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그동안 70년대후반 민중가요가 태동하는 시기의 이야기를 주욱 해드렸는데요. 지난주에는 특히 노동현장에서 불려졌던 노래를 소개해드렸죠.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불렀던 '불나비' 라든가 아니면 작곡자가 별로 없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노래에 가사를 바꿔불렀던 형태의 노래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오늘 드디어 70년대 후반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후반을 마무리하면서 이 노래를 빼고가기는 좀 아쉽다하는 노래이야기를 해드릴까해요.
'이 세계 절반은 나' 라는 노래입니다.
70년대 노래를 이렇게 다양하게 들려드리는 이유는 특히 80년대에 비해서 70년대의 노래가 훨씬 다양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왜냐하면 이때는 주류적 경향이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다양했던 겁니다.
주류경향이 생긴다는것은 그것을 수용하는 수용자 집단의 정서를 그때그때 반영해주는 작품 창작통로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거든요. 어떤식으로든 또 창작자가 있다는 것이고 신곡이 계속해서 나와줘야 한다는 얘기죠. 그렇지만 70년대후 반이라는 시기는 이렇게 창작자 그룹이 있었던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보통사람들도 노래를 만들 수 있다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아니었어요.
그냥 널려있는 수많은 노래적 자산들 중에서 우리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즉, 대중가요도 아니고 사랑타령으로 획일화 돼 있지도 않고 뭔가 세상에 대해서 진지한 생각이나 고민들을 하도록 해주는 노래들을 긁어모은거였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다양해지는거죠. 다양성으로만 따지면 어느시대 못지않게 다양합니다.
김민기, 한대수의 포크송부터 행진곡 분위기의 노래, 또 조악스럽게 만들었으나 매우 재미있는 '바람이 분다' 와 같은 구전가요, 또 미국에서 건너온 포크송, 우리민요, 동요, 가곡 등등 너무너무 다양한 노래들이 그냥 뒤섞인 상태에서 존재했던 거죠. 그래서 오히려 더 흥미롭고 재미있기도 해요.
'이 세계 절반은 나' 라는 노래의 제목만을 보고 사람들이 좀 잘못판단하는 경우가 있어요. 남여의 문제, 여성문제로 생각하기가 쉬워요. 하지만 아닙니다.
이 노래는 외국에서 반전가요나 가스펠송 등이 들어올때 함께 들어온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오스트레일리아 노래라고 알려져 있고 내용은 이렇죠.
"이 지구상의 절반의 사람 그 이름 바로 그것, 곡간에 수많은 곡식이 쌓여있는데 그것은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네"
어떻게 보면 빈곤의 문제, 남북문제, 계급의 문제라고 볼수있죠. 여학생들이 여성문제를 생각하면서 자꾸 이 노래를 선택하던 때가 있었는데 여성문제와는 별 상관이 없는 노래입니다.
노래는 서울대노래패 '메아리' 의 목소리로 들으시겠습니다. 이후에 노래모임 '새벽' 의 박미선의 목소리로도 남아있는데 분위기는 비슷합니다. 지금의 감각으로 듣자면 좀 지나치게 느리다는 느낌이 있을수있겠네요.
<'이 세계 절반은 나' 듣기>
이번에 들려드릴 노래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입니다.
이 노래는 이상화의 시로 너무나 유명하죠.
이상화는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시인입니다. 이 시와 함께 대표적으로 '나의 침실로' 라는 시가 있죠. '나의 침실로' 가 20년대 초반의 낭만주의계열의 시라면 1925년 즈음부터는 문학계에서 사회주의 계열이 굉장히 득세를 하게됩니다.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활동이 본격화되는게 25년이고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가 나온건 27년입니다.
특별히 사회주의자가 아닌 사람들도 사회와 민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도록 사회분위기가 바뀌고 있었죠. 이상화라는 시인도 27년에는 이런 시를 지은 거구요.
이 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사회의식과 민족의식의 최절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민족주의적 색채를 가장 강하게 띄고 있는 일제시대의 몇작품으로 이 시를 꼽죠.
이 시가 노래로 만들어진 것은 70년대 후반입니다. 작곡자는 변규백 선생이구요. 이 분은 중학교 아니면 고등학교 음악선생님이었습니다. 왜 이런 식의 노래가 만들어졌는지 궁금하시죠?
극단 '상황' 이라는 교사를 중심으로 한 극단이 있었습니다. 교육문제를 다룬것은 아니었구요. 당시 교사들이 그냥 극단을 잘 만들었어요. 극단 '상황' 의 대표자이면서 대표적인 연출가였던 사람이 현재 한나라당 의원인 이재오 의원입니다. 이재오씨는 한성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었어요. 이 극단은 진보적인 색채를 띄면서 창작극만을 고집하고 아주 민족주의적이거나 사회의식이 강한 작품을 했는데 그 극단 '상황' 첫번째 공연작의 삽입곡,주제곡으로 쓰인 노래가 이 노래였습니다. 그 공연을 위해서 이 노래를 작곡한 것이죠.
변규백 선생은 원래 서양음악을 전공하신 분인데 일부러 민요풍으로 이 노래를 지으셨어요. 극단 상황의 공연이 주로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라든가 조선말기의 역사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에 민요풍의 느낌이 많이 묻어납니다. 이후에도 변규백 선생은 계속해서 이런 민요풍, 국악풍의 노래 창작 활동을 했고 80년대 중반에 민요연구회 등을 통해서 발표를 하기도 하셨습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이 1집음반을 내면서 이 노래를 실었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그냥 넣었는데 심의에서 통과가 됐어요. 이상화의 너무나도 유명한 시였기 때문에 84년 그 엄혹한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난하게 통과가 됐구요.
그래도 젊은 혈기로 너무 세게 부르면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까봐 특히 이 음반은 합법음반 이었기 때문에 김민기선생이 앞부분을 시로 읊었고 어린아이들의 목소리를 일부러 썼습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