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의 반응
가을비가 세차게 내리더니 오후 들어 흐린 하늘입니다.
매 달 월말과 월초는 업무처리에 긴장이 되는데 어젯밤 커피한잔 마시고
텔레비전도 끄고 장장 일곱 시간을 9월 급여청구를 했습니다.
긴장이 풀린 것일까요 날씨 탓도 있는지 우울한 마음이 밀려 왔습니다.
마음을 나누는 사람에게“이유 없이 우울” 이라고 카카오 톡을 보냈습니다.
답을 기다리는 사이 두 사람에게 더 보냈습니다.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제일 먼저 서울사람이 반응을 보냈습니다.
“그럼 멋진 사람을 만나 식사하면 1차 해결. 가을 타서 가을고독 증후군임.”
다음 인천 사람입니다.
“나 심곡동에 와 있습니다.”
내 생각 - 심곡동에 있으니 어쩌라는 거야. 교만한 반응이네.
신현동 사람의 반응입니다.
“ 저녁 함께 해요”
내 답변 - “역시 000님이시군요. 예, 기분이 좀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인천 사람 두 번째 답변...
“왜 우울한가 이유 찾아요.”
내 생각 - 갑자기 찾아온 우울감에 무슨 이유? 또 이유를 알면‘이유 없이 우울’이라 하겠습니까.
신현동 사람의 두 번째 반응.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거 아시지요? 어느 시간이든 콜~ 하면 달려갑니다.”
내 답변...“ 예 감사합니다.”
세 사람의 반응을 생각하며 잠 속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한기를 느끼며 깨어나 보니 꽤 오래 낮잠을 잔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모두들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답변입니다.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나라면 무슨 답변을 보냈을까!
나도 기회주의자는 아닌가. 어쩌면 그럴수도 있을 겁니다.
색갈대로 살아가는 방식 속에서 똑똑한 현실주의자임을 실감하니 씁쓸한 웃음이 입가에 그려집니다.
세 번째 사람과 저녁 시간을 같이 보냈습니다. 서로를 공감하면서.
2015.10.01. 차창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