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몸은 피곤해 기절할 것 같음에도 새벽 같이 눈이 떠져 버렸다. 머리가 쿵쿵 울리는 느낌.
이왕 일찍 일어난 거, 어제의 여행을 정리해 보고 오늘의 일정을 손꼽아 본다. 먼저 카오롱공원을 지나 차이나 페리 터미널로 가서 마카오행 페리 티켓을 예매하고, 스타페리를 타고 홍콩섬에 가서 해피밸리에 있다는 예만방에서 딤썸을 먹고 센트럴에 있는 황후상 광장과 HSBC 건물을 구경하고 새우 완탕면을 먹고, 헐리웃로드와 만모우 사원을 구경한 후, 힐사이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소호에 들렸다가 센트럴로 돌아와 에프터눈 티를 먹고 피크트램을 타고 빅토리아 피크와 마담투소 박물관 구경~ 헉헉!!!! 계획만 보면 완벽하다.
8시 30분, IVY House의 주인 아주머니가 차려주신 푸짐한 밥상을 받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다행이 오전 날씨는 쾌청한 편. Nathan Road에는 부산한 홍콩 시민들의 발걸음이 바쁘게 돌아가고, 결코 한가하지 않은 여행자의 발걸음은 저 부산하고.
먼저 차이나 페리 터미널을 향하기 위해 카오롱 공원을 관통키로 했다. 아침에는 태극권과 사교춤을 연습하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곳~ 입구에는 이렇게 멋진 조각 작품이.^^
이제 정말 입구닷! 컥~~~~~
아놔~~~나, 내일 이 계단을 엄청난 무게의(남들이 들으면 비웃을수도 있겠지만 부실체력의 소유자에겐 바위덩이 같은) 캐리어를 들고 올라가야 한단 말인가? 어디 홍콩에 참 많은 에스컬레이터는 없나 찾아 봤다. 아님 엘리베이터나 장애인용..뭐...이런 거라도. 참...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하나도 없다. 여긴 휠체어 탄 사람들은 오지도 말라는 건가? ㅜ.ㅜ
근심을 가득 안고 공원에 들어섰다 오홀~~~와, 이거 생각보다 대단한데?
처음에는 그냥 동네 공원 정도로 생각했다. 우리로 치면, 선유도 공원 정도? 막상 들어가 보니 그게 아니더라. 공원의 규모도 꽤 되지만 수영장도 있고. ^^, 조류 사육장도 있고 분수도 있고~ 숲도 꽤 무성한 것이 나름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새삼 느낀거지만 내 선입견에 홍콩이란 도시는 삭막한 마천루와 퇴락한 뒷골목의 도시였는데, 곳곳에 매력적인 공원과 녹지가 생각보다 많았다. 어쩜 서울보다 휠씬 더~ 뉴욕의 센트럴파크 만큼은 아니어도 녹지가 무성한 카오룽 공원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수영장에 늘씬한 비키니 언니들이 없었다는 것(하긴~ 목요일 아침에 비키니 입고 놀 여인네들이 있기에는 쫌. ^^ㅋㅋ)과 카오룽 공원의 명물이라던 태극권 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것.
공원을 나서니 이런 길이 펼쳐진다. 마치 몇년 전 종로의 세운상가 옆을 지나는 느낌이랄까? 홍콩의 속살을 보는 기분이 들어 한컷 날려 봤다.
드디어 차이나페리 터미널 도착. 하버시티의 끝자락에 붙어 있어 찾기 쉽긴한데 분위기가 참~ 하버시티는 참 럭셔리해 보이는데 여긴 마치 우리나라 지방 소도시의 버스 터미널 같은 분위기랄까~ ㅋㅋㅋ
헉!!! 뜨아, 4/2(금) 오전에 마카오행 배는 이미 매진이란다. 주말에는 일찍 예매해야 한다는 얘긴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ㅜ.ㅜ 결국 매표소 옆에 있는 여행사에서 40불이나 더 주고 10시 배를 예약해야 했다. (생각해보니 그 여행사들이 미리 표를 왕창 사 놓고 비싸게 파는, 일종의 암표 장사를 공공연히 하는 것이었다!!!) '분명히 매진인데 왜 여행사에는 표가 있는 걸까?'하는 의문에서 출발한 나의 의심을 결국 내가 구입한 표를 들고 페리 터미널 관계자에게 쫓아가 이게 정상적인 표가 맞냐는 확인을 받기에 이르렀다. 아~ 이 놈의 의심병. ㅋㅋㅋㅋ 결론은 그냥 내가 늑장 부리다 암표 산거였다. ㅜ.ㅜ
이제 마카오행 페리 티켓도 구입했으니 빨리 빨리~~홍콩섬으로. 날도 후덥지근하니 하버시티를 관통하여 스타페리 선착장으로.
하버시티를 쭈~욱 걸으면서 든 생각은 '참 살 게 없다는 거' ㅋㅋ 중간 중간 우리나라 브랜드들 몇 개를 본 것 빼고는 별 흥미를 자아낼만한 것이 없었다. 아~~ 하나 있었다. 고디바 초콜릿 매장. But~ 칼로리와 가격을 생각하면 살며시 off!
급한 마음에 쭉~쭉 달려가 페리에 올랐다. 홍콩에 와서 처음 타게 되는 배다. ㅎㅎㅎㅎ 가벼운 흥분과 함께 배가 출발하는 이게 장난 아니가 흔들린다. 어질 어질~~
페리 안 전경. 아무 생각없이 눈 앞에 보이는데로 따라가고 옥토퍼스 카드로 결제를 하다 보니 놓친 사실 한가지. 여기는 일반석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디럭스석으로. ㅋㅋㅋ 어쩐지 왜 이렇게 사람이 없나 했다는~ 나중에 돌아 올 때는 정신 바싹 차라고 일반석 탔는데 차이가 나는 것이 기름 냄새의 여부일 뿐.
5분여에 걸친 매우 짧은 항해이므로, 정신없이 밖을 본다. 여전히 하늘은 흐리고 희뿌연 같이 시야가 그리 맑진 못하지만~ 아무튼~~~저 멀리 홍콩엑스포 선터도 보이고, 눈 앞에 고풍스러워보이는 빅토리아항구의 스타페리 선착장도 보인다.
다시 한번 촌스럽게 '아~~ 나, 지금 홍콩에 와 있구나. ㅋㅋㅋㅋ'
빅토리아항의 페리 선착장을 나서면 이렇게 센트럴과 연결되는 길고 럭셔리(!?) 한 통로가 있다. 이 긴 통로는 각 호텔들이나 IFC 센터 등 센트럴의 주요 스팟과 연결되어 있고(만다린 오리엔탈 호텔도 연결되어 있고), 최종 목적지는 MTR 센트럴역. 또 아무 생각없이 이 길을 구경하듯 따라갔다. 끝에 뭐가 있을까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막상 끝에 도착해서 좀 당황했다. ^^;;
이제 본격적인 센트럴 탐험에 나서야 하는데 해피델리 가는 트램은 어디서 타야 할지 난감. 밖을 나서니 트램은 참 많은데......^^;;; '아~꼭 딤썸 먹으러 예만방에는 가야 하는 거야'라는 의문이 스물스물 피어 오르면서 눈 앞에 펼쳐진 홍콩의 마천루에 눈을 빼앗기고 말았다. 아무 생각없이 또 황후상 광장으로 HSBC head quarter로, 장강공원으로 하염없이 발길을 돌린다.
이 곳이 바로 황후상 광장. 과거에 이 곳에는 빅토리아 여왕과 여왕의 아들인 에드워드 7세의 동상이 있었는데 2차 대전 중 일본군에서 약탈을 당했다고. 물론 이후에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은 돌려 받았으나 이 곳에 놓지 않고 빅토리아 공원으로 옮겨 지금은 황후상이 없다는 말씀. 이러니 내가 여길 황후상 광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냐고요!!!!!!
바보처럼 오후에 다시 황후상 광장 구경겠다고 이 주변을 뱅글뱅글 도는 최강 삽질을 하고야 말았다. 뒤로 보이는 고풍스런 건물은 입법부 건물로 현재도 사용 중.
이 곳이 바로 HSBC 은행 세계 금융의 허브 중 하나인 홍콩을 대표하는 은행으로 세계 3대 은행 중 하나인 HSBC은행 과거에는 이 곳이 전 세계 HSBC 은행의 본점이었으나 이제 진짜 Head quarter는 런던으로 이전되고 이 곳은 홍콩본사로만 쓰인다고. 풍수지리설에 입각한 건물이라 안이 뻥~ 뚫려 있다고도 하고. 아무튼 아무 생각없이 들어갔는데 그냥 정말 은행이어서 좀 당황했었다. (사실도 나도 HSBC에 계좌 갖고 있는 고객이건만 왜 뻘쭘했을까나?) 이 곳은 은행답게 에어컨 빵빵하게 나와서 시~~원했다.
옆으로 보이는 뽀족한 건물은 중국은행. 이 건물 역시 풍수지리설에 입각하여 설계된 건물인데 마치 칼날처럼 생긴 것이 HSBC 건물을 겨냥하고 있다고. 두 건물 모두 심포니 오브 라이트에서 주연 역할을 하는 건물이라 밤에 침사추이에서 보는 것이 최고라 하겠다.
우연히 발길이 닿은 장강공원(長江) 중국 말로는 뭐라 읽는지 잘 모르겠다. (책 찾아 보니 청콩공원) 계단을 따라 시원한 물줄기가 내려오는 것이 사람을 절로 끌어 당겼다. 카오룽 공원만큼 크진 않았지만 역시나 도심 속에서 이렇게 청량감을 주는 공원을 만나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홍콩 최고 갑부 창콩 그룹 리카싱 회장의 사무실이 있는 청콩센 옆 공원이다. 청콩그룹에서 관리하는데 일반인들에게 오픈되어 있는 공간. 삭막한 마천루 사이에서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그 공원 안에서 또 우연히 만나게 된 st.John 대성당. 내가 갔을 때 마침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모든 길손들에게 공개된 미사를 한참 참관하다 조용히 나왔다. 난 갈 길이 바쁜 여행자라고욧~
아~~ 벌써, 12시가 넘었고 슬 배가 고파온다. 예만방도 포기했으니 새우 완탕면은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또 다시 책을 뒤적였다.
MTR 센트럴역 근처에서 갈만한 왕탕면 집으로 '강추' 꼬리가 붙은 黃技記 (윙찌께이)
점심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재밌는 건 우리나마 명동 칼국수처럼 들어가는 순서대로 빈 자리에 그냥 앉혀 버린다는 것. 자연스레 낯모르는 사람과 마주 앉아 밥 먹어야 하는 참 어색스런 시츄에오숀이 발생해 버렸다. ㅋㅋ 난 별로 안 어색했는데 맞은편에서 죽을 드시던 홍콩 아저씨, 많이 어색해 하셔서 내가 다~민망했다는.
일단 음식 맛은 so so~ 기가 막힐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홍콩에 와서 제대로 된 홍콩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 것만으로도 만족. (생각해 보니 솔직히 유일하게 먹은 홍콩 음식. ㅜ.ㅜ) 가격도 나름 착했고 주인 아저씨도 친절했다. 내가 손부채질을 하니, 웃으면서 '더워?' 하고 한국말도 물어 보셨다. ㅋㅋㅋㅋㅋ
점심을 먹고 나오니 한결 더 더워졌다. 동네를 둘러 봤다.
새벽에 일어나 야심차게 준비했던 '오늘의 일정'은 이렇게 반나절도 안 되서 뻐그러져 버렸다. 이제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정말 홍콩스러운 만모우 사원으로 Go Go 만모 사원으로 가는 길은 홍콩의 명물인 2층 트램을 타고 갔다. 트램이야 멜번에서도 지겹도록 타고 다녔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2층 트램인 처음이니 살짝 설레였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셩완으로. 이제 삽질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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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설픈 찍사의 여행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어설픈찍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