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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2월 26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226금] 한은총재 청문회 무산시킨 군색한 논리
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도입이 사실상 무산됐다. 민주당 강봉균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은법 개정안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논의는 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입법 절차의 문제를 들어 반대했기 때문이다. 한은법에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려면 국회법, 인사청문회법도 함께 개정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논리였다. 재정위가 2월 의사일정을 마무리한 데다 4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을 논의하더라도 차기 한은 총재가 3월 20일 전후해 임명되므로 이성태 한은 총재 후임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물 건너 간 셈이다.
정부와 한은, 정치권 모두 인사청문회 필요성에 공감해온 터여서 법안 내용이 아닌 절차 문제로 좌초했다는 게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야당은 물론 상당수 여당 의원들조차 "국세청장과 경찰청장도 거치는 청문회를 국가 경제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중한 한은 총재에게 면제해 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관련 법을 동시에 고치는 게 정석이지만, 한은 총재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조항을 담은 일부 개정안이므로 부칙을 통해 관련 법안을 고쳐도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때문에 일각에선 차기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이명박 대통령 측근 인사의 청문회 부담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재산 형성 과정의 문제나 코드 인사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 한은법 개정안이 19일 재정위에 상정될 예정이었다가 이번 주로 미뤄진 것도 한나라당 지도부가 "청문회가 흠집내기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강력 반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후임 총재는 지금처럼 국무회의 심의라는 요식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은 총재는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 안정 역할을 맡은 통화신용정책의 최고 수장이다. 한은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중립적 인사가 임명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인사들은 하나같이 대통령 측근이거나 정부와 코드가 맞는 관료 출신들이다. 한은이 정부에 예속되면 나라경제의 건전성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226금] 시대착오적인 사형제 못 없앤 헌재의 눈치보기
헌법재판소가 1996년에 이어 어제 또다시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사형제도 언젠가는 폐지해야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논리를 폈다. 그 14년 동안 38개 나라가 사형폐지 대열에 합류하는 등 모두 139개 나라가 법률적·실질적으로 사형을 폐지했다. 유럽연합은 이를 가입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제 사형제 폐지는 문명국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지표다. 한국이 뒤처질 이유도 없다.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이미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다. 우리 사회의 발전과 의식의 고양에 대한 우리의 자부심도 크다. 시대상황이 그렇게 바뀌었는데도 헌재는 과거에 머물렀다. 무슨 눈치를 보느라 그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헌재가 합헌 결정의 이유로 내놓은 논리부터 시대착오적이다. 헌재의 다수의견은 사형제가 ‘극악한 범죄에 대한 정당한 응보’이며, 이를 통해 그런 범죄의 재범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복 심리에 터잡은 형벌은 근대 이전의 낡은 주장이다. 무서운 형벌로 범죄 예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미 입증됐다. 권력이 ‘정당한 응보’를 내세워 멋대로 힘을 휘두를 위험도 있다. 실제로 현행법에서 사형 대상 범죄는 20여개 법률에 걸쳐 110여개 조항에 이르지만, 그 가운데 고의 살인 등 ‘극악한 범죄’는 고작 12개 조항이다. 나머지는 정치범·사상범, 경제사범, 행정사범, 심지어는 미수범 따위이니, 사형제의 오·남용 가능성은 아직도 엄연하다.
헌재가 사형제를 두둔하면서 헌법상의 생명권, 곧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헌법 제10조)도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 것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헌법에 절대적 기본권을 인정하는 구절이 없다는 게 그런 주장의 근거다. 하지만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곧 생명의 전부 박탈이다. 그리되면 다른 권리가 가능할 수도 없고, 잘못 판단했더라도 되돌릴 수 없으며, 죄를 뉘우치게 할 수도 없다.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사형제가 위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합헌을 주장한 헌재 재판관들도 입법을 통한 사형제도의 개선을 권고했다. 지금의 사형제도를 더는 유지할 수 없다는 데는 공감한 셈이다. 국회는 이를 받아들여 사형제 폐지를 위한 법률 정비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과거 회귀의 잘못을 범할 게 아니라 사형집행을 유예하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20100226금] 전교조 시국선언 유죄 對 무죄 2:2의 진풍경
지난해 6월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들에 대해 또 무죄가 선고됐다. 이로써 국가공무원법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간부나 교사들에 대한 1심에서 유죄와 무죄 판결이 각각 2:2를 기록했다. 최근 인천지법과 대전지법 홍성지원 판사는 유죄를, 전주지법과 이번에 대전지법 판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판단기준이 판사 개인의 성향에 따라 양극단으로 엇갈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전지법 김동현 단독판사는 어제 “시국선언이 특정 정당, 정파를 지지한 것이 아니므로 정치적 중립의무에 반하지 않는다”며 전교조 대전지부 간부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전지법 홍성지원 조병구 단독판사는 이달 11일 “특정 정당, 정파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정부의 정책결정 및 집행을 저지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다른 정치세력, 사회집단과 연계한 행위는 법에 금지된 집단행동”이라며 전교조 충남지부 간부 3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김 판사의 판결은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 영역을 너무 폭넓게 인정했다. “인간은 본래 정치적 존재로서 모든 사회적 행위는 정치성을 띤다”든가 “공무원의 비판권리도 폭넓게 허용하는 것이 곧 공익을 증진시키는 길”이라는 판단은 실정법을 넘어서는 정치적 견해다. 또 “교사 시국선언이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이 크다는 것도 획일적 교육을 받은 기성세대의 낡은 시각” “이들을 처벌한다면 되레 학생들이 ‘힘 있는 자에 대한 비판은 손해’라는 시각을 갖게 돼 반(反)교육적”이라는 것도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판사 개인의 편향된 시각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은 엄격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 결정과 집행에 참여하는 공무원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사사로운 정치적 주장을 마구 쏟아내는 것은 국민의 심부름꾼으로서 취할 자세가 아니다. 정책 수행 과정에서 찬반 논의가 필요하다면 해당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 조정하는 것이 순리다.
전교조 지도부는 서울 도심의 거리에서 시국선언을 낭독했다. 공무원들이 정부 권력에 저항해 거리 투쟁까지 벌이는 일은 절대로 용납돼선 안 된다. 전교조 교사들이 MBC ‘PD수첩’이나 용산 사건, 노무현 대통령의 사망 원인, 미디어법 개정, 경부운하사업에 대해 집단의사표시를 한 것은 헌법과 법률이 허용하는 한계를 넘어선 정치적 행위다.
[조선일보 사설-20100226금] 입학사정관제 不正이 'MB 교육' 흔들 수도
경찰이 지난해 대학들 입학사정관 전형(銓衡)에서 일부 수험생이 수상경력·추천서·봉사활동경력·자격증 등을 부풀리거나 조작해 제출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 10여명의 수험생에 혐의를 두고 자료를 수집 중인데 부정행위로 합격한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입학사정관제는 이명박 정부 입시개혁의 대표(代表)상품 같은 정책이다. 입학사정관제는 수험생의 잠재력·가능성·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선발하자는 취지다. 그 취지에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던 까닭에 2008학년도 입시에서 17개 대학이 제도를 도입한 이래 2009학년도 47개대, 2010학년도 97개대로 늘어왔다. 내년 입시에선 118개 대학이 모집정원의 10%인 3만7000명을 입학사정관제로 뽑을 예정이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임기 말쯤 가면 아마 상당한 대학들이 거의 100% 입시사정을 그렇게 (입학사정관제로) 하지 않겠느냐 기대한다"는 말까지 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주재할 다음달의 교육개혁대책회의 첫 번째 주제를 입학사정관제로 잡았다. 교육부는 대학뿐 아니라 외고·자사고 등의 입학전형에도 입학사정관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놓고 많은 우려가 제기돼왔다. 우선 객관적·계량적(計量的) 자료보다 주관적 평가를 중시하기 때문에 자칫 대학들이 특정 계층이나 특정 유형의 고교 출신, 학교 관계자 자녀 등을 우대하는 수단으로 잘못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재력(財力)이 뒷받침돼야 다양한 특기활동과 봉사활동 경력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원래 취지와는 반대로 있는 집 아이들에게 유리한 전형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학원가에선 중1~고3 기간 동안 학생 경력을 관리해주는 학습 컨설팅도 생겨났다.
현재 경찰 수사는 수험생들이 대학에 제출한 서류가 과장·위조됐다는 의혹에 관한 것이다. 학원강사가 태국까지 가서 미국 SAT 시험문제를 입수해 몇 시간 뒤 시험 볼 미국의 응시생에게 보내기까지 하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다. 입학사정관제가 자리를 잡기도 전에 이런 식의 부정과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 제도의 정착이 어렵게 된다. 그 결과 입학사정관제를 중요 정책수단으로 삼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기둥부터 흔들릴지도 모른다. 사정당국과 교육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眞相)을 밝혀내고, 이 제도의 어디에 무슨 허점이 있고 어떤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를 빨리 찾아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0226금] 공무원 직급파괴에 고시제도 개혁 병행을
공무원의 직급체계가 대대적으로 바뀐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행 3급(부이사관)~9급(서기보)에 이르는 7단계의 직급을 ‘관리자-중간간부-실무그룹’의 3단계로 단순화한다는 것이다. 이르면 오는 10월쯤 관련 규정을 고치고 제반 절차를 거쳐 법제처, 특허청, 농촌진흥청, 기상청 등에서 시범운용하며, 2012~2013년에는 부처 단위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대학교수를 부처 과장급 이상 자리에 초빙하는 인사교류도 제도화한다고 한다. 인사·직급의 개편을 서두르게 된 배경은 정부 수립 이후 지난 60년간 업무분야가 전문화·세분화했음에도 공무원의 계급체계는 그대로 유지돼 시대의 변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직급체계는 직업공무원의 육성에 기여한 바 크다. 그러나 하위직과 상위직의 칸막이가 되어 소통을 저해하고 정책결정을 지연시켰으며, 업무의 비능률과 권위주의를 뿌리내리게 한 요인이다. 승진 적체와 인사비리의 다발도 경직된 직급체계와 관련이 깊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계급을 대폭 줄이려는 방침은 옳다고 본다. 직급 단순화와 함께 보수등급제 및 직무등급제를 도입함으로써 공무원 인사에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과 성과를 반영할 수 있게 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기관·직렬별, 그리고 개인의 특수성 등을 고려한 맞춤형 인사도 과감하게 시도해 보길 바란다. 기존 계급체계에 익숙한 공직을 짧은 시일 내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개편이 불가피한 만큼 시범운용과 보완작업을 거쳐 새 제도를 안착시키고, 공직사회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직급체계의 파괴와 함께 공직의 외부개방 확대를 통한 충원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7급·9급 공무원 임용시험과 고시제도를 손질해서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외부의 인재들이 고위 공무원으로 선발·임용되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 시험에 한번 합격하면 평생 신분과 정년이 보장되는 제도로는 세계 경쟁에서 뒤질 뿐만 아니라, 첨단시대의 사회에서 요구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공적 서비스를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의 폐쇄성과 경직성, 서열 및 기수문화의 폐단은 공무원 선발방식과 밀접하다는 사실을 더 지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공직사회가 신뢰받고 발전하려면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그러려면 공직 내부와 외부의 치열한 경쟁을 통한 직위공모 및 인사교류를 실효성 있게 운용해야 한다.
국민은 이제 ‘철밥통’이나 ‘복지부동’ 공무원을 용납하지 않는다. 성실과 근면으로 세금을 아끼는 공무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창의력을 발휘해 재정을 더 불려주기를 국민은 요구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려면 공무원은 빨리 적응하고 변해야 하며, 인사제도의 개혁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226금] 대입 수능성적 원자료 공개에서 유의할 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원자료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 등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과 학업성취도 평가자료를 공개하라며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하지만 2002~03년도 학업성취도 평가자료를 공개하도록 한 원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능 원데이터는 공개하되,개인정보 누출 위험이 있고 평가업무에도 지장을 줄 수 있는 학업성취도 평가자료는 공개하지 못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교육정책 참여,교육정책의 투명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수능성적 공개 판결은 올바른 방향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부 당국의 온갖 정책과 대책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은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사교육은 오히려 기승(氣勝)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성적 공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수능관련 자료는 수험생의 인적사항과 점수가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에 공개될 경우 고교별,지역별 점수 차이가 드러날 수 있다며 그 동안 교육당국이 철저히 비공개 원칙을 지켜왔다. 그러나 일부 대학교수나 국회의원들은 정확한 학력실태 파악을 위해 수능 원자료 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비록 학업성취도 평가자료가 공개 대상에서 빠지기는 했지만 이번 판결로 교육 당국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 당국은 공개된 수능성적 자료를 활용,학교와 지역간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공교육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성적 등 학력에 관한 정보 공개를 통해 학교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을 불러오고,학교는 물론 지역 교육청 간 경쟁을 유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기회에 지역 간 학력차,평준화와 비평준화 고교 간 학력차 등을 상세하게 알 수 있도록 평가자료 공개범위를 확대해 나갈 필요도 있다. 다만 지나친 자료공개로 자칫 학교 간 서열화 등 평준화 정책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사태가 일어나선 결코 안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226금] 품질경영 일깨운 현대차·LG전자의 리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대규모 리콜 사태로 미 하원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그제 국내와 미국에서 생산된 신형 쏘나타 4만 7000대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기로 했다. 전날에는 LG전자가 자사 드럼세탁기 중 내부에서 문을 열 수 없는 제품에 대한 자발적 리콜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자발적 리콜은 해당 기업에는 큰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도요타 리콜파문으로 민감한 시기여서 결정을 내리기가 더욱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문제들을 떠나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기로 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고 본다.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고, 늑장대응을 하다가 공들여 쌓은 고객들의 신뢰를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가 그랬다.
현대차는 대량리콜의 부담을 안았지만 빠른 대응으로 고객안전과 품질관리에 우선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LG전자도 사고발생 5일만에 신속하게 결정을 내림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용기있는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자발적 리콜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경영을 통해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현대차와 LG전자뿐 아니라 모든 국내 제조업계는 이번 리콜 사태를 계기로 품질경영에 대한 인식과 자세를 새로이 할 것을 당부한다. 생산시스템을 보다 더 완벽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위기관리 시스템도 재점검해야 한다. 품질경영에 더욱 매진해 세계 시장에서 믿을 수 있는 기업의 이미지를 확고히 다지기 바란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박종권(논설위원)-20100226금] 본드 걸
신문기자 출신 이언 플레밍이 1953년에 첩보소설을 발표한다. 제목은 ‘카지노 로열’. 여기서 살인면허 007로 불리는 제임스 본드가 등장한다. 플레밍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 해군정보부에서 부관으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첩보원 활약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007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영화화되면서다. 제1탄이 영국에서 1962년 제작된 ‘살인번호’다. 원제는 ‘닥터 노(Dr. NO)’. 션 코너리가 본드 역을 맡았다. 그는 여섯 차례에 걸쳐 본드 역을 맡는다. 최다 출연은 로저 무어로 일곱 번. 역대 본드는 이들 외에 조지 라젠비, 티머시 달튼, 피어스 브로스넌, 대니얼 크레이그까지 6명이다.
007 영화에서 뺄 수 없는 것이 ‘본드 걸’이다. 초대 본드 걸은 ‘허니’로 분한 스위스 출신 우르슐라 안드레스. 이후 대부분 당대의 ‘육체파’ 배우가 출연한다. 20탄 ‘어나더 데이’에 출연한 할리 베리는 연기력까지 갖춰 ‘몬스터 볼’로 2002년 아카데미 주연상까지 받는다. 본드 걸은 국적도 다양한데, 최초의 동양인 본드 걸은 5탄 ‘두 번 산다’에 출연한 일본인 하마 미에다. 18탄 ‘네버 다이’에선 중국인 양자경이 본드 걸을 맡았다.
이처럼 주인공도, 본드 걸도, 자동차도 바뀌지만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권총이다. 제1탄 ‘닥터 노’에서 M이 007에게 권총을 바꾸라고 한다. 이탈리아제 베레타를 버리고 독일제 발터PPk를 쓰라는 거다. 구경 7.65mm에 7연발이다.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쏜 권총이 이 모델이다. 그러나 007의 상대들이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인해전술을 펼치자 권총도 업그레이드된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18탄 ‘네버 다이’에서 선보인 발터P99다. 구경 9mm에 16연발이다. 그런데 최신작인 22탄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대니얼 크레이그는 다시 올드 모델인 발터PPk를 든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본드 걸’로 변신한 김연아에게 세계의 눈이 쏠려 있다. 일본인, 중국인에 이어 한국인 본드 걸이 빙판을 녹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쇼트 프로그램 마지막에서 한 방 날린 ‘손가락 권총’에 관중들은 마치 ‘총 맞은 것처럼’ 숨을 죽였다. 그 한 방에 아사다 마오도, 안도 미키도 그냥 쓰러졌다. 007에서 닥터 노는 심장이 오른쪽에 있어서 가슴에 총을 맞고도 살아났지만, 김연아의 경쟁자들은 일어나지 못할 것 같다. 금메달을 겨냥한 손가락 권총에 오발(誤發)은 없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이승철(논설위원)-20100226금] 정치판과 뒷조사
정치판에서 뒷조사의 명수를 꼽으라면 역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비밀경호국(SS)에 당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 “두 명을 그에게 붙여라. 매우 유용할 것이다.”
닉슨이 1971년 초 백악관 집무실에서 자신의 법률고문이자 워터게이트 사건의 주역 중 한 사람인 존 에리히만에게 케네디가의 막내인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의 뒷조사를 직접 지시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8월 케네디의 사망 직후 닉슨 연구가인 미 텍사스주 A&M 대학의 루크 니히터 교수가 공개한 71~73년 7월 백악관 녹음 테이프 내용 중 일부분이다. 닉슨은 다음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권력을 동원해 잠재적 경쟁자인 케네디의 여성편력 캐기에 나선 것이다. 재선에 집착하던 닉슨은 결국 ‘워터게이트 스캔들’이라는 희대의 뒷조사 사건으로 자기 발로 백악관을 떠나야만 했다.
정치판에서 뒷조사는 비일비재하다. 시대와 지역의 구분이 없다.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영국이 39년 자신의 비밀 기행(奇行)을 담은 전단을 베를린 상공에서 살포하자 측근 중에 첩자가 있다고 의심하고 친위대의 우두머리인 히뮬러에게 장성들에 대한 본격적인 뒷조사를 주문했다. 소련의 스탈린도 첩보기관을 동원해 정적들을 감시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 등 권위주의 시대에는 뒷조사가 정권유지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수단이었다. 흥미있는 것은 한결같이 뒷조사의 말로가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도 정치판에서 뒷조사는 마약인 듯하다. 특히 우리의 경우 선거 등 주요 정치행사가 있으면 뒷조사설이 항상 등장했다. 심지어 ‘뒷조사를 당하고 있다’는 설을 퍼뜨려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시도마저 있었다. 우리사회가 그만큼 권위주의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탓인 듯하다.
친박계인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이 자파 소속의원들에 대한 뒷조사설을 제기한 이후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여당 내부뿐 아니라 야당, 시민운동가까지 뒷조사설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또 구체적으로 친박계 일부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한다.
정부는 물론 뒷조사설을 부인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부의 주장이 맞는지 아니면 반사이익을 노린 ‘자작극’인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뒷조사설의 위력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행태로 볼 때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변함없는 뒷조사설의 위력에서 우리 정치문화의 후진성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김평우(대한변호사협회장)-20100226금] 로스쿨과 사례연구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실행한 사법개혁 조치 중 대표적인 것이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에 따르면 4년제 대학과정을 졸업한 사람만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고, 다시 3년 과정의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해 합격하여야 변호사자격을 취득한다.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새로운 제도는 미국의 `로스쿨` 제도를 본받았다. 사법시험 합격자가 2년제 사법연수원 과정을 수료하면 변호사자격을 취득하는 종전 제도와는 차이가 많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는 종전의 사법시험제도에서는 판검사, 변호사 등 법률실무가가 사법연수원에서 사법연수원생에게 법조 실무를 교육시킨 데 비해 새로운 로스쿨 제도에서는 변호사 업무에 필요한 기초지식과 소양을 일반교육기관인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들이 담당하는 데 있다. 선배 법조인이 후배 법조인을 교육시킨다는 소위 도제식 교육제도는 그 나름의 장점이 많지만 개방된 현대사회의 교육제도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에 이어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것은 `법조 선진화, 법조 민주화`를 실현한다는 사법개혁의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의 하드웨어만 도입한다고 사법 민주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식 로스쿨 제도의 장점을 살리려면 교육내용, 교육방법 같은 교육의 소프트웨어부터 미국식이 되어야 한다.
특히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례를 놓고 학생과 교수가 토론을 벌이며 법률을 배우는 소위 사례연구(Case Study) 방식이 실행되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고 종전처럼 추상적인 법률이론을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방법으로 수업이 진행된다면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만 두 배로 가중시킨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앞서 이 칼럼에서(2월 1일자 보도) 지적하였듯이 우리나라는 3심, 즉 대법원 판결만 공개하고 정작 사례연구에 필요한 1, 2심 판결은 공개하지 않는다.
미국처럼 1, 2심 판결은 물론이고 소송당사자들의 의견서도 공개되어야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와 학생들이 제대로 사례연구를 할 수 있다. 결국 로스쿨 교육의 성공을 위해서도 사법정보공개법의 제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