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버는 방법을 안다는 것은 큰나큰 능력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희생을 조건으로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필히 크고 작은 분쟁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여기서 목포지역 한 임대아파트를 사례로 건설사의 돈버는 방법(?)을 살피고자 한다.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아파트를 짓는 비법
한 건설사가 공공임대아파트를 짓기위해 국민주택기금을 신청한다. 세대당 4,400만원을 대출받는다.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통해 제시된 아파트 임대조건은 표준임대보증금 2천26만원, 표준월임대료 42만1천원이다.
그러나 월임대료를 31만9천원으로 낮춘대신 임대보증금을 4,005만3천원으로 올린다. 임대료와 임대보증금을 전환이율에 따라 상호전환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위 건설사는 세대당 8,405만3천원(=국민주택기금 4,400만원 + 전환임대보증금 4,005만3천원)의 돈을 챙긴다.
건설사가 제시한 ‘분양전환가격의 기초가 되는 분양(예상)가격’이 8,405만2천원(=건축비 7,353만4천원 + 대지비 1,051만8천원)이니 이미 건설사는 돈 한푼 안들이고 아파트를 지은 것이다. 어쩌면 실제 건설원가가 제시된 분양(예상)가격보다 낮다면 그만큼의 이윤이 발생하였리라.
이윤을 향한 건설사의 질풍노도
그러나 건설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월임대료 31만9천원을 ‘선납 일시납부’하는 특약을 체결한다. ‘입주자의 편의도모와 혜택을 주기 위하여’라는 거창한(?) 문구를 삽입하여 세대당 894만7천원의 선납 월임대료를 받는다. 수백세대로부터 받은 선납 월임대료는 이후 다른 사업에 투자할 귀중한 목돈이 될 것이다.
또한 건설사는 최초 계약이후 매년 5%의 임대보증금을 인상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최대치를 적용한 것이다. 건설사는 법에 규정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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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시 한 아파트 건축 현장 @우리힘닷컴 | 허나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약정한 보증금이 임차주택에 관한 조세․공과금 기타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상당하지 아니한 때’ 증액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임대주택법에서는 임대보증금을 증액청구 하는 경우 ‘주거비물가지수, 인근지역의 전세가변동률 등’을 고려하게끔 되어 있다. 따라서 건설사의 무조건적인 년 5% 보증금인상은 법규를 무시하는 행위다.
또한 건설사는 보증금 인상시 전환임대보증금을 기준으로 인상율을 결정한다. 그러나 전환임대보증금에는 월임대료 전환분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임대보증금 인상시 기준은 표준임대보증금이어야 한다. 특히 월임대료가 선납된 경우에는 월임대료 인상요인이 없고, 임대보증금 인상요인만 발생하므로 당연히 표준임대보증금이 인상율 산정의 기준액이 되어야 한다.
있으나 마나한 임대주택법!
건설사에 의해 연5%씩 꼬박꼬박 인상된 보증금에 국민주택기금 등을 더하면 이 아파트에 담보된 금액은 1억원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이에 훨씬 못미친다. 민간건설사들에 의해 지어진 임대아파트가 10년새 30만여 세대가 부도난 것을 감안한다면 입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이에 임대주택법에서는 민간건설사의 임대보증금에 대한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목포지역 8,729세대중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대는 10%에도 미치지 못한 828세대에 그치고 있다. 보증보험 미가입에 따른 처벌이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불과해, 건설사들은 차라리 벌금을 내고 말겠다는 무소불위의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다. 말 그대로 있으나 마나한 법이다.
제도개선 없이 모순해결 방법 없어
결국 건설사의 돈벌이 이면에는 집 없는 서민들의 피땀과 눈물이 있다.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항의조차 제대로 못한다. 임차인대표회의라도 구성하여 문제제기를 할라치면 무시하기 일쑤다. 지방자치단체의 힘을 빌려 분쟁조정위원회 개최라도 요구하고 싶지만, 임대료는 분쟁조정 대상이 아니다.
이렇듯 현행 법률은 건설사에 많은 공적 특혜를 주는 것이외에도, 이윤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고 있다. 그나마 입주민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법규는 건설사들의 횡포 앞에 무용지물이다.
근본적인 제도개선 없이 서민들의 눈물을 거둘 방법이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사무국장/민생특별위원장, 목포시 임대주택 분쟁조정위원(제일1차) 박명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