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전쟁(cola wars). 코카콜라와 펩시가 탄산음료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지난 한 세기 동안 벌인 치열한 경쟁을 일컫는 말이다. 누가 이겼는가? 정답은 ‘둘 다 승자’이다. 두 회사가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탄산음료는 한때 소비량이 앞섰던 커피, 맥주, 유유 등을 제치고 1980년 이후 미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가 됐다. 경쟁을 통해 두 회사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고 탄산음료 시장은 20세기를 통틀어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산업이 됐다. 이는 기업 간 경쟁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경쟁기업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전쟁은 승패가 분명하다. 내가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를 무너뜨려야 한다. 로마는 카르타고와의 두 차례에 걸친 포에니전쟁에서 승리하면서 강대국으로 성장한 반면 지중해 상권을 장악하고 번창했던 카르타고는 전쟁에서 패한 후 영광과 명성을 잃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전쟁에서는 내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상대가 더 강하면 승자가 될 수 없다. 이런 전쟁의 속성을 기업 간 경쟁에 적용하면 ‘비즈니스 경쟁의 본질’을 망각하기 쉽다.
경영전략의 대가인 루멜트(Rumelt) 교수도 <좋은 전략, 나쁜 전략(good strategy, bad strategy)>에서 인류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축적한 군사전략에 대한 방대한 지식은 비즈니스 전략에는 별로 활용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전쟁에서 전투를 치르는 방식과 기업이 경쟁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 간 경쟁을 댄스 경연대회에 비유한다. 상대를 무너뜨려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선택을 받아서 이기는 것이 비즈니스 경쟁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통찰력 있는 지적이지만 이 견해도 불완전하다. 댄스대회나 미인대회는 특정 기준을 가지고 우승자와 탈락자를 구분하지만 기업 간 경쟁에서는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다. 고객집단이 다양하고 고객의 욕구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와 함께 신선한 패스트푸드 햄버거 체인인 인앤아웃 버거(In-N-Out Burger)가 성업 중인 이유다.
기업 간 경쟁은 최고가 되기 위한 경쟁(competition to be best)이 아니라 자신만의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competition to be unique)이 돼야 한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최고가 되기 위한 경쟁을 상대를 이겨야 내가 사는 제로섬 게임으로 여기는 상황을 자주 접한다. 각광받았던 태양광산업에서는 경쟁이 점차 가격 경쟁의 양상을 띠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패자를 양산하고 있다. PC산업도 다르지 않다. 애플은 세계 PC 시장에서 점유율은 5%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전체의 45%를 차지한다. HP, 레노보, 델, 에이서, 아수스 등 시장점유율 1위부터 5위 기업의 영업이익을 다 합쳐도 애플의 Mac 컴퓨터 영업이익보다도 못하다. 애플이 ‘남과 다르기 위한 경쟁’을 한 반면 다른 PC업체들은 ‘최고가 되기 위한 경쟁’에 몰두한 결과다.
기업 간 경쟁은 고객을 위한 가치창출에 목적을 둬야 한다. 가구산업은 수많은 경쟁자와 브랜드가 있고, 대체품이 많으며, 진입장벽도 낮아서, 매력도가 낮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가구산업에 진출했다 실패를 맛보았다. 이런 가구산업에서 연 매출 30조 원을 달성하고 매년 15%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이 있다. 이케아(IKEA)다. 이케아는 경쟁자를 압도하거나 물리쳐서 세계 제1의 기업이 된 것이 아니다. 다른 경쟁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차별적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해 성공한 것이다. 이케아의 목적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는 낮은 가격으로 훌륭한 디자인과 기능성이 높은 다양한 가구제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들이 하루 종일 가족들과 머무르며 쇼핑할 수 있는 매장, 이케아 스타일이라 불리는 실용적 디자인, 플라스틱과 같은 값싼 재료의 사용, 부품의 보관과 운송을 용이하게 하는 플랫 팩(flat pack) 등이 이렇게 탄생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나은 일상생활을 제공하겠다는 창업자 캄프라드(Ingvar Kamprad)의 ‘남과 다른’ 비전이 실현된 것이다.
전략적 사고의 본질은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남과 다르게’이다. 경쟁의 목적도 경쟁자를 압도하거나 무찌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데 둬야 한다. 이것이 경쟁을 통해 성공에 이르는 길이다.
허문구 한국전략경영학회장·경북대 교수
허문구 교수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전략 및 조직이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듀크대 방문교수를 지냈으며 활발한 학술활동을 통해 매경 우수논문상, 한국인사조직학회 최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