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군더더기를 줄이는 것의 어려움
2017년 한국 시단에서 가장 신선한 뉴스 중 하나는 제36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스물여섯 살의 문보영 시인일 것입니다. 김나영 문학평론가는 심사평을 통해서 ‘삶과 세상을 대하는 시인의 용기와 정직한 태도’를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또한 2018년 신춘문예 마감을 앞둔 조선일보 기사에서 최근 당선작은 20대 천하였고 문창과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냈다고 하였는데 작문 방법을 배워서 응모한 결과라는 보도 내용이었습니다.
한국 시단의 미래를 이끌어 갈 세대로 20대를 높이 평가한 것은 그들의 작품 깊이 자리한 싱싱한 낱말들의 힘이고 부족한 경험을 치밀한 관찰과 작품에서
군더더기를 덜어내려는 노력이 돋보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제19회 의정부문학공모전에 응모한 일반부 예심 통과 작품들 또한 그런 장점을 갖추고 있었으며 최종적으로 입상작을 선정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장원으로 선정한 ‘전 규’ 님의 ‘아스팔트 위에서’는 처음 작품을 만나면서부터 읽고 싶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손 글씨로 써 내려간 작품에는 군더더기를 발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습니다. 삶과 일상을 연결하는 시어들이 응모자의 손 글씨에 담겨져 깊은 울림이 되었습니다. ‘흔들림에 익숙한 사람들은 흔들리는 곳에서 편안하다.’는 시작 부분과 ‘흔들림에 익숙한 사람들은 흔들리는 것들에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마지막 부분은 넉넉하고 읽다가 아프고 숙연하였습니다. 함께 응모한 다른 작품들도 수준이 높으나 군더더기가 남습니다. 차상으로 선정한 강태승 님의 작품은 수상작 ‘죽로차’와 다른 응모작 모두 군더더기를 조금 덜어내었으면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전해 드립니다.
중고등부 수상작들은 작년보다 작품 수준에서 아쉬움을 남겼는데 특히 고등부 작품에서는 조심스러운 표현이나 입시의 부담으로 인해 좋은 작품이 쓰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장원으로 선정한 이충기(진해고)의 ‘어시장’은 다행스럽습니다. 학생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소재를 찾고 작품을 일구어내는 넉넉한 모습이 발견됩니다. ‘어시장에는 피든 물이든 바싹 마르지 않을 시원한 날씨가 오늘도 계속 될 전망이다.’는 오래 남습니다. 그 밖의 입상작들은 작품에 더 치열해야 하고 멀리서 소재를 찾거나 기교 위주로 작품을 완성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전하고 싶습니다.
중등부 장원으로 선정한 나혜정(상하중)의 ‘이사’는 제목을 바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으며 내적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갖추어지면 좋은 작품을 쓸 것으로 기대됩니다. 차상인 강태희(근명중)의 ‘달의 첫 번째’는 너무 멀리서 소재를 찾은 듯한 아쉬움이 들고 차하인 박예은(충주여중)의 ‘달’은 조금 더 호흡이 갖추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모든 응모작들을 살펴가며 읽었고 심사위원들이 한 번 더 심사숙고하고 의논하며 우수작들을 선정하였습니다. 단 한 편도 소홀하게 읽지 않았음을 밝혀 둡니다.
심사평 : 시인 신성수(의정부문인협회 운문분과장)
심사위원 : 의정부문인협회 운문분과
제19회 의정부문학공모전 운문부 입상자 명단
(중등부)
장원 나혜정 ‘이사’ (용인 상하중 3-5)
차상 강태희 ‘달의 첫 번째’ (근명중 3-2)
차하 박예은 ‘달’ (충주여자중 2-5)
장려 이현호 ‘청개구리’ (상경중 1-6)
장려 박한결 ‘밤길’ (남대문중 1-3)
장려 이채령 ‘뻐꾸기’ (중계중 2-12)
장려 오은주 ‘폐가’ (노일중 2-5)
장려 조영우 ‘전쟁의 시간(함현중 1)
(고등부)
장원 이충기 ‘어시장’ (진해고 3-3)
차상 박규원 ‘상처 후에’ (창덕여고 2-5)
차하 김반석 ‘옷장’ (한국마사고 2-2)
장려 김현빈 ‘새벽까지’ (건국대부속고 3-7)
장려 김다빈 ‘시골, 밤하늘엔 별이 뜬다’ (오송고 2-2)
장려 서승민 ‘잠자리와 같은 너’ (용인한국외국어대부고 1-2)
장려 임현섭 ‘반딧불이’ (푸른꿈고 1)
장려 이광모 ‘대나무의 숲’ (덕현고 2-3)
(일반부)
장원 전 규 ‘아스팔트위에서’ (인천시 남구)
차상 강태승 ‘죽로차’ (서울시 중구)
차하 이하은 ‘무지개를 파는 가게’ (충북 충주시)
장려 임윤아 ‘모녀’ (대구시 달서구 )
장려 김관훈 ‘황소의 귓속에 누가 속삭여 왔을까’
장려 박진희 ‘인도(人道)의 모습’ (광주시 북구)
장려 최미숙 ‘최후진술서’ (서울시 노원구)
장려 김제훈 ‘길’ (경북 포항시 남구)
장려 서민경 ‘사랑, 손톱 같은’ (서울시 관악구)