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김주희 기자
한국자동차의 효시 '대우자동차'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GM대우는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쉐보레' 브랜드 도입을 발표하며, 올 1분기 중 회사명을 '한국지엠주식회사'(GM Korea Company)로 바꾼다고 밝혔다.
GM대우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새 회사명을 검토했다며 "이사회는 회사의 발전 방향과 임직원, 주주 및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회사명) 변경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현 지엠코리아주식회사(GM Korea Co. Ltd.)란 사명을 유지하며, 캐딜락 브랜드만 담당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사명 변경은 글로벌 GM 내에서 (GM대우의) 위상을 강화함과 동시에 한국 시장에 대한 강력한 관심과 의욕에 따른 것"이라면서 "내수판매시장 강화, 매출 증대, 강력한 고객관리, 고용창출을 포함해 회사가 목표로 삼은 한국 내에서 발전을 반영한다"라고 말했다.
아카몬 사장은 쉐보레 브랜드 도입과 회사명 변경 등 두 가지 커다란 변화를 통해 GM대우가 중장기적 발전을 이루고 한국 소비자들과 경제에 큰 기여를 하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영욕의 역사 '대우자동차'
이로써 지난 30여 년간 인천과 함께 해온 '대우자동차'란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부평구 청천동에 생산기지를 둔 대우자동차는 한국 최초로 자동차 산업의 기틀을 마련하고 발전을 주도해온 곳이다.
부평지역은 일제 강점기부터 자동차 산업이 일었던 곳으로, 산곡동에 있던 '국산자동차회사'에서 일제가 군용 지프차를 생산했다. 현 부평고등학교 자리에 디젤자동차 생산 공장도 있었지만, 일제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면서 자동차 생산은 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부평공장에서 미군용 지프차의 부품을 재생해 사용하고, 드럼통을 펴 차체를 얹어 만든 '시발'(SHIVAL)이란 국내 최초의 승용차를 생산한다. 1964년 생산을 중단할 때까지 시발은 2,535대를 만들었다.
이 시발과 함께 국내에 자동차 회사들이 속속 들어선다.
1962년 8월 부평구에 새나라자동차가 설립됐다. 새나라자동차는 부평공장에서 1962년 첫 승용차 모양의 '새나라'를 생산했다. 닛산자동차로부터 '블루버드P301' 모델을 반제품 형태로 들여와 국내시장에 판매한 것이다.
하지만 새나라자동차는 외국 기술과 부품에 의존하는 바람에 외환사정이 나빠지자 1년 만에 생산라인을 멈췄다.
1955년 2월 부산에서 설립한 신진공업이 도요타의 지분을 끌어들여 1965년 11월 새나라자동차를 인수해 신진자동차공업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자동차 사업을 시작했다.
신진자동차는 토요타에서 '코로나'를 들여와 한 때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크라운'과 '퍼블리카' 등을 생산하며 국내 최대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했다.
2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이
쉐보레 도입과 회사명 변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972년 토요타와 맺은 기술제휴를 끊은 신진그룹은 곧바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손을 잡으며 또 한 번의 변화를 맞는다. 신진과 GM은 '제너럴모터스코리아(GMK)'를 설립해 그해 9월 '쉐보레 1700'과 이듬해 '레코드 1900' 등 2종의 승용차를 생산한다.
하지만 GMK는 원가부담과 로열티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1976년 한국개발은행(산업은행)으로 소유권을 넘겼고, 이름을 '새한자동차'로 바꾸게 된다.
이후 한국개발은행의 주식을 인수한 대우와 GM이 경영권을 대우에 이전하기로 합의하면서 1983년 1월 '대우자동차주식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대우자동차는 1986년 6월 '로얄살롱'에 이어 부평공장에서 월드카를 표방한 르망을 출고했다. 르망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미국에도 수출했다.
1990년 최초의 고유모델로 '에스페로'를 내놓은 대우차동차는 동유럽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에 적극 나서게 된다.
그러나 2000년 대우자동차는 모회사인 대우그룹이 부도를 맞으면서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11월 최종 부도 처리됐다.
2002년 10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인수하면서 현재의 GM대우가 탄생했다.
인천 GM 생산기지로 전락 우려에 중국 이전설까지
GM대우의 회사명 변경 논란은 몇 년째 계속돼 왔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GM대우 엠블럼을 쉐보레로 교체하는 일이 빈번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꾸준한 재생노력에도 '대우'라는 이름이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1월 북미오토쇼에 참가한 아카몬 GM대우 사장은 "GM대우차를 사는 고객 중 3분의 1 가량이 쉐보레 엠블럼을 사서 달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라고 말해 브랜드 교체를 시사했다. 이어 두 달 뒤 제네바모터쇼에서 "GM대우 브랜드 교체 여부를 확정했다"라고 밝혔다.
인천지역에서는 브랜드 교체는 물론 회사명까지 바꾼다는 소식까지 돌았다. 급기야 GM이 인천(부평)을 생산기지로 전락시키려 한다는 비판은 GM대우 중국 이전설로까지 확대됐다.
그러자 아카몬 사장은 지난해 4월 부산모터쇼에서 중국 등 핵심 시장으로 GM대우 공장이 이전될 가능성에 대해 "GM대우는 아주 강한 디자인스튜디오를 갖고 있고, 최근에는 서울에 미래 제품을 개발하는 선행 디자인스튜디오를 오픈했다"는 말로 부인했다.
지난 3일 시무식에서 마이크 아카몬 사장과 추영호 노조위원장 등이 떡케익을 자르고 있다.
GM노조는 회사에서 브랜드 교체와 회사명 변경에 대해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며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사진=GM대우)
하지만 인천지역에서는 여전히 GM대우 중국 이전설에 대한 회사 측의 명확한 답변이 없다며 의구심을 품고 있다.
특히 20일 GM대우가 쉐보레 브랜드 도입을 전격 발표하면서 회사명을 올 1분기 중 '한국지엠'으로 바꾸겠다고 하자,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세우는 분위기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이름만 바꾸면 뭐하냐. 인천을 떠나겠다는 소리인가."라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김 사무처장은 "회사의 이름을 바꾸기 전에 GM대우는 중국 이전설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게 먼저다"라고 지적했다.
GM대우 노조는 브랜드 교체와 회사명 변경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노조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서 "노사협의 없이 일방적인 브랜드 교체는 있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단순히 마크를 바꾸는 문제를 넘어 브랜드 교체가 실패했을 경우 고용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GM대우 노조는 21일 진행할 수련회를 통해 아카몬 사장에게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예정이다. GM대우도 이날 브랜드 교체와 회사명 변경 등에 대한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
첫댓글 우리집은 계속 대우차만 탔는데 르망 프린스 지금 마티즈 기냥 허탈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