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문학 52집 특집>
조규영 회장님의 믿음과 존경
김양수(본회 고문)
50여 년 전, 조규영 회장님을 처음 만났을 때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인자함과 시골 농부 아저씨의 냄새가 물씬 풍겼었다. 그러나 인사만 나누는 정도였다가 1994년쯤이라고 기억되는데 강원아동문학회 출판기념회가 끝나고 호암 성덕제 회장님의 차에 조규영 회장님과 셋이서 타고 갈 때였다. 당시에 춘천에는 시조를 쓰시는 분이 조규영, 성덕제 두 분밖에 없었다. 나는 두 분께 시조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으며 그를 계기로 시조시인이 되었다.
2004년 성덕제 회장님이 강원문협 회장을 내려놓으시며 조규영 부회장이 잔여기간을 맡게 되었고 차기 회장까지 하게 되셨는데 내가 사무국장이어서 모시는 동안에 조규영 회장님에 대해서 역시 휼륭한 분이로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존경하게 되었다.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가 아직도 생생하다. 조규영 회장님의 따님이 미국 사람에게 시집을 갔는데 춘천서 결혼식을 거행했다. 그때 내가 사회를 보았는데 외국 사람들이 여럿 있어서 꼬부랑 말을 군데군데 섞어서 했는데 발음이 한국적이라서 한국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으며 외국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했던 같다.
조규영 회장님을 모시고 있는 동안에 회장님은 강원문협 사무 일체를 나에게 일임해 주셨다. 그분의 믿음이 곧 존경이었고 나는 힘을 다해 2006년까지 일했다.
월하문학관장님으로 계실 때 화천 월하문학관에 4번 정도 찾아뵈었는데 늘 따듯하게 맞아주시던 환한 웃음이 사진처럼 살아 있다. 조규영 회장님은 월하 리태극 박사님의 수제자로서 문학관을 잘 운영해 나가고 계셨다.
조규영 회장님이 생전에 강원문화재단에 지원금 신청을 위해서 동시조 10편과 동시 10편을 제게 맡겨 주셨는데 동시조는 강원시조에 유고작품으로 발표하고 동시는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어떤 지면에 발표하고자 한다. 재단지원금을 신청했으나 받지못한 아쉬움이 크다. 유고작은 책을 발간할 분량이어서 더 많이 있을 것으로 안다.
첨부한 사진은 화천문학상 심사를 위하여 월하문학관을 방문했을 당시에 월하시조비 앞에서 찍은 것으로 좌로부터 이광복 한국문협이사장, 이기와 화천문협 사무국장, 길나현 전)화천문협회장, 조규영 월하문학관장, 그리고 김사랑 손녀와 필자이다.
조규영 회장님의 명복을 빌며 그분이 이룬 문학 업적이 길이길이 빛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