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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3클럽 백두대간 10구간 산행기 - 3구간(한계령-대관령)
◈ 일 시 : 2008. 8.9(토) 01:00 ~ 8.10(일) 18:00(41시간)
◈ 도상거리 : 90.8Km
◈ 산행코스 : 한계령-점봉산-조침령-갈전곡봉-구룡령-두로봉-동대산-진고개-노인봉-선자령-대관령
◈ 함께한 이들 : J3클럽 대간 텐팀 14명
(저번 2구간 설악산구간에서 디카가 물을 너무 많이 먹어 맛이 가 사진이 없습니다. 다음구간부터 잘 찍어 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번 2구간 설악산 구간이 비와의 싸움이었다면 이번 3구간은 더위와 잠의 싸움이었다. “악전고투” 이 한마디로 이번 3구간 약 91Km, 41시간의 산행을 요약한다.
설악산구간을 우중산행 20시간으로 고생스럽게 끝난지 2주가 지나 다시금 한계령을 찾는다. 8. 8일 금요일 오후 3시에 사무실을 나선다. 어제 챙겨둔 배낭에 냉장고에 넣어 둔 이온음료 1.5L짜리 2개를 넣고 서울역으로 향한다.
6시반 도착. 잠시 후 일산의 철의 여인님과 대청봉님이 도착하신다. 철의 여인님과는 벌써 3번째(5산과 2구간) 산행이고, 대청봉님은 대간 10팀 3구간부터 합류하신다.
7시5분발 무궁화호 열차로 조치원을 향해 출발. 정확히 8시40분에 도착했다. 버스가 조금 늦는다는 총무님의 연락이 있었고, 먼저 와 있던 산수갑산님이 근처 김밥집에 자리를 잡아 그리로 가서 간단하게 저녁 먹고, 잠시 후 영남팀과 호남팀들을 태운 25인승 버스 도착, 반갑게 인사 나누고 곧바로 한계령을 향해 출발한다.
버스안에서 잠을 청해 보지만 덜컹거리는 진동에 잠이 올리 만무하다. 비몽 사몽 어느 덧 한계령에 다다른 것은 12시30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다. 1, 2구간 너무 비에 절어서인지 반갑기 그지없다. 특히 2구간 설악산 너덜구간에서 너무 심하게 시달려 비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
잠시 산행 준비 후 1시 조금 넘긴 예 오색령 표지석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 찍고 긴긴 산행길 91Km 대장정에 오른다. 출발이 상쾌하다. 공기도 좋고 컨디션도 만점이다. 전번 2구간의 어려움이 약이 되어 준 것 같다. 통제구간인 관계로 정상적인 들머리 없이 철조망을 넘어서 산행 시작. 30여분 가파른 길을 오르니 리지 구간이 나타난다. 밧줄타기는 삼각산과 도봉산에서 숱하게 해 온터라 겁날 건 없다. 다만 야간이라 조심스럽게 오른다.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다. 몇 차례 나타나는 암릉 구간을 지나 계속 진행한다. 빠른 진행이다. 깜깜한 밤. 조망이 없으니 시간이 지체될 일이 없다.
망대암산을 가볍게 통과한 후 점봉산(04:10)에 도착하여 비로소 휴식다운 휴식을 갖고 동해의 야경을 감상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들이 참 많기도 하다. 30여분 꿀맛 같은 휴식을 하고 이후 조침령까지 거침없는 진군을 계속한다. 한마디로 거칠 것이 없다. 누가 우리 팀의 앞길을 가로 막겠는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오호라! 호사다마라. 대장님이 떡 먹은 것이 잘못 되었는지 급체를 하여 한순간 팀원들 간에 긴강감이 감돈다. 대장님이 잘못되면 말이 되는가. 하지만 천하의 바람따라 대장님이 체한 것 하나 같고 문제가 된다면 세상이 개벽할 일... 조침령 내려오는 계단위에서 잠시 누워서 휴식 후 기운을 차린다. 휴우 다행!!!! 위기일발의 순간이다.
조침령은 논스톱으로 진행한다. 저번 주에 예비답사를 구룡령에서부터 거꾸로 다녀왔던 길이다. 어려운 구간은 없다. 구룡령까지 약21킬로미터의 비교적 수월한 길... 하지만 결론적으로 쉬운 길이 아니었다. 길이 험해서가 아니라 물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었다. 삼복더위에 산길을 가면서 물까지 떨어지는 상황에 부닥쳤던 것이다.
연가리골샘터까지 10Km 구간이 이번 3구간 1차 위기였던 것 같다. 연가리골 샘터 도착 5Km전 지점에서 정말 물이 한모금도 없이 딱 떨어지고 말았다. 이러다가 물가에 이르지도 못하고 탈진하는 것은 아닌가. 더럭 겁이 난다. 사막도 아닌데 이게 무슨 난리인지.......
갈증을 참으며 간신히 샘터까지 도착.. 허겁지겁 물부터 먹는다. 산길에서 물이 없으면 죽는다는 것을 이번 대간길에서 뼈저리게 느낀다.. 먼저 와서 진을 치고 계시던 대청봉님과 십년지기님하고 간단히 요기를 하고 구룡령을 향한다. 갈전곡봉까지의 가파른 길을 무더위에 굵은 육수를 뚝뚝 흘리면서 오른다. 정말로 땀이 많이 난다. 생전 이렇게 땀을 많이 흘려보는 것도 처음인 것 같다. 7시 조금 넘어 구룡령에 도착한다.
구룡령에서 육개장에 저녁을 먹는데 더위를 먹어서인가 아니면 물을 너무 먹었나 밥맛이 조금도 없다.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는다. 이제 반밖에 못 왔는데,,, 먹어야 가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억지로 반을 떠 넘기는데 도저히 넘어가질 않는다. 더 먹었다가는 넘어올 것 같아 숟가락을 놓는다. 먹으니 잠이 쏟아지기 시작해 버스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9시30분에 진고개를 또다시 떨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진고개까지 23Km. 그것도 야간이다.
초장부터 응봉산까지 된비알길을 오른다. 어제밤부터 그렇게도 땀을 흘렸는데 아직도 흘릴 땀이 남았나 보다. 내일까지 얼마나 더 흘려야 할까!!!!!!
응봉산을 지나고 만월봉을 지나는 새벽 산길... 이틀째의 밤을 내 몸을 그냥 넘어가질 않는다. 잠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제 그만 쉬라는 신호이다. 그러나 잠을 허락하지 않는다. 1시간만 자고 가면 좋으련만..... 간간이 쉬는 시간 10여분 잠시 눈을 붙일 뿐이다. 조금 더 쉬면 한 없이 늘어지기 때문이다. 신배령에서 물 보충하고 미숫가루로 허기를 달랜 후 다시 두로봉을 향해 출발....
두로봉을 2Km 남짓 남겨두고 휴식 시간. 10여분 늦게 도착하여 맨 뒤에서 배낭도 벗지 못하고 털썩 누워버린다. 바로 출발시간...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다. 시작 총무님과 십년지기님께 10여분 누워 있다가 출발한다고 하고 눈을 감는다. “이제부터 속도를 낸다”는 칸님의 목소리가 꿈결처럼 들린다. 나의 의식은 서서히 침잠해 들어가기 시작하고......
새벽 4시가 넘은 시각. 아직 별들이 떠 있고 사위는 어둠에 잠겨있다. 5분여를 눈을 감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잠이 달아난다. 왜 갑자기 잠이 달아났을까? 지금도 알 수가 없다. 10여분 늦게 두로봉을 향해 선두를 쫒기 시작한다.
하지만 너무 힘들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짓을 하고 있나. 포근한 집을 놔두고, 한여름 염천 삼복더위에 이 대간길을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가고 있는가? 왜? 왜? 왜? 회의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괴롭다. 그냥 막 성질이 날려고 한다.
그래도 계속 가다 쉬다를 반복하면서 문득 고개를 들고 사위를 둘러보니 어느 덧 날이 밝아 오고 아득히 두로봉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두로봉으로 오르는 거의 6-70도의 급경사 구간. 이미 체력은 고갈된지 오래되었고 오직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 그러나 이 하나 남은 밑천도 바닥을 드러내려고 하고 두로봉에서 상원사로의 내려가는 탈출로가 마음속으로 그려지고 있는 그 순간.... 북진하는 대간팀들이 간간이 보인다.
두로봉 정상으로 오르기 시작한지 10여분 지날 무렵. 나이 지긋하신 분이 내려오면서 나에게 묻는다. J3냐고. 그렇다고 답하니 참 대단한 J3라면서 힘내라고 한다. 내가 다시 묻는다. 앞에서 얼마쯤 가고 있냐고... 대답이 오길 10여분 거리란다. 아! 많이 떨어지지 않았구나.
10분 거리밖에 안되고 여기서 포기하려고 이 고생을 했나...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다. 다시 마음을 독하게 먹는다. 한발 한발 두로봉 정상을 향해 간다. 두로봉 도착. 휴식 없이 그대로 지나치고 부지런히 선두 추격 계속... 경찰이 도둑놈 추격하는 것도 아니고 이거야 원.......
간간이 지나치는 등산객들에게 선두가 어디쯤이냐고 물으니 100여 미터 전방,,, 순간 6시 조금 넘어 지리산칸님에게 전화가 온다. 어디냐고... 후방 100미터라고 답신하고 내리막길 선두 따라잡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어디서 힘이 났는지 모른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뛸 뿐......
드디어 선두 꼬리를 잡았다. 팀원들에게 산삼한뿌리 캐먹고 힘내서 왔다고 농을 건넨다. 이후 동대산까지 진행... 8시40분께 도착... 진고개까지 1.7Km 내리막길이다. 돌계단길의 연속... 무릎걱정에 천천히 진행... 9시 20분쯤 진고개에 도착하여 감자탕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물보충 후 이번 3구간의 마지막 구간인 대관령까지 약 25Km길을 나선다. 단체사진 촬영 후 나무 계단길을 오르는데 땀이 뚝뚝 떨어진다. 어제 오늘 흘린 땀 양을 아마 양동이로 담아놓으면 장난이 아닐 것이 분명하다. 이러다가 몸속의 수분이 전부 빠져나가는 것이 아닐까????
노인봉 정상(11시30분)에 오른 후 대관령을 향해 진군을 계속한다. 이후는 어려운 구간이 없다. 약간의 오르막길과 평탄한 임도를 지나 초원의 풍차를 구경하면서 간다.
하지만 신은 또다시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한계령 산행 시작 전 그렇게도 염려했던 땀으로 인한 사타구니 쏠림으로 인한 쓰라림. 소황병산 오름길에서 신호가 온다. 오르기 전 바세린 듬뿍 바르고 수시로 또 바르고 했는데 여기가 한계인가 보다. 바세린 또 발라도 잠시 뿐... 반창고 붙여보고, 스포츠테이핑도 해보고 하지만 이미 강뚝은 무너져 있었다. 10분만 지나면 떨어져 버린다. 한계령까지 극심한 쓰라림의 연속 주위의 경치들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오후 6시경 대관령에 도착 때까지 맨 후미에서 어기적 어기적 몸밑의 쓰라림의 고통을 억지로 참으며 간다. 신이 나에게 대간길을 허락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시험에 들게 하는가 보다.
드디어 한계령에 도착하고 서로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왈칵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산행거리 90.8Km 쉬는시간, 식사시간, 자는시간 포함 41시간의 산행. 어디서 이렇게 한여름 삼복염천에 이 산길을 걸었다고 하겠는가. 집에 말도 못하고 친구들과 계곡산행 1박2일 갔다 온다고 거짓말하고 왔는데....미친 X 소리 안들으려고 주위 누구에게도 애기 못하고.....
바로 씻지도 못하고 땀 냄새 진동하는 25인승 버스에 몸을 싣고 대전으로 출발한다. 도중 횡성휴게소에서 국밥으로 식사. 화장실가서 1.5L 페트병에 담긴 물을 갖고 가 사타구니를 씻으니 쓰라림에 비명이 절로 나온다. 물을 묻혀 소금기를 씻어내니 조금은 낫다.
대전역에 10시30분에 도착. KTX 10시56분 대전발 광명행 차를 타고 철의여인님과 나란히 앉아 올라온다. 철의여인님은 서울역 행..
집도착 새벽 1시15분. 식구들 깨울까봐 조용히 문 열고 들어가 사워하고 자리에 눕는다. 이상하게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말짱하다.
그렇게, 그렇게 대간 텐, 3구간의 산행이 끝났다.
평생 기억에 남고 언젠가는 전설로 화할 J3 대간텐팀의 신화는 이렇게 하나, 둘 이루어지고 있다.
나도 그 신화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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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가지 마라고 해도 갈 것 같습니다. 대간 끝날때까지는 다른 건 신경도 못쓸 것 같습니다. 올인입니다. 저의 모든 일상이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고문님이 밤머리재에서 붙여주신 야광표시를 볼 때마다 각오를 새롭게 합니다.
범행님에게 3구간은 정말 정신력의 승리죠. 힘든 고통속에서도 대단한 역동성을 보여주셧습니다. 초짜인 제가 봐도 얼마나 힘드시겟나 생각을 햇을 정도이니... 그런 힘들이 어디서 나오는지 앞으로의 대간길에서 배우고자 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갈 뿐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어제 설악에서 나와서 오늘 산행기를 읽었습니다. 3구간 완주를 축하드리며 원하시는 대간길 꼭 즐겁고 안전하게 완주하시길 기원해봅니다. 범행님 ! 화이팅.......
감사합니다. 설태 멋지게 하셨습니다. 언제 시간 한번 내서 소주한잔 하시조\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