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과 시금치
옛날 속담에 ‘알고 죽는 병이 해소(咳嗽)요, 알고도 고치지 못하는 병이 소갈(消渴)이다’라는 말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기원전 700년께 황제내경(黃帝內經)이라는 한의서에서 소모성질환을 가리키는 소갈증의 하나로 당뇨병을 다루기 시작했다.
당뇨병이란 혈액 중에 포도당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서 이로 인하여 생기는 질환이다. 정상인은 인체가 음식을 섭취하였을 때 음식물 중의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혈액으로 흡수돼 간장이나 근육에 저장된다. 혈액내 포도당 농도는 항상 일정한 범위 안에서 조절되지만, 당뇨병 환자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포도당이 정상적으로 조직세포에서 대사되지 못해 포도당 농도가 정상 이상으로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당뇨병을 ‘고혈당 및 이에 수반되는 대사장애’를 갖는 질병이라고 부른다.
즉 당뇨환자들은 몸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어야 할 포도당이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고 혈액에만 필요 이상으로 많아져 고혈당이 되고 결국에는 소변으로 배설된다. 따라서 인체에서는 에너지 부족상태가 되므로 밥을 많이 먹어도 기운이 없고, 몸은 항상 피로하면서 살이 빠지게 된다.
이같은 이유는 우리 몸의 췌장 내 β세포에서 인슐린 분비가 원활하지 않거나, 되더라도 세포수준에서 그 기능이 감소해 ‘포도당의 대사를 주관하는 인슐린 호르몬이 아예 부족하거나, 정상적으로 만들어져도 세포에서 인슐린이 제 역할을 못하는 까닭’이 되는 것이다.
-약물치료에 식이요법·운동 병행-동양의학에서 당뇨병은 선천·유전적인 소인이 있는 경우, 기름진 음식의 섭취나 과음 또는 성생활이 지나치거나 분노 등을 포함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체내에 ‘조(燥)·열(熱)·화(火)’ 등이 생겨 몸 안의 체액이 소모되고 소진돼 장기가 손상되는 병이다.
그 증후는 음식의 소화가 빠르고 쉽게 배가 고프며, 갈증이 심해서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소변을 많이 보는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살과 피, 체액이 마르게 되고, 이렇게 되면 몸이 마르면서 혈관과 신경의 손상이 진행되게 된다.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 가장 큰 요점이 되는 것은 합병증의 예방이다. 이 중에서도 환자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혈관과 신경합병증의 출현이다. 혈관합병증은 대개 동맥혈관의 병변으로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도 뇌혈관이나 눈, 심장, 신장의 혈관에 쉽게 일어난다.
또한 신경합병증은 말초신경에서 잘 나타난다. 신경합병증의 증상은 팔이나 다리가 저리고, 종아리가 쑤시고 아프다. 심하면 손길이나 이불깃, 옷깃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호소한다. 특히 저녁이나 밤에 심해진다. 병이 심해지면 눈이 침침하면서 피부가 무감각하거나, 이상감각을 호소하기도 한다. 더운 것 찬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바늘로 찔러도 감각이 없으며, 걸음을 걸으면 모래를 밟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발바닥에 무엇을 덧대놓은 것 같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물론 걸음걸이도 편치 못하다.
당뇨환자의 치료는 무엇보다도 먼저 혈당을 정상으로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약물요법과 함께 철저한 식사요법 및 운동요법이 필요하다. 아무리 치료가 어려운 당뇨병이라고 해도, 일병장수(一病長壽)라는 속담처럼 환자 스스로가 의지를 갖고 병을 잘 관리하면 별다른 문제없이 건강을 유지하면서 천수를 누릴 수 있다.
다만 문제는 환자가 얼마만큼 끈기를 가지고 계속하여 약물요법을 시행하고, 식이요법, 운동요법을 병행하면서 자기를 잘 돌보는가에 있다.
옛날부터 동양의학에 당뇨병 치료에 효용있게 응용되는 처방으로, 갈증이 나고 물을 많이 마시며 밥을 많이 먹는 경우에 투약되는 약물에 백호탕(白虎湯) 등이 응용되고, 특히 당뇨병이 오래되어 입이 마르고 쉽게 피로하며 나른한 경우에는 생진감로탕(生津甘露湯), 옥천산(玉泉散), 육미지황원(六味地黃元) 등이 사용된다.
또한 당뇨치료는 약물치료와 더불어 식사도 중요하다. 치료를 위해서라면 일상의 섭생에서 술과 과일은 피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특히 식사요법은 음식도 약이 되므로 다양한 음식 중에서 자기 상황에 맞는 것을 먹어야 한다. 즉 식단의 구성과 배합에 각자에게 맞는 조화와 차이를 두어야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주식이 밥인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당질 섭취량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당뇨와 비만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있고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당질과 기름진 음식, 굽거나 튀긴 음식, 염분이 많은 음식 등은 절제를 통해 열량을 조절함으로써 빠른 쾌유를 이루어야 한다. 또한 식사 후에는 꼭 운동을 하여 음식물을 소화시킨 후에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일상에서 야식은 금하고, 음식을 소량으로 자주 섭취하되, 항상 배가 고픈 듯한 상태로 식사를 마치는 것이 좋다.
-마음 편히 가지면 혈당치 낮아져-특히 생활의 자세와 태도가 중요하다. 지나친 쾌락을 좇는 성생활을 자제하고, 항상 마음을 다스려야 병이 치료된다. 우선 술과 성생활에 절제가 있고, 욕심을 줄여 마음을 평안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실례로 과다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직장인의 높았던 혈당도 마음 편안하게 휴일을 보낼 때 혈당치가 낮아진다. 정신적 긴장이나 과도한 스트레스는 부신에서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킨다. 이 호르몬이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여 혈당을 상승시킨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운동요법도 중요하다. 운동 방법과 운동량은 개인의 취미와 성별, 직업, 활동상황에 따라 정하되, 피로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운동이 좋다.
경희대 한방병원 6내과 두호경 교수는 한방 당뇨계를 이끌고 있는 선두주자다. 두교수는 당뇨병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30여년간 당뇨병 환자에 대한 한의학 치료를 담당해왔다. 임상뿐만 아니라 연구에 있어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2001년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침 치료 효과에 대한 임상논문을 발표해 큰 호응을 받았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는 당뇨병 유효 방제 및 혈위(穴位)에 대한 항 당뇨 효능 및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 변화에 대한 실험 연구를 시행중이다.
경희대 한방병원 안세영 교수는 두호경 교수의 제자로 1993년부터 당뇨병 클리닉을 맡고 있다. 안교수는 특히 당뇨병성 신경합병증과 발기부전치료에 일가견이 있다. 혈허(血虛)로 인한 신경합병증에는 보혈(補血)약재를 집중 투여하며 당뇨병성 발기부전증 환자에게는 혈관의 변성을 막는 약물과 함께 음경주위의 경락을 강화하는 침치료를 병행한다. 침치료는 음경으로 흐르는 혈류를 증가시켜 발기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경원대 인천한방병원 한양희 교수도 당뇨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철학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당뇨환자는 스스로 증상이나 치료효과를 느끼지 못해 자칫 방심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는 한의학적인 진단 외에 혈당·요당 등 서양의학적인 검사와 치료를 병행한다. 양·한방 협력해 서로의 장점을 결합한 치료를 시행할 경우 획기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교수와 함께 대학병원에서는 상지대 한방병원의 김병우 교수, 대전대 천안한방병원의 김철중 교수, 경산대한방병원의 강석봉 교수 등이 국내 당뇨계를 이끌고 있다. 이와 함께 개인병원에서는 서울 양지한의원의 정용현 원장, 인천 본한의원의 육현석 원장, 경기 안양 익수한의원의 김인선 원장 등이 지역 당뇨환자치료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사주가 냉한 사람은 시금치는 금물이다.
술월생은 당뇨병을 조심할 것!
사주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