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gglymapp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어째서 F→D 조합이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나름대로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한 부분이니,
틀린 내용이 있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글자가 만들어지는 방식 =
글자가 조합될 때는,
하나의 손가락이 먼저 이동해 자리를 잡고,
그걸 축으로 해서 다른 손가락이 자리를 잡는 방식입니다.
세벌식의 경우는 검지→중지, 검지→약지처럼,
'검지가 축이 되고',
다른 글쇠로 이어지는 방식이 많습니다.
그리고 두 손가락이 조합되면서 각도를 이루게 되는데요.
이러한 각도가 '하나의 축'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 손가락과 각도 =
사실 저는 기본 자리에서 ASDF가 서로 조합되는 것보다,
AWEF가 서로 조합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손을 편하게 펼치면,
AWEF 자리에 손가락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손은 긴장이 발생하면,
'원래의 편한 자세로 복구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손가락을 보시면 길이가 다 같지 않고,
각각의 손가락이 서로 다른 각도를 이루게 되는데요.
일단, '검지와 중지', '검지와 약지'가 이루는 각도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손을 편하게 키보드에 올리고 보면,
검지와 중지가 서로 만나는 각도는,
'F와 E가 만나는 각도'가 됩니다.
그리고 검지와 약지가 서로 만나는 각도는,
'F와 W가 만나는 각도'가 됩니다.
= 원래의 각도로 돌아가려는 현상 =
만일, 이러한 각도에서 변화가 생긴다면,
불편한 손의 각도로 인해,
'원래의 편한 자세로 돌아가려는 성향'이 생깁니다.
검지와 중지, 검지와 약지가,
따로 일직선상에서 만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편한 상태에서 '손가락을 접은 만큼의 긴장'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긴장을 풀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각도 이동이 필요합니다.
= 원래의 각도로 돌아가려는 힘 =
일직선상에서 두 글쇠가 조합되며 나타나는 긴장을,
손을 반시계 방향으로 틀며 푼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검지→중지의 조합은 'F와 E가 만나는 각도'만큼,
검지→약지의 조합은 'F와 W가 만나는 각도'만큼,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리고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여,
손을 편한 상태로 만들려는 강도만큼,
손과 손목에 힘을 주어 그것을 방지하며,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힘을 임의로 'H3F'라고 정하겠습니다.
즉, 검지→중지의 일직선 조합은 'F와 E가 만나는 각도'만큼,
검지→약지의 일직선 조합은 'F와 W가 만나는 각도'만큼,
더 많이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H3F 강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이 작동하지 않도록,
손과 손목에 힘을 주며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검지→중지, 검지→약지의 조합이,
따로 일직선상에서 발생한다면,
검지→중지의 조합이 더 많은 피로를 가져오게 됩니다.
= 세 손가락의 조합 =
세 손가락의 조합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검지→약지→중지 순으로 조합이 발생한다고 하면,
F→S→E보다 F→S→D로 이어지는 것이,
더 많은 피로가 발생하는데요.
이는 F→S로 이어지며 '하나의 축'이 발생하고,
그 축에 중지가 가까워질수록,
원래의 편한 자세로 복구하려는,
더 많은 힘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 축의 변화 =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은 '축의 변화'입니다.
기본 자리에서만 조합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의 조합 과정에서 '또 다른 축'이 계속해서 발생하게 됩니다.
D 자리에 받침 ㅌ이 있다고 가정하고,
F 자리의 모음 ㅏ와 D 자리의 받침 ㅌ의 조합을 살펴보겠습니다.
'밭'처럼 기본 자리에서 두 글쇠 F→D 조합이 발생한다면,
중지가 한 칸 아래로 내려가며 H3F가 작용하긴 하지만,
'축의 변화가 없기에' 쉽게 누르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축이 변한다면 살짝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축의 변화 예시 =
'논밭'을 입력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논'이란 글자가 앞에 추가되고,
그다음에 '밭'이란 글자가 입력되는데요.
'논'이란 글자에서 모음 ㅗ가 있는 V 자리와,
받침 ㄴ이 있는 S 자리가 결합되면서,
'또 다른 축'이 만들어집니다.
\ 형태의 기울어진 축이고,
'V와 S가 이루는 각도만큼의 경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기본 자리에서 입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V와 S가 이루는 \ 형태의 기울어진 축에서,
'밭'이라는 F→D 조합이 발생하게 됩니다.
먼저 검지가 한 칸 위로 올라가며 F를 누르고,
검지를 중심으로 중지 D를 누를 때,
반시계 방향으로 아까보다 더 높은 회전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본 자리에서 F→D 조합이 발생하는 것보다,
V와 S가 이루는 \ 형태의 각도에서 F→D 조합이 발생하는 것이,
더 많은 피로를 가져오게 됩니다.
검지와 중지가 일직선상에서 결합되며 높은 H3F를 가지고 있고,
거기에 축의 각도에 따른 회전력까지 더해져,
손과 손목에 더 많은 힘이 가해지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일반적인 로우 스태거드 키보드와 인체공학적인 칼럼 스태거드 키보드를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같은 row 상에 있는 두 글쇠 간 조합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하드웨어적으로 일반적인 로우 스태거드 키보드는 같은 row 상에 있는 글쇠들이 정말 직선적으로 붙어있어서 각 손가락들 간 길이의 미묘한 차이를 인체공학적으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 제일 큰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이 글 후반부에 "축의 변화 예시"로 드신 V->S->F->D를 쳐봤는데 제가 느낀 점은, 로우 스태거드 키보드는 각 row가 조금조금씩 어긋나기 때문에 row 전환에 있어 글쇠 타건을 위해 거기에 손의 수평적 움직임을 가져가니 손에 부담이 커지고 종종 손이 당기는 느낌을 받는 때문이라고 봅니다.(수직적 움직임은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만 하면 되는데 수평적 움직임은 손바닥 자체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많이 됩니다. 특히 인체공학 키보드에서 수직적 움직임시 손바닥 자체의 움직임은 0에 가깝죠.) 인체공학적인 칼럼 스태거드 키보드는 그냥 손가락을 접고 펴면 바로 위·아래 row로 전환되기 때문에 이런 row 전환에 따른 손가락 부담이 적은 편이에요.
직접 테스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일반적인 키보드는 인체공학적 부분을 반영하지 못해서,
손이 수직적 움직임과 수평적 움직임을 함께 가져가기에,
손에 부담이 커지고 당기는 느낌을 받는 것 같네요.
그리고 일반적인 키보드는 \ 모양의 빗금 형태로 자판이 배열되어,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비대칭의 구조를 가지는데요.
오른손은 빗금 \이 '엄지 방향으로 꺾어진 형태'라 빗금의 영향을 덜 받지만,
왼손은 빗금 \이 '소지 방향으로 꺾어진 형태'라 빗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오른손으로 J->K 조합을 누르는 것과,
왼손으로 F->D 조합을 누르는 것은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보름달 네 그렇게 \ 모양으로 키보드가 빗금 형태로 비스듬하게 배열되는데 이게 오른손보다는 왼손에 더 인체공학적으로 치명적으로 안 좋습니다. 그래서 세벌식 배열 설계하시는 분들이 왼손 배열 때문에 이런저런 난감해하시는 요소가 많죠. 아무래도 중성과 종성을 그 한바닥에 다 구현해야 하는데 row staggered된 모양 자체도 인체공학적으로 안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