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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록 껍질에
촘촘 가시를 달고 있는
장미꽃을 한 아름 산다
네가 나에게 꽃인 동안
내 몸에도 가시 돋는다
한 다발이 된다는 것은
가시로 서로를 껴안는다는 것
꽃망울에게 싱긋 윙크를 하자,
눈물 한 방울 떨어진다
그래, 사랑의 가시라는 거
한낱 모가 난 껍질일 뿐...
꽃잎이 진 자리와
가시가 떨어져 나간 자리,
모두 눈물 마른 자리 동그랗다
우리 사랑도 분명,
희고 둥근 방을 가질 것이다.
이 정록 시인의 (사랑) 이라는 시를 읽으며 장미 향기를 맡습니다.
'한 다발이 된다는 것은 가시로 서로를 껴안는 것' 이라는 표현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 그렇구나...
사랑이라는 것은 서로 부드러운 가슴으로 껴안는 것이 아니라 가시로 껴안는 것이구나...
그럼으로써 부드럽게, 둥글게 하는 것이로구나....
그렇게 해서 한 다발이 되고 하나가 되는 것이로구나...
단 한 줄의 짦은 문구가 깊은 깨달음을 줍니다.
어쩜, 그렇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
그래서 시인인가 봅니다.
목요일에는 아침 미사가 없기 때문에...
늘 계획만 하던 목요여행을 나섰습니다.
의정부역에서 1호선 전철을 타고 회기역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용문행 전철로 바꿔 탔습니다.
집에서 나설 때는 용문행 기차는 생각지도 안했는데...
실은 원주 용소막 성당에 가려고 나선 길이었는데...
원주행 기차시간이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청량리 역에서 시간 반을 보낼 생각을 하니 지루할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이 아깝기도 해서...
잠시 생각하다가 그렇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좀 더 일찍 나섰어야 했는데...
전철 안에는 젊은 사람은 몇 명 되지 않고...
나이 드신 분들만 그득합니다.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 옵니다.
용문역에서 내리면 어느 음식점에서 나온 차가 기다리고 있다가
자기네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나면 용문산 절 밑까지 데려다 준다고 함께 가자 합니다.
초행길이라 그분을 따라 가기로 했습니다.
한식부페로 점심식사를 하고...
용문산에는 가지 않고 혼자서 다시 용문역에서 기차를 탔습니다.
아직 돌아가기엔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차안이 조용합니다.
가지고 갔던 수녀님의 책을 읽어 내려가다 참 아름다운 구절...
몇 번을 읽으며 가슴이 숙연해졌습니다.
왜 수녀님의 글을 읽으면 눈물이 나는지 모를 일입니다.
사랑의 글이지 분명 슬픈 글도 아닌데....
요즘 오른쪽 팔목에 이상이 생겨서 글을 잘 쓸 수가 없습니다.
절대 쓰지 말아야 한다는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입니다만...
팔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모를 만큼 아파서 전철 안에서도 절절 매었습니다.
그래도 차창 밖을 달리는 초록 산과 초록 들을 바라보며...
양수리 다리 밑에 피어난 연꽃을 바라보며...
어느새 내 마음도 초록이 된 하루였습니다.
다음에는 용소막성당으로 꼭 가야지!
첫댓글 아프신 팔은 다 낳으셨나요?
올리신 글 가져가면서 안부인사 남깁니다.
아직요...쉬면 괜찮고...다시 쓰면 아프고...오늘 새벽 뜨락에 풀을 뽑았더니 다시 아프네요...
그러다 낫겠지요...감사합니다... 안젤라님, 걱정해 주셔서...편안한 밤 되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