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강원도는 생물다양성 위협하는 가리왕산 활강 경기장 건설 중단하라
- 말뿐인 생물다양성 보전, CBD COP12 개최국으로서 책임을 다하라
- 생물다양성 위협하는 골프장, 케이블카, 원전 등 각종 개발행위 중단하라
생물다양성협약 제12차 당사국총회(이하 CBD COP12)가 9월29일부터 10월17일까지 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린다. CBD COP12는 국제기구와 193개 당사국 정부대표단, 산업계,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 약 2만 여명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회의 중 하나다. 4년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 약 2주간 80여 개국, 약 3천여명이 참가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 규모와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한국 정부와 강원도가 CBD COP12의 개최국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야 한다고 외치면서 총회가 이루어지는 강원도 곳곳에서는 수많은 개발행위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고 생물다양성이 저해되는 모순적이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리왕산 활강 경기장 건설을 중단하라
가리왕산은 주목, 눈측백나무, 왕사스레나무, 마가목 등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희귀수목의 분포지이며 100년 이상 된 철쭉이 자라는 등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이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함백산, 태백산 등에서 주목이 고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자연적으로 세대별 주목 군락을 이루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만큼 생태적 가치가 우수하여 조선시대부터 국가가 보호해왔고 현재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한국은 생물다양성협약 가입국으로 2020년까지 국토 면적 대비 보호구역 확대를 달성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이를 규정한 아이치목표6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육상 보호구역 면적을 현행 10.3%에서 17%로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강원도는 보호구역 확대는 커녕 있는 보호구역도 해제하여 가리왕산의 500년 보호림을 5일짜리 스키 경기와 맞바꾸려 하고 있다. 국제스키연맹의 규정상 꼭 가리왕산이 아니어도 되고, 나가노 동계올림픽의 선례만 비추어봐도 국제스키연맹과 협상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하지만 정부와 강원도는 극심한 환경 파괴와 예산 낭비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
생물다양성 위협하는 골프장, 케이블카, 원전 등 각종 개발행위를 중단하라
가리왕산 활강 경기장 외에도 골프장, 케이블카, 원전 건설 등으로 인해 강원도의 생물다양성은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 골프장에서는 잔디 이외의 생명체는 살 수가 없다. 또한 잔디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 뿌리는 비료와 살충제 등의 과다 사용으로 골프장 주변 생태계는 심각한 위험에 처한다. 비료와 토사, 농약은 빗물에 씻겨 하천으로 흘러들어 수질을 오염시키고 골프장 건설로 인한 지하수 고갈로 인해 산림의 훼손과 더불어 많은 생물종의 터전이 사라지고 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인 사향노루가 서식하고 있는 백암산에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해제하여 케이블카 설치 공사가 추진 중이고 국립공원 지역인 설악산에도 산양의 서식지를 위협하는 케이블카 건설시도가 계속 진행 중이다. 또 삼척에 317만8292㎡면적에 6GW급(1500MW급 원전 4기) 신규원전의 건설이 예정되어 있어 강원도의 생물다양성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이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통해 원전사고가 지구 생태계에 얼마나 큰 위협인지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와 함께 신규원전 건설로 초고압 송전선로 설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따라서 강원도 생태계의 대규모 훼손과 주민 갈등이 우려된다.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삼척시장 당선자가 원전 백지화를 선언하긴 했지만, 원전 계획 자체가 취소되지 않는 한 안심할 수 없다.
생물다양성은 말 그대로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서로 강한 연결 구조를 지닌 각각의 생물종들은 필연적으로 생물다양성 저하에 극도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강원도는 생물다양성이라는 중요 의제를 다루는 CBD COP12 개최국으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정부와 강원도가 해야할 일은 지금처럼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다양성을 최대한 보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과 대책들을 마련하는 것이다. 생물다양성은 한 번 파괴되면 인간의 힘으로 되돌릴 수 없다. 미래의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을 한순간의 개발 욕구로 인해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이에 가리왕산보전과환경동계올림픽실현을위한대책위원회와 CBD한국시민네트워크는 CBD COP12의 개최지인 강원도에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 동계올림픽 가리왕산 활강 경기장 건설을 중단하고 기존 스키장 활용을 통한 친환경 올림픽을 실현하라
- 생물다양성 위협하는 골프장, 케이블카, 원전 등 각종 개발행위 중단하라
2014년 6월 18일
가리왕산보전과환경동계올림픽실현을위한대책위원회,
CBD한국시민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