 자본과 더불어 푼다는 녹색당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방패막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50NMI)]
[[**고진의 3위 도식으로 자본=네이션=국가라는 것을 말한다. 이 세 양상은 들뢰즈에서 자본의 세 양태, 즉 지대, 이익, 세금의 변형인 것으로 보인다. 즉 근대 국가에서 소유주, 사업주, 전제군주(절대국가)라는 차원으로 보인다. / 금융자본의 시대에는 (중소기업의 건물과 토지의) 임대, (다국적 기업 자본) 잉여, (국가의) 세금인 것 같다. 고진에서 네이션과 임대를 등치시키면, 민족 또는 지역적 저항은 임대뿐인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임대료의 수탈 또한 자본의 포획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지 않다. 금융자본의 보편성이 세계화이라면 그 보편성은 세계화의 상위에 있는 것 같다. 이를 타당하게 보기에 하는 것은 물론 무력(군사력, 약탈 수단)이지만 말이다. 무력(군사무기)의 승리를 위해서 세계자본은 전쟁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가. 상위 보편성을 세우는 것은 자본이 수탈(임대), 착취(잉여), 무기판매(세금)를 정당화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50N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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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티니 고진: 맑스의 가능성, 세계 공화국으로? (2013)」
이정은(연세대 외래교수), pp. 441-484
01 일국 지식인에서 보편적 지식인으로 443
1) 학위는 일본에서, 강의는 미국에서 443
고진은 일본의 세대 구분에 따르면 안보투쟁 세대이다. 1960년대 미일안전보장조약의 개정에 반대하여 운동을 벌이면서 ‘국가’와 ‘네이션’ 문제를 고민하던 세대이다. 그 고민은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와중에 유럽 68혁명과 유사하게 일본의 68세대가 형성되는데, 이를 일본에서는 전공투세대, 단카이 세대라고 부른다. ... 안보투쟁 세대인 고진은 전공투 세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활동해 나간다. (443-444)
그[고진]는 1969년 「소세키론」으로 평론부문 군조 신인상을 수상한다. (444)
영문학 대학원에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은 로렌스 더럴의 알렉산드리아의 사중주를 헤겔의 ‘정신현상학 방법’을 적용하여 해석한 것이었다. (445)
고진은 내향 세대를 옹호하는 근거를 헤겔의 지평을 변형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는 한번 깊게 ‘내향적’이지 않으면, 진정으로 바깥을 향할 수 없다”. (445) [헤겔식으로 공시적 내면화일 것으로 보인다. 푸꼬와 들뢰즈의 통시적 내면화는 달리 말하기에서 나올 것이다.]
예일대학의 객원교수로 지내면서 일본 근대문학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445)
2) 자본론의 윤리(학)적 독해 446
그러나 그는 일미안전보장조약의 개정에 관한 투쟁을 하면서도 그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일국적 인식보다는 ‘보편적’인식을 견지하려고 한다. (446) [보편적 인식은 말이 좋아서 보편적이지, 제국 또는 자본에 포획된 것으로 보인다. 일국적 인식이 특이성으로 정체성을 유지할 때 세계 내에서 위상(자리)이 있지, 그렇지 않으면 포획되어 예속의 길을 간다. / 프랑스 사회학 또는 문화론에 관련자들 중에서 제국에 포섭된 자들이 미국으로 간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수입하는 자들이 자발적 예속 또는 신민화의 길을 간 것으로 보인다. (50NMD)]
고진이 주장하는 ‘보편적 인식’은 흔히 접하는 서구 학문을 직수입하거나 무조건 수용하는 데에 있지 않다. .../ 과연 그와 같은 식의 독자적 행보가 가능할까? (447)
그런데 여기에서[‘자본론 읽기’] 도대체 무엇이 새롭다는 것인가? 다소 아이러니하다. 이때 고진이 내세우는 근거는 맑스의 자본론을 ‘윤리(학)적 해석’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 ‘새로운 것’이면서 ‘보편적 인식’이라는 것은 바로 ‘자본론의 윤리(학)적 독해’를 의미한다. 이 구상은 맑스와 칸트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이동을 ‘트랜스크리틱’으로 규정하고, .. (448) [맑스를 칸트와 견주는 것은 이미 현상론에 머문다. 맑스에는 제1일철학적 성찰이 있다. 보편자로서 절대자를 뒤집어 놓고자 한 것이 맑스가 아닌가? / 고진의 토대가 미국식 자본주의화된 일본이 아닌가? 맑스는 이렇게 말하고자 할 것이다. ‘비판이 아니라 변혁’이라고. 들뢰즈가 보면 고진은 이미 국가 포획된 사고에서 판관의 노릇으로 보일 것이고, 전쟁기계에 대한 성찰이 모자란다고 할 것이다. 변혁과 혁명은 국가와 판관의 지위를 무너뜨리고 인민의 권력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닌가? (50NMH)]
폴 드만 ?
고진은 1974년에 군조지에 맑스 그 가능성의 중심이라는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는데, 그때도 이미 “맑스를 읽는 것, 그것도 자본론을 읽는 것”이 문학비평이라고 단정하고서 활동을 펼쳐나갔다. 그에게 문학비평은 소설이나 시에 대한 비평이 아니다. (449-450)
그는 “칸트를 ‘독일사회민주주의의 진정한 창시자’라고 불렀던 신칸트학파 등과는 거리를 둔다. 그가 칸트를 도입하는 이유는 ”칸트도 코즈모폴리턴으로 보편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계산해서 그렇게 했던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450) [철학사에서 스토아학파의 주지주의 전복은 스토아 전기에 있다. 그런데 스토아 중기에서 자연에 대한 사유를 뒤로 하고 인간중심주의로 향하면서, 후기에는 자연스럽게 도덕으로 치중하여 세계시민사상으로 간다. 후기 스토아 사상이 로마 제국에 대한 저항을 상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진은 미 제국에 포획되어 착한(속좁은) 이성의 칸트 사유를 자본주의에 접합시키는 과정을 걷는 것 같다. (50NMH)]
02 자본론의 윤리(학)적 독해에서 교환 양식으로: 맑스와 칸트를 연결하다. 450
1) 왜 교환양식으로? - 어소시에이션의 가능성 450
보편적 인식이면서 고진의 독창적 해석이라고 할 만한 것은 ‘맑스를 윤리적으로 읽는 것’이고, ‘맑스를 칸트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것을 실현하는 핵심 방법은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는 ‘어소시에이션’ -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되지 않는 소규모 공동체의 일종 – 의 가능성을 설명하기 위해, 자본, 네이션, 국가라는 세 항을 거듭 부각시킨다. (451)
그는 [무엇이(어소시에이션?)] “자본에 대한 대항이 동시에 국가와 네이션(공동체)에 대한 대항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 고진, 트랜스크리틱, 47쪽 (451)
자본, 네이션, 국가라는 세항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교환양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제4형태로서 ‘어소시에이션이즘’을 제시한다. ..어소시에이션이즘은 “상품교환 원리가 존재하는 도시적 공간에서 국가나 공동체의 구속을 거부함과 동시에 공동체에 있던 호수성[reciprocity]을 고차원적으로 회복하려는 운동”을 의미하며, 새로운 형태의 교환양식이다. (451) - [호수성[reciprocity] 호혜(互惠)와 수혜(受惠)일 것이다. 455쪽, 교환의 양식중의 하나이며, 걸승(乞僧)과 보시(報施)가 이루어지는 것은 철기문화가 들어오고 난뒤 생산력의 발달에서 이라 한다. 그런데 인디언들의 포틀라치는 생산력의 문제라기보다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방식, 즉 공동체의 해체를 방지하는 양식인데, 이는 종교성에 가깝다. 즉 자연전체의 생산에 대한 재분배를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섭리(또는 이법)에 따라 행하는 것으로, 자연은 개별 소유가 아니라는 점을 잘 깨닫고 있는 것일 것이다. (50NMI)]
그럼에도 고진이 일찍부터 했던 자각은 국가와 네이션 개념을 독자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문제를 해결하려면 ‘세계공화국’을 들여오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며, 칸트의 대안인 세계시민사회가 헤겔의 대안보다 더 적실하다는 것이다. (452)
그러면서 독자성을 지니는 세 항과 그것들의 연관으로서 ‘자본=네이션=국가’의 삼박자도식을 착상한다. 이 착상은 1998년에 이루어졌다. ..(452) [미국이 신자유주의 하에서 주도하려는 ‘글로벌리제이션’의 관념을 사변적으로 짜맞추려는 것이 아닌가? 삼박자[또는 삼위상] 이라는 것도 세계화(지구화)라는 이름으로 보편성을 앞세우고 있는 것 같다. 동일성의 원리 속에서 보편성은 사유의 기만이며 경제적으로 사기(잉여 수탈의 가면)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50NMH)]
여기서 세항은 독자적이지만, 그러나 상생하는 관계로 얽혀 있다. ... / 더 나아가 어소이에이션을 견고히 하려면 세계공화국이라는 정치적 대안이 불가피하게 요청된다. (454) [칸트의 도덕적 요청과 같은 이런 발상을 앞세우는 것은 철학적도 아니고 윤리적도 아니라 식민지 지배의 착한 어린이 심성 즉 식민지 예속성이 아니겠는가? / 일본에서 아베류의 미국 예속화를 가고 있는 것도 이런 어린이 심성이 아닐까 한다. (50NMH)]
2) 교환양식의 경제 &[그리고] 정체적 통합모델 454
그러나 고진은, 맑스의 본래 의도는 생산양식보다는 ‘교환양식’을 추적하는 것이며, ‘교환양식’은 ‘삼박자’형성의 기원이라고 한다. 그에게 사회구성체의 원동력은 생산양식이 아니라 교환양식이며, 맑스 또한 그러하다는 것이다. (454) - [권리상으로 생산물(상품)이 아니라 화폐가 문제이라는 것인데, 사실상으로는 문제는 생산에 있지 교환에 있는 것이 아니다. (화폐) 교환은 기본적으로 사기성이 농후하다. 많은 이들이 이미 화폐는 조세에서 출발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불로소득층이 있을 때 화폐이다. 품앗이는 화폐교환이 아니지 않는가.]
맑스는 노동가치설을 중시하지만, 그럼에도 교환양식의 중요성을 계속 견지한다. 상품가치를 ‘노동가치설’이 아니라 ‘상품과의 관계로만 설명하는 베일리’를 비판하면서 나아갈 때도 그 이면에는 교환양식이 내재한다. .. 맑스는 자본론에서 교환양식에 의한 가치의 현현을 ‘화폐’로, 화폐 운동을 자본운동으로 진행시킨다. 그에 반대한 고진은 이것을 인간의 초월자아(X)와 연결하여 설명한다. (454-455)
고진의 분류에 따르면, 교환양식은 크게 호수(reciprocity, 증여와 답례), 재분배(약탈과 재분배), 상품교환(화폐와 상품)으로 나눌 수 있으며, 미개사회로 갈수록 첫째 측면이 강하다. 교환양식은 인류 역사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지만, 단지 자본주의시기에 상품교환이 전면화한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적 사회구성체는 자본=네이션=국가라는 결합체(매듭)”라는 것이 다른 시기 구성체와 다른 점이다. (455) [호수와 포틀레치(또는 걸승과 보시), 약탈과 재분배(로마식 약탈과 연금), 상품교환(조세로서 화폐와 자본체제), 혼인(여성교환) 등은 전체체계에서 이미 이루어진 것의 표현양식이 아니겠는가?]
고진의 관심사는 ‘자본에 기초하는 상품교환이 지배적인 사회’가 지니는 문제점과 한계를 ‘공동체의 호수적 교환양식’을 들여와 극복하는 것이다. (455) - [증여에 관한 문제가 제기된 모스(Marcel Mauss, 1872-1950)의 견해 이래로 바타이유(Georges Bataille, 1897-1962),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 등도 주목한다. / 이에 대한 문제거리는 국가 안에 포획된 준조세와 연관을 보아야 할 것이다. / 빌게이츠도 이명박도 준조세로 증여 또는 기부일 때, 포장된 약탈이며 은연중에 범죄를 구성한다. 요강공주와 최순실의 사적이익을 위해 국가 권력을 통한 기부금의 강요, 이것은 사악한 범죄행위이다. (50NMI)]
고진의 관심사는 ‘자본에 기초한 상품교환이 지배적인 사회’가 지니는 문제점과 한계를 ‘공동체의 호수적 교환양식’을 들여와 극복하는 것이다. .. 이것이 바로 고진의 제4의 대안인 ‘어소이에이션’이다. (455-456) [자본주의 내에서 호수는 ‘눈가리고 아옹’이다.] 웅하
그런데 이런 착상은 이미 맑스에게도, 거슬러 올라가면 프루동(Proudhon, 1809-1865)에게도 나타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칸트의 ‘어소시에이션’이 발원지이기도 하다. (456)
[칸트의 속좁은 이원성을 헤겔이 국가라는 보편성(절대성)으로 수렴을 지양한 것은 사고 논리이다. 이 사고에 전복적 사유가 맑스이다. 그런데 고진은 칸트의 이원성을 삼원성으로 바꾸고 그 종합(결합)을 일개 국가가 아니라 세계국가로 바꾸어 보편성을 이룰 수 있다면서 “어소시에이션”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 (관념)연합과 같은 것을 종합이라고 하면 안된다고, 즉 신칸트학파의 과학적(지성) 인식의 종합은 보편도 통일도 아니라고 벩송이 비판한다. 이 비판은 주지주의의 인간중심적 사고가 인류의 미래를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류를 정태적 종교에 가두는 것으로 보았고, 윌리암 제임스는 벩송의 주지주의 비판을 알아챈 첫째 영미철학자였다. 럿셀은 수학에서 직관주의 등장으로 깨닫게 될 것이다. (50NMI)]
03 국가는 자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가: 칸트의 국제연합에서 고진의 세계공화국으로 458
1) 맑스를 넘어서야 하는 이유: 어소시에이션과 국가의 관계 458
고진은 .. [교환양식의 세 가지가 지속 하듯이] 국가는 계속 존속했고, ... (458) [들뢰즈처럼 신석기와 구석기에도 이런 체제의 존속이 있었을 이유에 대한 고민도 좀 해보시지, 루소처럼 신석기 채집과 사냥이 아닌 농경과 목축이 왜 불평등이 이루어지는 지 등을 말이다. 칸트 속에는 크리스트교의 준조세(1/10)가 감추어져 있어서, 그 이전의 실증적 논의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칸트가 착하며, 예속화의 심성이 있다고 한다. (50NMI)]
고진은 그 형식적 틀을 1848년 2월 혁명과 관련하여 제시하려는 의도에서, 일단 촘스키(Chomsky, 1928-)가 미래국가에서 선진국이 취할 수 있는 국가형태를 네 가지 – 국가사회주의(공산주의), 복지국가주의(사회민주주의), 리버럴리즘(신자유주의), 리베르테리언 사회주의(어소시에이션) - 로 구분한 점을 활용한다. (460)
‘어소시에이션’, ‘협동조합적 생산’에 관한 주장은 역사를 거슬러 가면서 - ‘어소시에이션’의 구체적 형태로서 – 아나키즘, [생디칼리즘], 평의회 코뮤니즘, 코뮌 그리고 봉건제 시기 말엽의 ‘농촌공동체 주변의 자유도시’와도 연결할 수 있다. (461)
고진이 판단하기에, 맑스의 결함은 – 국가사회주의나 소련식 전체주의가 아니라 - ‘국가의 자립성을 보지 않은 아나키즘’에 있다. 차후에 권력을 잡은 맑스주의자들이 “항상 민족문제에 걸려 넘어지고 파시즘에 굴복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몸소 내셔널리즘을 칭송하게” 된 것도 ‘경제 중심적 아나키즘’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462) [자본주의가 국가를 필요로 하는 것은 자본의 자기 재생산과 축적을 위한 것이다. 공산주의가 자본이 아니라 노동을 통한 생산-소비-재생산을 하나의 총체적 과정으로 삼을 때, 국가라는 관료(행정, 군대)체계가 프롤레타리아에 표상(대리)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조정과 조절을 위한 평의회가 관료체계를 대신한다는 것, 그것이 쉽지 않다고 배제해야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2) 칸트의 세계 공화국: 국가를 넘어서는 대안 463
화폐는 상품의 교환관계를 통해 만들어지지만, 일단 만들어지면 독자적인 교환양식을 창출하여 자본주의를 주도하게 된다. 맑스는 금융자본이 자본주의에서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며, 그래서 교환양식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자본론에서 강조했지만, 후대인들이 그의 강조를 살려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464)
고진과 맑스의 공통된 생각이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다음과 같은 – 통찰을 놓쳐서는 안된다. 1) “자본주의 자체는 폐기하기 힘들다” 그리고 2) “어소시에이션이라는 대안은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자본주의 밖에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라는 통찰, ... (464-465)
물론 칸트에게도 고진에게도 세계공화국은 ‘이념’[l’illusion, 착각]이다. 끊임없이 상정하지만, 실제로는 ‘실현되지 않은 이념’이다. (465) [내가 읽어가면서 쓰고 있지만, 보편성과 동일성을 통하여 국가와 세계에 관련된 자본이든 교환이든 분배든 해결하려는 사고의 노력은 착각(l’illusion)이다. 단위 자체가 동일성이 아니라 다양체인데 동일성을 상정하고 강요하는 거은 이미 크리스트교식의 지배(수탈) 방식을 인정하는 것이다. 크리스트교인의 이웃 사랑이 나쁜 것이 아니라, 동일자의 보편과 그 지배 방식을 상정(무오류의 선전제)하는 것이 나쁜 사고 방식이다. 이 상정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의 상정과 또한 부동의 원동자 상정의 사고와 같다. 왜 앙글로색슨 철학자들이 논리를 중요시하고 나아가 국가 안에서 평등과 정의를 논할 때 아리스토텔레스(칸트)를 들먹이는지 잘 생각해 보라. 스토아학파의 전복이 아니라도, 사유해보면 선전제 미해결의 오류를 보게 된다. (50NMI)]
“분배적 정의 즉 재분배에 의해 부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부의 격차가 생기지 않는 교환시스템을 실현하는 것”이며 그것이 곧 어소이에이션이다. (466) [리베르테리언(급진자유주의)이 말하는 필요에 따라 분배는 평등 분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능력에 따라 노동하는 것은 같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니듯이 말이다. 일생을 단위로 보면 노동능력이 평균이라고 할 수 있기나 한가? (50NMI)]
그런데 문제는 고진이 보기에 ‘어소시에이션’도 ‘규제적 이념’처럼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467)
그럼에도 고진은 이 모든 과정에서 상상력을 중시한다. 고진의 보편적 인식과 그 대안에서는 결국 ‘상상력’이 중요하다. 상상력은 ‘이념’을 만들고 이념을 지향하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467) [어린이같은 공상력(판타지, 가상성의 표상)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 1892-1973)의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1954-1955)이나 조앤 "조" 롤링(Joanne "Jo" Rowling, 1965-)의 해리 포터(1997-2007)은 재미있다. 인류의 중대한 문제로는 많은 지역에서 기아와 가난이 있다. 이를 문제거리로 삼지 않고, 자본주의를 사고하는 것이 사치와 오만이 아니겠는가? (50NMI)]
04 역사 차원에서 보편적 인식: 고진의 역사반복과 맑스의 반복 468
1) 역사는 반복된다. 468
[동일 반복은 없다. 지구가 계속해 변하고 있는데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21세기 인류가 지구의 생명체의 대멸종에 관여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50NMI)]
그런데 고진이 칸트와 맑스를 문학비평의 토대로 전개하면서 보편성을 강화할 때, 독창적으로 접근하는 또 하나의 ‘보편성’이 있다. 바로 ‘역사의 반복’이다. (468)
‘역사의 반복’은 한때 유행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1952-)의 ‘역사의 종말’ 테제와 분리할 수 없다. (469)
그에 반해 페레스트로이카가 있던 해에, 데리다(Derrida, 1930-2004)는 한국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페레스트로이카는 맑스 철학의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맑스 철학에 진정으로 천착해들어 갈 시점이라 천명한다. 그러나 고진은 데리다보다 더 분명하게 맑스를 복구하는 이론적 작업을 단행한다. (469)
그러나 고진은 “희미하지만 강한 광채를 발하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그때부터”이며, 광채를 발하는 책으로서는 맑스의 자본론(Das Kapital)(1867초판), 정치의 반복을 보여주는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Der achtzehnte Brumaire des Louis Bonaparte, 1852)이 그에 해당한다. / 왜 그때부터이고, 왜 그 책들일까? 그 근거를 크게 ① 세계 경제의 구조적 불황, ②대표제 기능의 불완전함으로 요약한다. (470)
일본의 옴진리교가 고진을 핑계 삼아 살인사건을 일으키는 경험을 하면서, 고진은 조심스럽게 반복의 주기를 바꾸고, 반복은 ‘사건(내용)’이 아니라 ‘그 형식(구조)’의 반복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것을 일종의 ‘반복강박’이라고 일컫는다. (470) [긴 생명의 역사에서 제자리걸음이 있다. 벩송이 공중제비를 한다고 비유적 언어를 쓰는데, 도약(또는 돌연변이)가 있기까지 주저하고 지체하며 제자리 걸음을 한다. 그 제자리는 동일한 제자리가 아님은 말할 필요도 없다. (50NMI)]
그러나 고진에게는 그렇지 않다. “반복강박을 형성하는 것은 그 같은 억압이 아니다. 결코 표상될 수 없는 ‘억압된 것’이란 그 같은 표상시스템 그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구멍’이다. 그런데 이 구멍은 특별히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며, 그러기는커녕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470-471) [들뢰즈의 천개의 고원(Mille Plateaux: capitalisme et schizophrénie, 1980)의 「제7장, 0년 얼굴성(Annee Zero: Visagéité)」에 ‘구멍’에 대한 담론이 매우 많이 나온다. 그러나 여기서는 자본에 관한 담론이 아니다. 맑스에 비추어 본 「13장 기원전 7000년-포획장치」에서 제국이라는 측면에서 세 가지 양태가 등장하고 구멍도 나온다. 아마도 고진은 들뢰즈의 이 책을 읽은 것 같다. / 물론 들뢰즈에서 세 양태, 즉 지대, 이익, 세금인데, 근대 국가에서 소유주, 사업주, 전제군주(국가)라는 차원으로 본다. - 이것이 들뢰즈의 자본의 3분절인데, 고진의 네이션=자본=국가의 도식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50NMI)]
2) 자본론,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역사의 반복 강박
경제적인 면에서 반복강박을 일으키는 구멍의 예는 ‘화폐’이기 때문에, 고진은 맑스가 자본론에서 해명한 것은 ‘경제적 하부구조’보다는 “화폐에 의해 조직된 환상적 시스템” 내지 “경제적 하부구조를 조직하고 은폐하는 상부구조, 바꿔 말해 표상시스템”d라고 말한다. 그렇게 작동하는 구멍이 ‘화폐’라면, 화폐의 표상 시스템을 발견하는 것이 자본주의 비판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472) [들뢰즈 냄새가 나지!]
정치적 측면으로 가보면, 프랑스 역사에서 “표상=대표시스템이 가진 ‘구멍’은 의회제 내재 선거에서 나타나는 대표 시스템이 죽이고 추방했던 ‘왕’이다”. 의회제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처음에 했던 행위는 ‘왕’을 죽이고 추방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차후에는 그렇게 죽이고 추방했던 ‘왕’을 ‘의회제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다시’ ‘황제’로 되살려내는 행위를 한다. (473)
맑스는 ‘대표성의 불완전함’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 ‘보나파르트’를 뽑고 그를 황제로 올린 것이라고 한다. .. 대표[대의, 표상]제라는 제도, 거기에는 ‘대표하는 것’과 ‘대표되는 것’ 간에 ‘필연적 관계’가 없음을 드러내는 전적인 사례가 보나파르트의 황제 추대이다.(474)
경제와 정치에서 작동하는 ‘구멍’을 살펴보면서, 고진은 철학적 개념으로 ‘존재=무’의 관계를 들여온다. (475) [하이데거와 연결하였는데 ... / ‘구멍’은 전제군주 같은 자본을 운동하게 하고 드러내는 장치와 같다. 심층은 표면의 내용 같아서 표면의 형식에 메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아페이론(무)와 같다. 이 아페이론은 충만이며 운동(능동과 수동의 종합)이며 흐름이다. (50NMI)]
05 인류가 긴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위하여! 476
인류가 당면한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래로부터의 노력’과 ‘위로부터의 노력’이 동시에 요구되는데, ‘어소시에이션’과 ‘세계공화국’은 그 양면이다. ‘확장된 국제연합’은 ‘실현 가능한 구성적 이념’이며, 우리 모두가 ‘위로부터’ 강화해나가야 할 요소이다. 그러면 “‘아래로부터’와 ‘위로부터’의 운동의 연계에 의해 새로운 교환양식에 기초한 글로벌 커뮤니티(어소시에이션)가 서서히 실현”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478) [위로부터는 기만이다. 낙수효과가 없듯이, 위로부터는 허구일 것이다. 리좀의 저항과 항쟁으로 현 상황에 균열을 내고, 스토아처럼 새로운 공동체로 나갈 혁명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50NMI)]
* 참고문헌 480 [원본이 출판된 연도가 없고, 번역본의 연대만 있다. 수입에만 관심있고, 시대상에는 관심이 부족하다. 일본판 위키에서 찾아넣을 것. ]
가라타니 고진, 정치를 말하다(조영일, 도서출판b, 2010),
* 더 읽어야 할 책들 480
* 미주 482
(50NMI)
# 인명록 ****
가라타니 고진(炳谷行人, 병곡행인, 1941-) 평론가 출생 1941년 8월 6일 (일본) 학력 도쿄대학교 경제학 학사 수상 1996년 제7회 이토세이 문학상 경력 2002년 ~ 2006년 긴키대학교 국제인문과 학연연구소 소장, 1994년-2006년 긴키대학교 문예학부 교수, 1991년 ~ 1992년 코넬대학교 객원교수. 트랜스크리틱, 세계공화국으로, 정치를 말하다(조영일, 도서출판b, 2010),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1952-)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 교수이며 철학자, 정치경제학자이다. 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 1992(1989?).
아렌트(Hanna Arendt, 1906-1975) 출생지 독일 하노버, 미국철학자. 독일 태생의 유대인 철학사상가. 1,2차 세계대전 등 세계사적 사건을 두루 겪으며 전체주의에 대해 통렬히 비판했다.
벤담(Jeremy Bentham 1748-1832) 영국 철학자 법률상담가. 정부에 관한 단상, 1776,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 1789
보로메오 매듭(les anneaux borroméens en. Borromean Knot) 수학에서 매듭이론(théorie des nœuds)이다. 라깡이 실재계 상징계 상상계라는 세고리는 프로이트의 초자아 자아 욕망과 같은 것이고 카톨릭의 아버지 성령 아들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울나라의 가위 바위 보는 한쪽이 다른 쪽을 이기지만 동시에 다른 한쪽은 진다. 이런 모습을 삼원을 매듭으로 보면 서로 엮인다는 것은 삼위격과 다른 것이다. (50OKA)]
촘스키(Avram Noam Chomsky, 1928-) 언어학자,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명예교수, 미래국가 [미래국가라는 제목의 책은 없다. 촘스키, 미래의 정부를 말하다(Government in the Future, 2005)]
폴 드만(Paul de Man, 1919–1983) 본명(Paul Adolph Michel Deman) 벨기에 태생 문학비평가 문학이론가 1960년대 미국에서 활동하였다. 데리다의 친구이며 해체주의자이다. 이차대전 중에 반유대주의 기사를 썼는데 어떻게 미국 하버드에 가서 공부하고 교수가 되었을까?
데리다(Jacques Derrida, 1930-2004) 유태인출신의 프랑스 인으로 미국에서 활동한다. 하이데거의 현상학으로부터 출발하여 존재의 계시가 어떤 것으로 있는 것으로 여기지 않고 이미 지워진 어떤 것으로 바꾸어서 설명한다. 이 대존재의 지워진 흔적에서 이제 대존재를 밝힐 것이 중요하다기보다 그 생산작용에 대한 관심이리라. (38LLC)
로렌스 더럴(Lawrence Durrell, 1912-1990) 인도에서 출생, 영국 작가, 소설가, 시인, 여행가, 의 소설 알렉산드리아의 사중주(The Alexandria Quartet 1957)(Justine, 1957; Balthazar, 1958; Mountolive, 1958; Clea, 1960), 아비용 오중주 The Avignon Quintet (1992)(Monsieur: or, The Prince of Darkness 1974; Livia: or, Buried Alive 1978; Constance: or, Solitary Practices 1982; Sebastian: or, Ruling Passions 1983; Quinx: or, The Ripper's Tale 1985)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현재로는 폴란드보다 더 동쪽에 있는 쾨니히스베르그 출신의 프러시아 공화국의 철학자이다. 인간의 표상적 인식의 조건을 규정하고, 도덕적 이성의 신에게 종속을 요청하고, 미적으로 신의 작업의 숭고함에 경건하게 기도하는 듯이 긍정한 프로테스탄트 철학을 구성하였다.
맑스(Karl Marx, 1818-1883) 유태인 출신으로 독일인이다. 인간의 자의식이 자유의 절대성을 확립하기 보다, 사회라는 공시태가 전개해 나가는 과정이 역사적으로 자유를 점점 더 실현한다고 보았다.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Der achtzehnte Brumaire des Louis Bonaparte, 1852), 자본론(Das Kapital)(1867초판)
나폴레옹 1세(Napoléon I, Napoléon Bonaparte 1769-1821)황제 취임, 제1제정(帝政 Empreur 1804-1815) 시대 / 1799 11월 18일-19일(혁명력 8년 브뤼메르 18-19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쿠데타
루이 나폴레옹(Louis Napoléon Bonaparte, 1808-1873)의 쿠데타(Coup d'Etat du 2 décembre 1851) - 제2제정(le second Empire)으로 /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Der achtzehnte Brumaire des Louis Bonaparte, 1852)
옹프레(Michel Onfray, 1959-) 프랑스 철학자. [파랭이] 에피쿠로스적 행복주의, 무신론자. 전문연구자라기보다 대중작가이다. 카톨릭 고교 철학교사, 깡 대학에 제르파뇽(Jerphagnon)의 지도로 쇼펜하우어와 스펭글러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 [옹프레의 글은 파랭이 글이다, 소개에서 무신론자로 되어 있으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톨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사고틀은 앙글로색슨 사고에 닮았다.]
프루동(Pierre-Joseph Proudhon, 1809-1865) 무정부주의 사상가, 사회주의자이다.재산이란 무엇인가?(Qu'est-ce que la propriété?1840) 파리코뮌에 큰 영향을 끼쳤다.
(9:35 50O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